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에 꽃 피운 이명복의‘어멍’전
이 세상에 어머니란 말보다 더 편하고 정겨운 말은 없을 것이다. 어깨를 토닥이며 불러주던 자장가로 꿈꾸던 행복은 아련한 그리움으로 되살아난다. 말만 들어도 코끝이 찡해지는 엄마를 형상화한 이명복의 ‘어멍’전이 어버이날에 맞춘 지난 5월4일부터 17일까지 열렸다. 몇 달 전 정영신의 ‘어머니의 땅’ 사진전이 열렸던 ‘나무화랑’에서 다시 그 감회에 빠져든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연 없는 이가 어디 있겠냐마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잊을 수 없는 가슴 떨리는 일부터 생각난다. 낙동강 전투의 최후 보루인 내 고향은 피비린내 나는 전장의 한복판이었다. 내 나이 세 살 때였으나 겁에 질려 울지도 못했다. 포화가 잠잠할 즈음, 어머니는 나를 데리고 살던 집을 찾아 나섰다. 유엔군이 진을 친 남산 아래 미나리꽝 뚝길로 지나칠 무렵, 피 흘리며 쓰러진 군인이 ‘물, 물, 물”이라 외치며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움켜잡았고, 옆에 선 군인은 그냥 가라며 총부리로 위협했다. 겁에 질린 어머니가 간신히 군인의 손을 뿌리치기는 했으나 뒤에서 총을 쏠까 염려되어 등에 업힌 나를 가슴에 끌어안고 뛰셨는데, 어머니의 온몸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 흘렀다. 그때 느꼈던 어머니의 거친 숨결 속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