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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의 '별을 보러 간 사람' - 평화에 대한 서정적 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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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황경하 기자 | 2024년 현재, 세계는 여전히 깊은 전쟁의 그림자 속에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3년째 장기화되고 있으며, 가자지구의 분쟁은 민간인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반도 역시 끊이지 않는 긴장 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별을 보러 간 사람'은 이 시대가 직면한 폭력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낸다. 『이름을 모르는 먼 곳의 그대에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녹음된 이 곡은, 독립음악가 김인의 예술적 성숙도를 보여주는 동시에 현대 한국 인디음악의 사회적 역할을 재고하게 만든다.

 

이 곡의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운드의 유기적 결합이다. 김인의 어쿠스틱/일렉트릭 기타와 보컬이 만들어내는 따스한 질감은 곡의 정서적 토대를 형성한다. 여기에 신디사이저와 드럼 프로그래밍이 더해져 현대적 깊이와 공간감을 획득한다. 특히 신디사이저의 패드 사운드는 마치 고통을 움켜쥐는 듯한 음향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가사의 정서적 깊이를 청각적으로 구현해낸다.

 

사운드의 배치 또한 세심하게 계획되었다. 도입부의 최소한의 편성에서 시작해, 점차 층위를 쌓아가는 구성은 개인의 친밀한 기억에서 보편적 평화의 메시지로 확장되는 가사의 흐름과 정확히 일치한다. "닿을 수 없는 별이여"로 시작되는 후반부에서 사운드가 절정에 이르는 순간은, 개인의 기도가 인류 보편의 염원으로 승화되는 순간을 포착한다.

 

가사는 세 개의 시간 층위를 섬세하게 직조해낸다. 과거의 평화로운 순간, 현재의 전쟁과 상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교차한다. "그는 별을 보러 달려갔다"로 시작되는 3인칭 시점은 마치 동화처럼 보편적 서사의 가능성을 열어두지만, 곧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는 주관적 감정의 순간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시점의 자연스러운 이동은 개인의 경험이 보편적 공감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따뜻한 냄새가 나는 달 조각"이라는 구절은 이 곡의 시적 성취를 대표한다. 시각적 이미지인 '달'을 후각과 촉각의 영역으로 전환하는 이 표현은, 평화라는 추상적 개념을 가장 친밀하고 구체적인 감각의 차원에서 포착해낸다. "너와 다시 나누어 먹을 수 있다면"이라는 가정은 이 감각적 기억이 현재는 불가능한 것임을 암시하며, 전쟁의 비극성을 한층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별을 보러 간 사람'의 진정한 성취는 전쟁의 폭력성을 고발하는 방식에 있다. 이 곡은 직접적인 분노나 저항의 표현 대신, 평화로웠던 순간의 구체적 감각과 기억을 소환함으로써 전쟁의 부조리를 드러낸다. 특히 "어깨를 포근히 기대어 앉았던 그 밤"과 같은 친밀한 기억의 순간은, 전쟁이 파괴하는 것이 단순히 물리적 공간이나 생명만이 아니라 인간의 가장 소중한 관계성임을 암시한다.

 

마지막 구절의 "너의 평화를 모두의 평화를"은 단순한 희망의 표현이 아닌, 평화의 본질적 상호연관성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개인의 평화가 곧 모두의 평화이며, 모두의 평화 없이는 개인의 평화도 불가능하다는 인식은, 현대사회가 직면한 폭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시각을 제시한다.

 

김인은 "달처럼 먼 곳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면, 전쟁을 벌이는 사람도 죽어가는 사람들도 모두 같은 하늘 아래 작은 인간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우주적 시점은 그의 음악이 가진 철학적 깊이를 보여준다. 전쟁의 무의미함을 거시적 관점에서 조명하면서도, 동시에 개인의 서정적 경험을 통해 평화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방식은 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김인의 '별을 보러 간 사람'은 2024년이라는 시대적 맥락 속에서, 독립음악가가 보여줄 수 있는 예술적 성취의 한 정점을 보여준다. 음악적 완성도와 시적 깊이,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의 보편성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이 작품은, 현대 한국 인디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히 구체적 감각과 보편적 메시지의 균형, 그리고 사운드의 조화는 주목할 만하다. 이는 평화에 대한 깊이 있는 예술적 성찰을 보여주는 귀중한 성취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