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트 편집부 | 지방자치단체가 콘서트장 대관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가수와 소속사는 물론, 공연을 예매했던 관객들의 피해까지 인정하는 이례적인 판결을 내렸다. 공공 무대를 볼모로 한 지자체의 '서약서 요구' 등 무리한 행정권 남용에 사법부가 엄중한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913단독(박남준 부장판사)은 가수 이승환과 소속사 드림팩토리, 예매자 100명이 구미시와 김장호 구미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구미시는 원고들에게 총 1억 2,5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구미시가 이승환에게 3,500만 원, 소속사에 7,500만 원, 예매자 100명에게 각각 15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당초 원고 측이 청구한 총 2억 5,000만 원(이승환 1억 원, 소속사 1억 원, 예매자 각 50만 원) 중 절반 상당을 법원이 인용한 것이다.
■ "정치적 언행 말라" 서약서 거부하자 공연 이틀 전 전격 취소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24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미시는 12월 25일 구미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승환의 데뷔 35주년 콘서트 '헤븐(Heaven)' 개최를 불과 이틀 앞둔 23일, 전격적으로 대관을 취소했다. 당시 구미시가 내세운 취소 사유는 '시민과 관객 안전'이었다.
하지만 이면에는 부당한 조건부 압박이 있었다. 당시 김장호 구미시장은 이승환 측에 '정치적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 제출을 요청했으나, 이승환 측이 이에 응하지 않자 일방적으로 공연장 사용 허가를 취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이승환 측은 서약서 제출 요구와 일방적 대관 취소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 행위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으나, 헌재는 지난해 3월 '청구가 부적법하고 흠결을 보정할 수 없는 경우'라며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했다. 이후 이승환 측은 지난해 1월 구미시와 시장을 상대로 본격적인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에 돌입했다.
■ 계약 밖 제3자 '관객 피해'까지 인정한 진일보한 판례
이번 판결이 법조계와 문화예술계의 이목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제3자 피해의 폭넓은 인정'에 있다.
통상적인 대관 취소 분쟁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직접 당사자(지역 공연 기획사 등) 사이의 금전적 위약금 소송으로 끝나는 것과 달리, 재판부는 아티스트 본인과 소속사는 물론 정당하게 표를 구매한 '예매자 100명'의 피해까지 구체적으로 인정했다. 지자체의 부당한 행정 처분으로 인해 관객들의 '문화 향유권'이 침해당했음을 법원이 인정한 셈이다.
이승환 측 법률대리인 역시 소송 직후 "표현의 자유, 공연의 자유에 중요한 기준점을 세운 판결"이라고 평가하며, "이씨에 대한 정신적 위자료 청구는 객관적 수치를 매기기 쉽지 않은데 꽤 높게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그 의미를 짚었다.
■ "시장 개인 책임은 기각"… 항소로 이어지는 '정의' 공방
다만 이번 소송은 절반의 승소로 남았다. 재판부가 지자체인 '구미시'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공동 피고로 소를 제기했던 김장호 구미시장 '개인'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이승환 측은 2심 재판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소송을 마친 뒤 변호인은 "김 시장에 대한 책임을 인정받기 위해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승환 역시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못내 아쉬운 판결"이라며 항소 의지를 다졌다. 그는 "항소해 끝까지 정의를 묻겠다"며 "결코 침범해서는 안 되는 음악인의 양심과 예술의 자유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시민의 세금으로 배상금을 지급하는 선에서 꼬리를 자를 것이 아니라, 부당한 서약서를 요구하고 대관 취소를 결정한 행정 책임자 개인에게 명확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권력을 앞세운 지자체의 '대관 갑질'에 법원이 1억 2,500만 원이라는 묵직한 배상 책임을 지운 가운데, 진정한 책임 소재를 가릴 항소심에 전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