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트 편집부 | 20년 가까이 '개발'과 '사라지는 공간'이라는 주제로 우리 사회의 변화를 기록해온 다큐멘터리 사진가 박김형준이 시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새로운 작품들로 관객을 만난다. 박김형준 작가의 사진전 <겨울조감도>가 2025년 7월 15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종로구의 사진위주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린다. 전시 개막 행사는 15일 오후 5시에 진행된다.
멈춤의 시간 속, 드론으로 찾은 새로운 시선
이번 전시는 모든 것이 멈춘 듯했던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에 시작되었다. 작가는 당시의 상황을 "일도, 사람도, 계절도 멈춘 것 같았던 코로나 시절의 겨울"이라 회고하며, 무력감 속에서 새로운 시작을 갈망했다. 그때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새의 시선'에 대한 오랜 갈망이었다. "사진을 하면서 늘 부러웠던 것이 있다면, 새의 시선이었다"고 말하는 작가에게 드론은 그 갈증을 풀어줄 조력자였다.
작업의 무대는 생활 반경 가까이에 있어 익숙했지만, 무심히 지나쳤던 왕송호수였다. 2021년 겨울부터 네 번의 겨울에 걸쳐, 그는 기온이 영하 10도 가까이 떨어지는 날들을 골라 호수를 찾았다. 땅 위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풍경이 드론의 시선을 통해 펼쳐졌다. 입체적이고 복잡했던 호수의 풍경은 하늘에서 내려다보자 색과 요소가 덜어진 평면적인 추상화로 변모했다.
얼음 위로 얇게 쌓인 눈, 드러나는 물가의 윤곽, 바람의 결을 따라 얼어붙은 물결의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처럼 다가왔다. 작가는 "소리 없이 변해가는 풍경 속에서 어떤 균형과 리듬을 발견했다"며 "선과 면, 빈 곳과 채워진 곳이 드러났고, 그것은 마치 오래 묵힌 마음의 풍경을 꺼내어 바라보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풍경을 넘어 마음을 담다: 치유와 성찰의 기록
<겨울조감도>는 작가에게 이 작업은 "정지된 시간 속에서 새로운 시선을 확보하려 했던 시도이자,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바라보며 마음의 흐름을 따라간 기록"이다. 추위 속에서 드론을 통해 만난 고요한 풍경은 오히려 작가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그 겨울을 견디고 다시 나를 꺼내오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드론이 포착한 이미지는 세상과 나 사이에 생긴 거리였고, 그 거리 속에서 비로소 새로운 이야기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그 시절 작가가 마주한 고요한 풍경과 그 안에 담긴 내면의 감정 조각들을 모은 결과물이다.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시적 변신
박김형준 작가는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비주얼저널리즘을 전공하고, 15년 이상 '개발'을 주제로 다큐멘터리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는 《두리반》, 《화마_포이동》 등 재개발과 사라지는 공간에 관한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해왔다. 동시에 아이들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이들과 사진으로 소통하며 '동네 사진 아카이브'와 같은 공동체 기록 작업을 꾸준히 기획하고 실행해왔다.
이처럼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고 있던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선보이는 추상적이고 시적인 풍경은 그의 또 다른 예술적 면모를 보여준다. '새가 높은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는 의미의 '조감도'라는 제목처럼, 이번 전시는 수평의 시선을 넘어선 작가의 색다른 감성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한여름에 만나는 차갑고 고요한 겨울 호수의 풍경은 관람객들에게 '성하에 주어진 선물'처럼 특별한 사색과 위로의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