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화가 오윤(1946~1986)의 40주기인 올해, 철거 위기에 놓인 그의 초기작을 지키기 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오윤 테라코타 보존 기금마련전》이 지난 26일 서울 인사동 관훈갤러리에서 개막해 8월 9일까지 이어진다. 오프닝 행사는 29일 오후 4시 관훈갤러리 3층에서 열린다.
전시가 지키려는 작품은 서울 광진구 구의동 옛 상업은행(현 우리은행) 지점 건물 내벽의 테라코타 부조다. 1973년, 당시 스물일곱이던 오윤이 동료 오경환·윤광주와 함께 만들었다. 군에서 얻은 병으로 제대한 뒤 경주의 전돌 공장에서 흙을 만지던 청년이, 새로 짓는 은행 건물의 안쪽 벽을 맡아 달라는 의뢰를 받아 완성한 작업이다. '칼노래' 같은 목판화로 이름이 알려지기 한참 전, 오윤이 남긴 가장 이른 자국 가운데 하나다.
그 벽이 올봄 건물 매각으로 사라질 처지가 됐다. 늦어도 8월 초까지 부조를 떼어 옮기지 못하면, 반세기를 버틴 작품은 건물과 함께 부서진다.
소식이 알려지자 보존을 요구하는 서명에 시민 1만 1천여 명이 이름을 올렸고, 이 가운데 5천여 명은 추진위원으로 한 걸음 더 들어왔다. 오윤의 차남 오상엽 씨는 "이 벽화는 이제 저희 가족의 것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들도 나섰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 108명이 작품 250점을 내놓았다. 작품이 팔리면 그 수익이 부조의 해체·이전 비용에 보태진다. 주최 측은 "이 자리는 어려운 사람을 돕자는 자리가 아니다. 작품을 낸 작가들은 도움을 받는 쪽이 아니라 먼저 손을 내민 쪽"이라며 "시혜가 아니라 연대"라고 강조했다.
오윤은 생전 "미술은 많은 사람이 나누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값을 매겨 걸어두기보다 시집 표지와 전단, 어린이 책에 판화를 얹어 사람들 손에 쥐여 주는 쪽을 택했던 그가 작품을 둔 자리도 미술관 벽이 아니라, 사람들이 통장을 들고 드나드는 은행 안쪽 벽이었다.
전시와 함께 크라우드펀딩도 진행 중이다. 28일 현재 409명이 4,388만여 원을 모았다. 목표액은 1억 원, 마감은 8월 15일이다. 후원과 작품 구입 안내는 씨앗페 홈페이지(www.saf2026.com/funding/oh-yoon-terracotta)에서 볼 수 있다.
29일 오프닝 행사에서는 성악가 김민지와 포크 뮤지션 손병휘가 공연한다. 진행은 서인형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이사장이 맡는다.
전시는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 추진위원회와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가 주최하고, 한국스마트협동조합(예술인협동조합)이 주관한다. 관람은 8월 9일까지 매일 낮 12시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 관훈갤러리에서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