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비의 절반이 되돌아왔다
김해와 영주와 군산과 안동에 아파트를 지은 시행사가 네 현장 모두 법이 정한 대로 미술작품을 설치하고 설치비로 4억 7,285만 원을 썼는데, 그 가운데 2억 4,696만 원이 시행사 실질 대표에게 되돌아왔다.
방식은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이 2013년 2월 21일 선고한 2012고합35 사건의 판결문에 적혀 있다. 대표는 직원에게 지시해 두 조형연구소가 실제 설치비용보다 부풀린 계약서를 쓰게 하고 그 차액을 자신에게 돌려주도록 했다. 김해 현장은 5,800만 원을 지출하고 2,800만 원을, 영주는 1억 3,004만 원을 쓰고 7,093만 원을, 군산은 2억 1,203만 원을 쓰고 1억 2,525만 원을, 안동은 7,276만 원을 쓰고 2,276만 원을 돌려받았다. 되돌아온 비율은 현장마다 31퍼센트에서 59퍼센트 사이였고 넷을 합치면 52.2퍼센트여서, 법이 미술에 쓰라고 정한 돈의 절반이 미술이 아닌 곳으로 갔다. 대구고등법원은 2015년 12월 10일 이 네 건을 모두 유죄로 유지하면서 대표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돌려받은 돈은 뇌물이 아니라 횡령으로 처리됐다. 설치비를 낸 쪽이 시행사 법인이었으므로 부풀린 차액을 대표 개인이 가져간 순간 피해자는 자기 회사가 됐고, 검사는 업무상횡령으로 기소했고, 네 건 모두 유죄가 났다. 차액을 돌려준 상대는 조형연구소 두 곳으로, 판결문에는 이름 없이 공소외 41과 43으로 적혀 있다. 작품을 만든 쪽과 발주한 쪽이 부풀린 금액을 함께 적은 계약서를 썼으니, 이 거래에서 설치비라는 숫자는 처음부터 작품값이 아니었다.
네 현장은 모두 아파트였고, 이 제도가 만든 미술작품의 46퍼센트가 아파트 단지에 있다. 이 사건이 특별해서 판결문이 남은 것인지 흔한 일이 한 번 걸린 것인지는 판결문만으로 알 수 없다. 다만 왜 이런 구조가 가능한지는 법령을 따라가면 드러난다.
권장이 의무가 되는 데 스물세 해
한국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을 지으면 건축비의 일부를 미술작품에 써야 한다는 법이 있고, 그것이 문화예술진흥법 제9조 제1항이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종류 또는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건축하려는 자…는 건축 비용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사용하여 회화·조각·공예 등 건축물 미술작품…을 설치하여야 한다."
처음부터 의무는 아니었다. 1972년 문화예술진흥법을 제정할 때 건축비 1퍼센트를 미술에 쓰라는 조항이 들어갔지만 권장사항이었고 대상은 연면적 3천 제곱미터 이상 건축물이었는데, 1988년에 그 기준이 7천 제곱미터 이상으로 완화됐다. 권장이 의무가 된 것은 스물세 해 뒤인 1995년 7월 13일로,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선정돼 법이 바뀌었다.
의무가 된 뒤로 제도는 두 방향으로 움직였다. 대상은 계속 좁아져 지금은 연면적 1만 제곱미터 이상이고, 요율은 2000년에 1퍼센트에서 1퍼센트 이하로 경감됐다. 2011년 5월에는 '미술장식'이라는 용어가 '미술작품'으로 바뀌면서 선택적 기금제가 함께 생겼다. 제도가 생긴 이래 대상 건물은 3천 제곱미터에서 1만 제곱미터로 올라갔고, 요율에는 상한만 남았다.
흔히 이 제도를 '1퍼센트 법'이라 부르는데, 시행령 별표 2를 보면 실제로 1퍼센트를 쓰는 건축주는 하나뿐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건축주인 건축물이 건축비용의 100분의 1이고, 민간 건축물은 시나 군 지역에 있으면 1천분의 5에서 1천분의 7 사이에서 시·도 조례가 정하며, 그 밖의 지역에 있으면 연면적 2만 제곱미터까지 1천분의 7에 2만 제곱미터를 넘는 부분은 1천분의 5다. 건물이 클수록 요율이 내려간다.
공동주택은 따로 정해져 있어서, 1천분의 1에서 1천분의 7 사이에서 시·도 조례가 정하도록 위임돼 있다. 법이 허용한 폭이 일곱 배다. 조례에 요율을 적어둔 시·도는 경기도와 강원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와 경상북도와 인천광역시와 충청북도와 부산광역시와 대전광역시 여덟 곳인데, 모두 1천분의 1이다. 그 범위의 맨 아래 칸을 여덟 곳이 똑같이 골랐다. 관공서를 지으면 건축비의 1퍼센트를 미술에 쓰고 아파트를 지으면 0.1퍼센트를 쓰니, 같은 법 안에서 열 배 차이가 난다.
걸지 않으면 삼십 퍼센트를 깎아준다
2011년에 생긴 선택지는 더 단순하다. 문화예술진흥법 제9조 제2항은 건축주가 미술작품을 설치하는 대신 문화예술진흥기금에 출연할 수 있게 했는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 선택지에서 빠져 있어 민간만 돈으로 갈음할 수 있다.
출연액은 시행령 제12조 제6항에 있고 별표 2에 따른 금액의 100분의 70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안내하는 계산식도 설치대상 연면적에 표준건축비와 적용비율을 곱한 값에 다시 0.7을 곱하는 방식이다.
작품을 걸면 100을 쓰고 걸지 않으면 70을 낸다. 국가가 설치를 의무로 정해놓고 그 의무를 면하는 길에 30퍼센트를 붙여둔 셈이어서, 건축주에게 작품을 거는 일은 30퍼센트를 더 내고 심의까지 통과해야 하는 선택지가 된다. 건축비용을 계산하는 기준에도 층이 하나 더 있어서, 국토교통부장관이 고시하는 표준건축비를 쓰되 특별시와 광역시가 아닌 지역은 그 95퍼센트로 친다.
제도가 의무가 된 1995년부터 지금까지 무엇이 얼마나 만들어졌는지는 공공미술포털에 집계돼 있는데, 시·도별로 하나씩 조회해 합치면 25,866건에 2조 4,548억 원으로 작품 한 점당 평균 9,500만 원꼴이다. 경기도가 6,674건으로 가장 많고 서울이 4,413건, 부산이 2,354건, 인천이 1,841건이며, 첫해인 1995년에는 29건이었다.
그 돈을 무엇이 썼는지를 건축물 용도로 나누면 성격이 분명해진다. 공동주택이 11,968건으로 46.3퍼센트를 차지하고, 근린생활시설이 8,958건으로 34.6퍼센트, 업무시설이 2,465건으로 9.5퍼센트다. 이 제도가 만든 미술의 절반 가까이가 아파트 단지에 있으니, 요율이 가장 낮은 용도가 건수로는 가장 많은 셈이다. 작품 가격을 보면 1억 원에서 2억 원 사이가 7,310건으로 가장 많고 7천만 원에서 1억 원 사이가 3,816건이며, 10억 원이 넘는 작품은 25,866건 가운데 49건이다. 가격이 아예 적히지 않은 것이 2,736건으로 전체의 10.6퍼센트다.
세법은 이것을 미술이라 부르지 않았다
국가가 이 거래의 성격을 다른 자리에서 어떻게 보는지는 세금 사건에 남아 있다. 부가가치세법이 예술창작품의 공급에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있어서, 건축물 미술작품을 만들어 파는 업체가 그 면세를 적용받을 수 있느냐가 다투어졌다.
서울고등법원이 2024년 11월 22일 선고한 2024누43128 사건에서 재판부는 면세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계약에 "심의통과 관련 용역을 공급하는 부분"과 "부가가치세법상 면세대상이 되는 예술창작품…공급에 해당하는 건축물 미술작품 제작·설치 부분"이 혼재돼 있다고 보면서도, 이것을 두 개의 공급으로 나누려면 심의 통과에 관한 계약서와 별도로 예술창작품 공급에 관한 계약서가 있거나 최소한 계약 내용 가운데 심의 통과를 위한 부분과 독립해 예술창작품 공급 자체에 관한 내용이 따로 적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정황이 없다는 이유로 나누기를 거부했다. 거래를 하나로 보면 무엇이 주된 공급인지를 정해야 한다. 재판부는 계약대금 가운데 예술창작품 공급에 해당하는 부분이 73퍼센트에서 86퍼센트에 이른다는 점을 알면서도 그것을 주된 성격으로 보지 않았다.
"이 사건 각 계약의 주된 목적은 '관계관청의 심의를 통과하는 것'에 있는 것이고, '예술창작품을 설치하는 것'은 그 주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절차 내지 수단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세법의 눈으로 보면 이 계약에서 사고파는 것은 작품이 아니라 심의를 통과시켜 주는 일이다.
심의는 시·도가 하는데, 문화예술진흥법 제9조의2 제3항이 감정·평가 절차와 미술작품심의위원회의 구성·운영을 시·도 조례에 맡겼기 때문이다. 심의위원회가 무엇을 보는지는 시행령 제14조 제2항에 여섯 항목으로 적혀 있다. 가격, 예술성, 건축물 및 환경과의 조화, 접근성, 도시미관에 대한 기여도, 유지·관리 방안의 적정성. 첫 번째가 가격이다.
작가에게 이 절차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오래된 판결이 있다. 1996년 2월 3일 한 재개발조합과 조각가가 아파트 단지에 놓을 미술장식품 제작설치계약을 맺었는데 총 제작금액은 2억 3,600만 원, 설치기간은 1996년 2월 5일부터 1999년 6월 30일까지였고, 조합은 1996년 2월 16일 계약금과 선급금으로 7,080만 원을 지급했다. 서울특별시 조례가 건축주에게 미술장식품 설치계획 심의를 신청하도록 정해 두어서 두 사람은 계약할 때 작가가 심의 완료 후에 작품 제작에 착수하기로 약정했고, 작가는 안 세 개를 만들어 조합 이사회에 낸 뒤 그중 제1안인 「화평의 길」의 모형과 심의신청책자까지 완성했다.
그 뒤 조합이 계약을 해제했다. 민법 제673조가 도급인에게 일이 완성되기 전에는 손해를 배상하고 언제든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02년 5월 10일, 이 조항으로 해제한 도급인이 수급인에 대한 손해배상에서 과실상계나 손해배상예정액 감액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상고한 쪽은 조합이었고, 대법원은 작가가 일의 완성을 위해 준비해 둔 원석과 좌대를 다른 데 팔면 얻을 수 있는 대가와 그 사이 노력을 다른 데 써서 얻을 수 있었던 소득을 원심이 손해액에서 공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배상액을 줄이라는 취지의 환송이었다. 작가는 심의를 기다리는 동안 착수할 수 없고, 발주자는 그 사이에 언제든 해제할 수 있으며, 해제 뒤 받을 돈에서는 쓰지 못하게 된 재료값이 공제된다.
법이 만든 것은 의무이지 미술이 아니었다
설치한 뒤의 규정도 있다. 시장·군수·구청장은 미술작품의 관리실태를 연 1회 이상 점검해 기록·관리해야 하고, 그 결과를 담은 건축물미술작품 관리총괄표를 시·도지사를 거쳐 매년 12월 31일까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점검 결과 필요하면 조치도 명할 수 있어서, 문화예술진흥법 제9조의3 제3항 제1호는 미술작품이 철거되거나 훼손되거나 용도가 바뀌거나 분실된 경우 원상회복 조치를 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여기에 단서가 붙어 있다. "다만, 건축주에게 귀책사유가 없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공모에도 층이 있다. 제9조의4 제2항이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에는 공모방식을 의무로 정했지만 민간 건축주는 제1항에 따라 공모를 할 수 있을 뿐이어서, 이 제도가 만든 작품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아파트에는 공모 의무가 없다. 요율이 가장 낮고 공모 의무가 없고 건수가 가장 많은 자리가 같은 자리다.
국가가 미술을 발주한 다른 사례를 문서로 따라가면 대개 돈을 낸 쪽도 발주한 쪽도 국가였는데, 1930년대 미국의 연방미술프로젝트가 그랬고 화가를 고용한 것도 국가였다. 한국의 이 제도는 구조가 다르다. 국가는 돈을 내지 않고 민간에게 쓰라고 명한 다음 무엇을 살지를 심의로 거른다.
의무는 지켜져서 25,866건이 만들어졌고 2조 4,548억 원이 나갔다. 그런데 그 의무가 무엇을 만들라는 의무였는지를 법령은 말하지 않는다. 시행령이 정한 것은 회화·조각·공예·사진·서예·벽화·미디어아트 등 조형예술물과 분수대 등 공공조형물이라는 범위뿐이고, 심의가 보는 여섯 항목 가운데 첫 번째는 가격이다.
그 빈자리를 무엇이 채웠는지는 판결문 세 건이 각각 다른 각도에서 보여준다. 세법은 이 거래의 주된 공급을 심의 통과 용역이라고 판단했고, 시행사 대표는 설치비의 절반을 되돌려받았으며, 조각가는 심의를 기다리다 계약이 해제됐다. 법이 만든 것은 미술을 설치할 의무였지 미술이 아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