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월 29일 수원 D.O.T에서 열리는 'METAL SYNDICATE NETWORK V 철조망 V' 포스터. 사진=경기아트콜렉티브 제공
13개월 동안 다섯 번. 경기아트콜렉티브 협동조합이 이어온 메탈 정기공연 '철조망: METAL SYNDICATE NETWORK'가 오는 8월 29일 토요일 수원 행궁동 D.O.T에서 다섯 번째 무대를 연다. 입장은 오후 6시, 연주는 6시 30분부터다.
이번 라인업은 시리즈 통틀어 가장 많은 여섯 팀이다. 人類滅亡計画, SABBAHA, HEDONIAC, NAIITE, Doguul, PanzerKorps가 차례로 오른다. 주최 측이 내건 소개 문구는 짧고 노골적이다. "유자철선처럼 엮인 메탈 친구들의 리프로 당신의 고막을 그라인더처럼 갈아낼 공연."
25,000원에서 15,000원으로

▲ 2025년 7월 13일 수원 D.O.T에서 열린 '철조망' 1회 포스터. 사진=경기아트콜렉티브 제공
'철조망'은 2025년 7월 13일 같은 자리에서 시작했다. 그때 무대에 오른 건 SABBAHA, SEOUL SPIT, U.M.D.(우만동메탈군단), MERIDIES, PANZERKORPS 다섯 팀. 공연 타이틀을 두고 주최 측은 "물리적 경계를 넘어,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메탈 공동체의 강인한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2회는 두 달 뒤인 9월 6일 수원 앨리웨이 탭하우스로 자리를 옮겨 'METAL SYNDICATE NETWORK 2TERNAL'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Adults of Bodom, WeRockenStein, Metisse, Sabbaha, PanzerKorps가 올랐다. 입장료는 받지 않고 나갈 때 내는 방식을 택했다. 해를 넘겨 2026년 1월 11일 D.O.T로 돌아온 3회에는 Sabbaha, Nahua, Nu.M.D., Deadwire가 섰다. 4회는 4월 11일 다시 앨리웨이 탭하우스였다.
눈에 띄는 건 티켓 가격이다. 1회 예매가는 25,000원, 3회는 20,000원, 이번 5회는 15,000원이다. 현장 구매도 30,000원에서 20,000원으로 내렸다. 출연 팀 수는 다섯에서 여섯으로 늘었는데 값은 반대로 움직였다.
다섯 회를 다 지킨 팀

▲ 시리즈 다섯 회에 모두 이름을 올린 사바하(SABBAHA). 사진=경기아트콜렉티브 제공
SABBAHA는 시리즈 다섯 회에 모두 이름을 올린 유일한 팀이다. The Slaughter(기타·보컬)와 The Mortician(드럼) 둘이 하는 듀오다. 스스로를 '사이비 오컬트 둠드론'이라 부른다. 산스크리트어로 '이루어지소서'를 뜻하는 스바하(Svaha)와 마녀들의 연회를 가리키는 사바스(Sabbath)를 겹친 이름이다. 불교의 축원과 기독교의 흑미사를 한 단어에 밀어 넣은 셈이다.
연주는 크게 두 덩어리로 갈린다. 드론 구간에서는 볼륨과 음압만으로 신의 억압과 권위를 흉내 낸다. 둠메탈 구간에서는 절대자가 정해놓은 운명에 짓눌리는 번민을 드럼과 기타로 밀어붙인다. 공식 사진 속 The Slaughter는 얼굴을 천으로 덮고 왕관을 쓴 채 레스폴을 들고 있다.
이 이름으로 활동한 건 2013년부터다. 음원은 밴드캠프에 쌓여 있다. 2024년 10월 〈Prelude to Ossuary〉와 2025년 6월 부틀렉 연작 1집에 이어, 2집 〈Secret Arts of Fuzz Worship Vol. II〉를 지난달 29일 올렸다. 2025년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연주하고 녹음한 것을 모은 음반으로, 사운드클라우드에 풀었던 것과 미발표분을 합쳤다. 아홉 트랙 중 마지막 'Invocation XXI - Heaven Qi'는 45분 45초짜리다. 이 팀의 기타·보컬은 경기아트콜렉티브 이사장이기도 하다.
철조망 다음 주에도 무대가 있다. 사바하는 9월 5일 서울 마포 클럽 샤프에서 열리는 ABYSS MASS FEST 2026을 나후아(Nahua)와 공동으로 주최하고 직접 연주도 한다. 일본 비루샤나와 갓 슬레이브 더 디스트로이를 포함해 여덟 팀이 오르는 자리다.
상 받은 팀과 결성 1년 된 팀
Doguul(도굴)은 이름값이 붙은 팀이다. 서울을 근거지로 하는 블랙드 데스메탈 밴드다. 2023년 New Modern Authentic Records에서 낸 EP 〈If These Bodies Could Talk〉로 이듬해 제21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메탈&하드코어 부문 후보에 올랐다. 노이지, 마하트마, 할로우 잰과 함께였다.
여섯 곡을 11분 남짓에 몰아넣은 EP다. 영국 웹진 하드비트는 종소리로 문을 여는 첫 곡 'The Collector'를 짚으며 "블랙메탈 쪽으로 날이 서 있다"고 적었다. "데뷔작치고 너무 짧다"고 아쉬워하면서도 "묵직한 리프와 시원하게 뻗는 드러밍이 잘 맞물린다"고 평했다. 지난해 6월에는 국내 최대 규모 메탈 축제인 문래메탈시티 공식 무대에 섰고, 7월에는 해외 메탈 팟캐스트 본팟(VonPod)에 한국 밴드로 출연했다.

▲ NAIITE 보컬 후추맨. '철조망' 1회에는 우만동메탈군단(UMD)으로 무대에 올랐다. 사진=경기아트콜렉티브 제공
NAIITE는 반대편에 있다. 2025년 5월 서울에서 결성한 그라인드코어 밴드로, 후추맨이 보컬, 오철왕이 기타, Askii가 베이스, 곱창이 드럼을 맡는다. 그해 11월 15일 낸 첫 데모는 다섯 곡을 합쳐도 3분 남짓이다. 가장 긴 'Caress Triangle'이 1분 10초, 가장 짧은 'Menhera Clinic'은 24초에 끝난다. 곡 하나가 사바하의 한 트랙보다 짧다.
올해 4월에는 밴드 HWA와 다섯 곡씩 나눠 담은 스플릿 음반을 냈다. 낸 곳은 싱가포르 레이블 배닐라 썬더 레코즈다. 스스로를 "반은 레이블, 반은 비밀 결사"라 부르는 곳이다. 국내 언더그라운드 팀이 동남아 DIY 유통망에 얹힌 사례다.
스플릿 상대인 화(HWA)는 남남이 아니다. 뉴스아트가 지난 19일 데뷔 EP 발매를 다룬 그 밴드로, 기타·베이스 오철왕과 드러머 곱창이 NAIITE와 화 양쪽에 걸쳐 있다. 곱창은 서울 노이즈그라인드 밴드 곱창(GobChang)의 드러머이기도 하다. 화의 데뷔 EP 믹싱과 마스터링은 유호강, 그러니까 후추맨이 맡았다. 연주자 대여섯 명이 밴드 이름을 바꿔 달며 서로의 음반을 만들어주는 구조다. '네트워크'라는 부제가 수사가 아니라 인력 명세에 가깝다는 뜻이다.
보컬 후추맨은 '철조망' 1회에도 있었다. 그때는 자신이 2024년에 만든 우만동메탈군단(UMD) 소속이었다. 수원 우만동을 이름에 그대로 박아 넣은 팀이다. 후추맨은 스스로를 "심심한 걸 못 참는 저주를 받은 게으름뱅이의 뒤늦은 메탈 생활"이라 소개한다. 사바하, 판저코프스, 메리디에스와 무대를 나눠 왔고 문래메탈시티 아이언맨 스페셜에도 참가했다. 새 밴드를 꾸려 같은 시리즈로 돌아왔다.
이모바이올런스와 인더스트리얼
PanzerKorps는 2024년 7월 수원에서 시작한 블랙메탈 밴드다. 1회와 2회 무대에 섰고 조합 창립 직후 열린 오프닝 파티에도 이름을 올렸다. 사바하 다음으로 이 판에 자주 보이는 팀이다. 지난 3월에는 앨리웨이 탭하우스에서 오버스팅과 한 무대에 서서 'BloodMist' 같은 곡을 연주했다.
HEDONIAC은 인더스트리얼 프로젝트다. n_drew_l이 이끌고 두 사람이 더 붙는다.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려둔 데모는 열세 곡이다. 1년 전 'Macrothorax'와 'Innocence'로 시작해 'Flesh Toilet', 'Are we Hedonists?'를 지나 'Emerging'에 이른다. 이 마지막 곡은 데모 1번부터 3번까지 판을 바꿔 가며 다시 올렸다. 지난달에는 프로듀서 마인히어로가 'Spine Harming Dance'를 테크노로 고쳐 얹기도 했다. 완성본을 내놓기보다 고치는 과정을 공개하는 쪽이다. 인스타그램 하이라이트 첫 칸 이름도 '작업 과정'이다.
라인업 맨 앞의 인류멸망계획(人類滅亡計画)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이모바이올런스 밴드다. 스스로를 소개하는 한 줄이 "AI가 인간을 파괴한다"이다. 계정을 연 건 이번 달 초다. 지금까지 올린 글 세 개 가운데 둘이 이 주제다. 하나는 오펜하이머가 인용해 알려진 바가바드기타의 구절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계의 파괴자가 되었다"이고, 다른 하나는 "AI의 무분별한 사용에 반대한다"이다. 인류를 멸망시키는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의 답이 밴드 이름에 걸려 있다.
여섯 팀의 장르가 겹치지 않는다. 둠드론, 블랙메탈, 인더스트리얼, 블랙드 데스메탈, 그라인드코어, 이모바이올런스가 한 줄에 늘어선다.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올랐던 팀과 이번 달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연 팀이 같은 날, 같은 지하에 선다.
지하 1층에서 짜는 그물

▲ 2026년 4월 11일 수원 앨리웨이 탭하우스에서 열린 '철조망' 4회 포스터. 사진=경기아트콜렉티브 제공
'철조망'을 기획하는 건 야호야호단이다. 메탈·노이즈 기반 공연 시리즈 '저주파(LOWFREQUENCY)'를 이어온 곳이다. 이 시리즈는 지난해 8월 서울 닻올림에서 11회를 치렀다. 경기아트콜렉티브는 여기에 지원으로 함께 한다.
조합은 2025년 5월 1일 설립된 생산자협동조합이다. 예술지원사업, 음반 제작·유통, 공연 기획, 문화예술 교육을 사업으로 걸었고 창작자·기획자·후원·기관 조합원으로 구성된다. 설립 이후 조합 아카이브에 기록된 공연과 행사는 스물여덟 건. 그중 절반 이상이 수원 등 경기도 안에서 열렸다. 메탈만 하는 곳도 아니다. 판소리를 쓰는 싱어송라이터 희우, 펑크포크의 유동혁, 앰비언트 프로젝트 더 밀리웨이스가 활동 중이다.
무대가 되는 D.O.T는 수원 화서문로 34-1 지하 1층에 있다. 조합 오프닝 파티가 열린 곳이고, 사운드 마켓과 펑크포크 공연도 이 지하에서 치러졌다. 3회 안내문에 붙은 문장이 이 공간을 설명한다. "메탈을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지하로 내려오는 순간 온몸을 감싸는 진동과 낯선 해방감이 당신을 압도할 테니까요."
예매는 네이버 예약으로 받는다. 예매 15,000원, 현장 20,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