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낮 기온이 37도를 찍었다. 이런 날 극장에 오시라는 말은 아무래도 염치가 없다. 공연을 알리는 안내문도 그렇게 시작한다. "무더위에 극장에 오시라는 말을 하기에도 머뭇거려지는 날씨입니다만…." 머뭇거리면서도 끝내 말을 꺼낸 그 문장이, 이 공연의 성격을 어쩌면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다. 오는 8월 14일 금요일 저녁 7시, 서울 종로구 원서동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에서 <광복 81주년·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 기념 문진오·신채원 2026 광복절 서사음악회 '다시 찾은 빛'>이 열린다. 이야기가 노래를 부르고, 노래가 이야기를 잇는다 '서사음악회'. 익숙하지 않은 말이다. 노래만 늘어놓는 무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야기를 짓고 들려주는 사람이 있고, 그 이야기가 더는 말로 갈 수 없는 지점에서 노래가 이어받는다. 관객은 한 사람의 생애를 따라 걷다가, 그 생애의 가장 아픈 자리, 가장 뜨거운 자리에서 노래를 만난다. 설명이 멈추는 곳에서 음악이 시작되는 형식이다. 문진오와 신채원은 이 형식을 여러 해에 걸쳐 함께 벼려왔다. 2024년 11월, 경남 남해에서 열린 제3회 남해동학문화제가 그런 자리였다. 신채원이 시나리오를 쓰고 사회를 맡았다.
싱어송라이터 송희태가 오는 8월 23일(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언더그라운드 H에서 콘서트 '슈퍼빌런(SUPER VILLAIN)'을 연다. '2026 송희태 콘서트 – 8월의 이야기'라는 이름을 달았다. 포스터가 한 장의 신문이다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부터 예사롭지 않다. 낡은 갱지 위에 'SUPER VILLAIN'이라는 제호가 큼직하게 박히고 그 아래로 'TODAY'S ISSUE'라는 머리기사가 놓인다. "슈퍼빌런, 영웅인가 악당인가"라는 표제에는 붉은 펜으로 동그라미가 쳐져 있다. '로켓 발사', '미사일로 만든 불바다', '빛의 전사? 정의의 사도?', '핑계가 필요해' 같은 문구가 기사 제목처럼 지면을 채운다. 사진이 들어갈 자리에는 마이크를 쥔 채 목청껏 노래하는 인물의 소묘가 앉았다. 하단에는 큰따옴표를 두른 한 문장이 사설처럼 놓였다. "세상을 구한다는 이름으로, 우리는 무엇을 부수고 있는가." 이 문구는 임의로 고른 카피가 아니다. 표제곡 '슈퍼빌런'의 가사를 그대로 옮겨왔다. 뉴스를 노래로 옮겨온 사람이 이번에는 노래를 뉴스의 형식으로 되돌려놨다. "우주의 평화를 지킨다고" '슈퍼빌런'은 송희태가 올해 1월 10일 공개한 신곡이다. 노래는
8월 5일 주민들을 만난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현실적으로 공사를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앞에서 일곱 시간 동안 노래가 이어진 지 나흘 만이었다. 강원 홍천 풍천리 잣나무숲을 지키겠다며 2019년부터 버텨온 주민들이 기다려온 답이었다. 그 자리에서 주민들은 눈물을 흘렸다. 지난 1일 오후 1시부터 저녁 8시까지, 청와대 사랑채 앞 도로에서는 「베어지기 전에 풍천리」 릴레이 공연이 열렸다. 음악가 13팀이 팀당 30분씩 무대에 올랐다. 홍천 양수발전소 건설로 숲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그 숲과 주민들 곁에 서겠다며 마련한 자리였다. 1936년에 심은 나무들 강원도 홍천 가리산 자락에는 1,800헥타르 규모의 잣나무숲이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 마을 숲에 심은 나무들이 자라 국내 최대 잣나무숲이 됐다. 산림청은 이곳을 '100대 명품숲'으로 꼽았고,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숲은 주민들의 생계이기도 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일대는 국내 잣 생산량의 60~70%를 담당한다. 밭도 논도 넉넉하지 않은 마을에서 주민 열에 일곱은 이 숲이 떨어뜨린 잣을 주워 한 해를 난다. 수달과 삵, 하늘다람쥐 같은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천연기
판화가 오윤(1946~1986)의 40주기인 올해, 철거 위기에 놓인 그의 초기작을 지키기 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오윤 테라코타 보존 기금마련전》이 지난 26일 서울 인사동 관훈갤러리에서 개막해 8월 9일까지 이어진다. 오프닝 행사는 29일 오후 4시 관훈갤러리 3층에서 열린다. 전시가 지키려는 작품은 서울 광진구 구의동 옛 상업은행(현 우리은행) 지점 건물 내벽의 테라코타 부조다. 1973년, 당시 스물일곱이던 오윤이 동료 오경환·윤광주와 함께 만들었다. 군에서 얻은 병으로 제대한 뒤 경주의 전돌 공장에서 흙을 만지던 청년이, 새로 짓는 은행 건물의 안쪽 벽을 맡아 달라는 의뢰를 받아 완성한 작업이다. '칼노래' 같은 목판화로 이름이 알려지기 한참 전, 오윤이 남긴 가장 이른 자국 가운데 하나다. 그 벽이 올봄 건물 매각으로 사라질 처지가 됐다. 늦어도 8월 초까지 부조를 떼어 옮기지 못하면, 반세기를 버틴 작품은 건물과 함께 부서진다. 소식이 알려지자 보존을 요구하는 서명에 시민 1만 1천여 명이 이름을 올렸고, 이 가운데 5천여 명은 추진위원으로 한 걸음 더 들어왔다. 오윤의 차남 오상엽 씨는 "이 벽화는 이제 저희 가족의 것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뉴스아트 편집부 | R&B 싱어송라이터 Shiny(시니)가 신곡 '너에게 전해'를 17일 오후 6시 각 음원 플랫폼을 통해 공개했다. 청량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이다. '너에게 전해'는 이별을 겪은 뒤 남겨진 사람의 시간을 다룬 곡이다. 곡의 화자는 관계가 끝났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과 화해하지 못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먼지가 쌓인 상자, 그 안에서 발견한 편지, 서서히 옅어지는 향기, 아직 두 사람이 함께 담겨 있는 사진 같은 사물들이 차례로 등장하며 감정을 대신 진술한다. 감정을 직접 호소하기보다 남겨진 물건을 매개로 상실을 서술하는 방식은 이별을 소재로 한 국내 R&B 계열 발라드에서 자주 활용되는 화법이지만, 이 곡은 그 사물들을 '보내기 위한 절차'로 배치한다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 미련을 이기고 싶다는 진술과 상대가 다른 계절에라도 남아 있어 달라는 진술이 한 곡 안에 공존하는데, 이 모순이 곡의 정서적 중심을 이룬다. 제목이자 후렴의 마지막 구절인 '너에게 전해'는 곡 전반에 걸쳐 반복되며, 후반부에서는 앞서 등장했던 구절들이 짧은 코러스 형태로 다시 흩어져 배치된다. 편지의 조각들이 흩날리듯
더불어민주당 김현 의원(경기 안산시을)이 지난 7월 6일 대표발의한 두 건의 법률 개정안이 온라인상에서 "혐오 및 범죄조장 음원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회자되며 검열 논란을 낳고 있다. 그러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재된 법안 원문을 확인한 결과, 실제 규율 범위와 조문 구조는 유포되고 있는 서술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 의원, 두 법안 동시 발의…소관위 다르고 형사처벌 조항 없어 먼저 분명히 해둘 점은, "혐오 및 범죄조장 음원방지법"이라는 명칭의 단일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현 의원이 발의한 것은 ①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219775)과 ②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219778), 두 개의 개정안이다. 같은 날 같은 10인이 공동발의했지만 소관 상임위는 서로 다르다. 음악산업진흥법 개정안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관이며, 두 법안 모두 7월 7일 각 상임위에 회부돼 현재 입법예고 기간 중이다. 아직 상임위 상정조차 되지 않은 초기 단계다. 규율 대상은 "혐오 음악 전반"이 아니라 "청소년이 만든 유해 음원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낡은 은행 건물 안쪽 벽. 반세기 가까이 가벽 뒤에 숨어 있던 테라코타 부조 두 점이 철거를 눈앞에 두고 있다. 건물은 올봄 새 주인을 맞았고, 철거는 이르면 2~3개월 안에 시작된다. 행정에 보존을 청원하는 목소리는 이미 1만 명을 넘어섰지만, 행정의 시간은 철거의 시간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시민들이 먼저 지갑을 열기로 했다. 흙을 빚던 노동자 청년들 1973년, 상업은행(현 우리은행) 구의동 지점 객장 양쪽 벽에 마주 보는 부조 두 점이 들어섰다. 한쪽 벽에는 사람의 형상이, 맞은편 벽에는 새의 등을 표현한 추상 문양이 새겨졌다. 흙을 구워 빚은 이 작업을 한 이는 오윤·오경환·윤광주, 세 청년이었다. 오윤은 이 작업에 앞서 1971년 삼각지 지점 부조에 참여했고, 곧이어 입대했다. 위장병이 악화돼 이듬해 조기 제대한 그는 동료들이 이어가던 부조 작업에 다시 합류해 구의동 지점을 함께 완성했다. 이들은 부조를 굽기 위해 경주와 일산에 전돌 공장을 직접 운영하며 흙과 씨름했고, 신라 고분과 와당의 고졸한 미감을 손끝으로 익혔다. 이듬해에는 동대문 지점 부조로 작업이 이어졌다. 노동자였던 청년들이, 노동자들이 매일 드나드는 은행 객
뉴스아트 편집부 | 홍대 앞과 합정동 일대의 문화 지형도에서 ‘지하(地下)’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었다. 주류 제도의 바깥, 자본의 논리가 미치지 않는 곳에서 피어나는 전위(Avant-garde)와 실험의 영토였다. 그 중심에서 오랫동안 한국 실험예술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했던 ‘요기가 표현갤러리’가 긴 잠행을 깨고 지상으로 올라온다. ‘요기가’의 수장 이한주 대표는 오는 2026년 7월 12일,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에 ‘요기가갤러리(YOGIGA Gallery)’를 정식 재개관한다고 밝혔다. 꽉 막힌 지하를 벗어나 따스한 햇살이 드는 건물 2층에 새 둥지를 튼 것이다. 주변의 우려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하다 만 것 같은 아쉬움에 자꾸만 미련이 남아 결국 다시 문을 연다”는 그의 일성은, 젠트리피케이션과 상업화로 퇴색해 가는 홍대 권역의 대안 문화 생태계에 다시 한번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1. 세 갈래의 실험: 섬바디, 갤러리, 그리고 아트숍 새로운 ‘요기가갤러리’는 단순한 화이트 큐브(White Cube)식 전시 공간을 지향하지 않는다. 공간은 크게 세 가지 유기적인 서사로 쪼개져 운영된다. 요기가 섬바디갤러리 (한 작가의 아카이브 기획전시) 한
트로트를 사랑해 한국에 정착한 일본인 가수 마리코와, 밴드 '곱창전골'의 리더로 30년 가까이 서울에서 활동해 온 사토 유키에가 함께 정규음반 《남산타워(Namsan Tower Lights)》를 내놓는다. 두 사람의 첫 합작 정규 1집으로, 60~70년대 그룹 사운드를 바탕으로 한 15곡이 실렸다. 발매는 오는 8월이며, 지금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제작 후원을 받고 있다. 트로트 순례자와 한국 록의 고고학자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은 사뭇 다르면서도 한 점에서 만난다. 바로 '한국 음악'이다. 마리코의 출발점은 팬이었다. 트로트가 좋아 일본에서 한국가요 콘테스트에 나가기 시작했고, 2011년 전국대회를 거쳐 직접 한국으로 건너왔다. 2015년 KBS 전국노래자랑 연말 결산 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았고, 이듬해 1집 《사랑이랍니다》로 한국 CD 데뷔를 했다. 그 목소리에는 80년대 트로트 특유의 결이 있다. 꾸밈음이 자연스럽게 흐르고, 감정이 절제와 넘침 사이를 정확히 오간다. 일본인이기에 오히려 트로트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는 평이 따라붙는다. 사토 유키에의 한국행은 우연에 가까웠다. 1995년, 서른두 살이던 그는 "가장 싸게 갈 수 있는 해외"가
어린 시절 창작동요제를 통해 '예쁜 아기곰', '잔디밭에는' 등을 부르며 대중에게 맑은 목소리를 알렸던 소프라노 스텔라 안(안지현)이 음악과 미술을 결합한 이색 융합예술 무대로 부산 관객을 만난다. 독일 비스바덴 국립극장 출신 성악가이자 화가로 활동 중인 스텔라 안은 6월 19일 오전 11시 부산 을숙도문화회관 소공연장에서 '그림을 그리며 노래하는 모닝 콘서트'를 연다. 이번 공연은 무대 위 라이브 드로잉과 성악, 피아노 연주가 함께 진행되는 융합예술 무대다. 성악가가 직접 그림을 그리며 노래하고, 그림이 실시간으로 완성되는 과정과 음악이 한 공간에서 동시에 펼쳐진다. 스텔라 안에게도 이번 무대는 새로운 도전이다. 그는 성악가와 화가로 각각 활동해 왔지만, 공연 중 직접 그림을 그리며 노래하는 형식의 무대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랜 성악 활동과 회화 작업을 하나의 공연으로 결합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스텔라 안은 부산대학교 음악학과 성악전공을 졸업한 뒤 독일 쾰른음대 디플롬 및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이후 독일 쾰른극장 오펀슈투디오와 비스바덴 국립극장에서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솔리스트로 활동하며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경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