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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심의, 언제까지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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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객관성은 과연 심의가 가능한가?
매체에 대한 신뢰는 심의를 통해 나아졌는가?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EBS다큐멘터리영화제에 출품하였고 뉴스아트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전승일 감독의 <금정굴 이야기(관련기사)>가 최근 방송 부적합 의견을 받았다. 부적합 의견을 낸 것은 EBS 심의실이다. EBS 방송국의 심의실은 PD로 근무하던 9명의 직원들로 구성되며, 사장의 결재를 받아 인사이동에 따라 구성되지만 독립적인 결정을 하는 기구라고 한다. 

 

본인도 제작편성 경험이 있는 이들이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이 작품에 대하여 왜 방송에서는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냈을까?

 

EBS 홍보실에 따르면, <금정굴 이야기>에 대하여 부적합 의견을 내기 전에 심의실 9명 전원이 작품을 감상하고 부적합하다는 의견에 합의하였다고 한다. 방송 프로그램은 예술성이나 작품성보다는 논리적 기승전결과 근거 제시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고 해도 생략하거나 축약하면 안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은 작품의 생략이나 축약이라는 측면을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과 제14조(객관성) 조항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정치적 논란으로 커지고 있다. 왜냐하면, 공정성이나 객관성은 이미 효력을 잃어버린 판단 기준이기 때문이다.

 

졸지에 자신의 작품이 방영될 기회를 잃어버린 감독은 이에 강력히 항의하면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결정 철회 서명을 받고 있다. (<금정굴 이야기>에 대한 방송불가 결정 철회 연대 서명) 여기에는 25일 오전까지 총 320여 단체와 개인이 동참했다. 

(재)금정굴인권평화재단과 금정굴 유족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미디어언론위원회 등에서도 항의 성명을 발표하였다. <오마이뉴스>와 매체비평지<미디어스>에서도 사건을 보도하였고 유튜브 등에서도 다루고 있다.   


EBS에서는 8월 24일, 전 작가가 성명서에서 요구한 대로 "명확한 이유를 문서로" 밝혔다. 

 

EBS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잦아들지 않는다. 금정굴 사건은 이미 많은 매체에서 다루었고 객관적 사실로 인정받았기에 공정성과 객관성을 들어 방영하지 않기로 한 EBS의 결정에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제에서는 상영되는데,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을 통채로 방영하는 관례를 깨고 <금정굴 이야기>만 방영되지 않는 것도 자연스럽지는 않다.

 

<금정굴 이야기>는 예술성을 강조한 실험적인 작품이기 때문에 생략과 축약이 많다. 하지만 그런 생략과 축약에도 불구하고 다큐멘터리성이 충분하기에 영화제에 초대된 것이 아닌가? 기승전결이 부족하다면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사라져야 할 심의 규정의 존재이다. 원래 방송의 공정성이나 객관성은 다양한 견해를 제공하여 시청자가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이다. 하지만 시행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 및 방송의 자율성 침해에 악용되는 일이 많았다. 이에 대표적인 미디어 시장의 하나인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는 1987년 공정성 원칙을 폐기했다. 

 

과연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작품인지 독자들이 직접 보고 판단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