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예가 이시야마 토시키와 판화가 노다 테츠야, 그리고 도예가 이영재의 작품이 어울린 세 거장 초대전이 5월 20일부터 27일까지 ‘민예사랑’에서 열리고 있다.
‘민예사랑’ [김포시 월곶면 문수산로434]은 북한의 개풍군을 눈앞에 둔 서해안 최북단의 살림집에 들어앉은 갤러리로 (고) 문영태화백 미망인 장재순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민예사랑'의 개방 전시는 꽃 피는 오월 한 차례만 열린다. 그곳은 정원이 아름다운데다 고가구들이 적절히 배치된 공간의 아늑함이 보는 이로 하여금 행복감에 빠져들게 만든다.
정원에는 돌확과 장대석, 동자석 등 몇백 년은 됨직한 갖가지 골동들이 나무들과 어울려 있고, 전시된 작품이나 생활용품 모두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주변과 조화를 이룬다.
그런 전시 분위기가 작품의 격조를 높이기도 하지만, 그 자리에 놓인 작품 역시 격조가 높아야 차지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초대된 일본 판화가 노다 테츠야는 도쿄예술대학 교수를 역임했고, 도예가 이시야마 토시키는 후나기 켄지에게 사사 받아 염유석탄가마를 축조하는 등 독보적인 도예 작업을 펼쳐 온 작가다. 그리고 이영재는 카셀 미술대학 도예과 연구교수를 역임한 후 현재 독일에서 도자 공방을 운영하는 등 모두 일가를 이룬 명장들이다.
있는 듯 없는 듯한 부드러운 톤의 목판화가 벽에 걸린 가운데, 품격있는 조선 가구가 배치된 적절한 공간을 마치 자기 자리를 찾은 듯이 놓여 있는 작품들이 얄밉도록 앙증맞았다. 도자 숨결이 느껴지는 질감과 우아한 자태의 작품들은 마치 아름다운 삼중주를 듣는 듯 빠져들게 만든다.
노다 테츠야의 판화 작품은 너무 오래되어 곰팡이가 번진 듯한 부드러운 계조로 표현되었는데, 세월을 한 참 거슬러 간 분위기를 연출했다. 작가의 시대적 사유가 내포된 심상미가 예사롭지 않았다.
도예가 이시야마 토시키의 작품은 조선 도자의 전통 기법을 바탕으로 작가의 개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릇의 은은한 빛깔이나 형태가 낯설지만 친숙하게 느껴졌다. 흙 색깔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기법을 여러 작품에 접목해 독창성을 부각시켰다.
“나는 한국 문화가 참 좋다. 멀찌감치서 보기도 하고, 푹 파묻혀도 보는 그것이 마음을 향기롭게 한다“는 이시야마 토시키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전통 형식에서는 벗어났지만 우리 고유의 멋을 한껏 풍기고 있다.
한국적 선의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도예가 이영재의 사발과 호리병 등은 우리 전통 도자의 멋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전통적인 그릇들이 형태 면에서는 단순하고 간결하지만 보면 볼수록 심미감을 더해주는 깊은 맛이 있다.
판화가 노다 테츠야의 섬세한 터치와 일본 북해도의 자연을 닮은 이시야마 토시키 도자기, 그리고 한국적 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이영재의 도자기가 어울린 ‘민예사랑’ 초대전은 오는 27일까지 열린다. (전시문의 010-5357-52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