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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비설(飛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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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일 작가 |

 

제주 4.3 사건은 미군정기에 발생하여 대한민국 건국 이후에 이르기까지 7년 7개월 동안 지속된, 우리 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민간인 인명 피해가 많았던 비극적인 사건이다. 1947년 3.1절 기념 제주도대회에서 경찰의 발포로 6명의 민간인이 사망하자, 이에 대해 대대적인 민·관 합동 총파업이 일어났고, 경찰의 무차별 검속과 고문치사가 잇따랐다.

 

이러한 경찰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독선거 · 단독정부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군경 토벌대의 잔혹하고 무차별적인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제주 4.3 평화공원은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2000년) 제정 이후, 정부 차원의 진상 조사가 실시되고, <제주4.3사건진상보고서>(2003) 채택과 함께 고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 사과가 이루어지면서, 2008년에 4.3 사건으로 인한 제주도 민간인 학살과 처절한 삶을 기억하고 추념하며, 화해와 상생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평화 · 인권 기념공원으로 건립되었다. 그리고 2014년에는 4.3 희생자 추념일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었다.

 

현재 4.3 평화공원 위패봉안실에는 1만4117명의 위패가 모셔져 있으며, 행방불명자표석에는 3895기의 시신 없는 희생자 표석이 설치되어 있다. 제주 4.3 사건으로 희생된 민간인은 3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주 4.3 평화공원에는 <비설(飛雪)>이라는 제목의 야외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바람에 흩날리는 눈'이라는 뜻의 이 작품은 군경 토벌대의 대규모 초토화 작전이 벌어지던 1949년 1월 6일, 변병옥(변변생, 당시 25세)과 그녀의 두 살배기 젖먹이 딸이 봉개동 거친오름 북동쪽 지역에서 피신 도중 학살된 후, 후일 행인에 의해 눈더미 속에서 발견된 모녀의 비극적인 죽음을 추념하는 모녀상(母女像)으로 당시 억울하게 희생된 두 생명의 넋을 기리고자 제작 설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