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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제자리인 주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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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쏟아부어도 나아지지 않는 주식시장
세금으로 금융기관 운용수수료 내는 셈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세계 경제가 예술인 경제 못지 않게 심각하다. 예술인이 퇴직금 받을 일은 거의 없겠지만, 최근의 경기 악화로 그나마 퇴직연금을 헐어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주가 하락으로 수익률이 대폭 낮아진 상태이다. 그래서 살펴봤다. 퇴직연금과 주식시장의 관계.

 

우리나라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미국. 아래 그림은 100년이 넘은 미국 주식시장, 자본의 역사를 보여주는 다우지수 그래프이다. 주가 지수 30달러로 시작하여 3만 달러까지, 미국 주식시장은 대공황 시기를 극복하고 계속 성장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인 코스피는 어땠을까? 1964년부터 주가지수 산출을 시작하여 지금의 시가총액 방식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83년이었다. 그래서 그 시점부터 그래프를 그린다. 300에서 출발하여 3000까지, 미국 못지 않게 우리 경제도 성장했기 때문에 전체 그래프는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주식 시장의 우상향 그래프에 기대어 만들어진 제도가 있다. 바로 미국의 401K라는 연금 프로그램이다. 미국 국민들은 노후에 일하지 않고도 편안히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해서 이 프로그램에 적립해 왔다. 지금 연금을 받는 세대는 마침 운이 좋아 벤처 IT기업의 성장 과실을 따먹게 되었다. 그래서 연금 백만장자라는 말도 나온다.

 

우리의 퇴직연금 제도도 401K를 본 따 만들었으니 목표는 이와 비슷하다.

 

2006년에 시작된 퇴직연금 제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적용되었다

 

원래 이 제도의 목적은 소박하다. ▲사업주가 퇴직금 떼먹지 못하게 매달 적립하게 한다. ▲개인이 노후 연금을 헐어쓰지 않도록 해약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그 대신 퇴직연금 제도를 이용하면 퇴직금에 대한 소득세를 면제해 준다고 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면제가 아니라 유예이다. 연금으로 나누어 받을 때까지 소득세를 유예해 주고, 연금 수령시 원래 냈어야 할 퇴직 소득세의 3분의 1만 연금 받는 기간만큼 분할하여 받는다. 소득세를 깍아주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퇴직금 약 5천만 원에 내야 할 소득세가 대략 300만원인 경우 10년 뒤 이를 연금으로 받을 때 내야 하는 세금은 100만원도 안된다. 연금 수령 기간이 10년이라면, 일년에 10만원 즉 한 달에 만 원도 안내게 되니 부담이 없다. 

 

게다가 퇴직금을 잘 굴려서 수익이 났을 때 내야 하는 기타소득세도 16.5%에서 3.3~5.5%로 낮아진다. 기타소득세를 10%도 넘게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정말 혜택일까?

 

퇴직금이 엄청나게 많다면 큰 혜택이다

 

삼성 임원 정도 되어 퇴직금이 20억쯤 된다면, 세금만 4억~5억 원이다. 하지만 이것을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면 연금 수령 시점에 1억 원 약간 넘는 돈만 내면 된다. 연금을 10년으로 나누어 받는다면 연 1천만 원으로 줄어든다.

 

기타소득세도 절약할 수 있다. 퇴직금 20억 원이 퇴직연금으로 들어오면, 수익율을 연 4%로만 잡아도 연 8천만 원이다. 10년이면 단리로 계산해도 8억 원이다. 이에 대한 기타소득세는 총 1억 6천만원인데, 연금으로 받으면 3500만 원에서 5500만 원으로 낮아진다. 

 

그런데, 퇴직금이 쥐꼬리라면 어떨까? 당연히 감면되는 금액은 매우 적다. 일자리가 불안정해 일찍 퇴직금을 지급받는다면 꽤 오래 돈이 묶이게 된다. 보험처럼 뭔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꼬박 수수료 내면서 퇴직연금에 10년 이상 넣어놨어도 중간에 털어쓰면 세금도 고스란히 다 내야 한다. 어쩌면 그동안 낸 수수료가 세금보다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연봉이 높고 정년이 보장되어 정년 후 몇 년 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제도 아닌가?

 

퇴직연금 제도는 표면상 미국의 연금 프로그램과 비슷하다

 

하지만 내용에 차이가 있다. 먼저, 미국은 연금프로그램인 401K를 거의 국운을 걸고 관리한다. 그 결과 100년이 넘는 미국의 주식시장은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최근 자주 비교 대상이 되는 S&P500과 우리나라 코스피 지수를 비교해 보자. 

 

 

1982년도에 비슷한 기조였던 우리나라 코스피와 미국의 S&P500 그래프를 비교해 본다.  S&P500은 IT버블 붕괴 시기와 금융위기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우상향을 보여준다. 그리고 증시가 급락하더라도 반드시 그 이상 회복한다. 그래서 미국의 연금가입자들은 현재의 급락 상황에서도 그리 불안해하지 않는다.  

 

게다가 미국은 그야말로 혁신을 통한 경제성장 경향이 뚜렷하다. 대표적인 기술 혁신 기업인 아마존, 애플 등은 우리의 코스피지수에 해당하는 미국 주가지수인 다우지수에 들어가 있지도 않다. 그래서 다우지수는 그 영향력 즉 신뢰도가 낮아졌다. 다우의 주가지수는 시장을 제대로 반영하지도 못하고, 혁신 기업들은 다우지수에 편입되고자 노력하지도 않을 정도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은 어떤가.  

 

퇴직연금 본격화한 시기부터 주식시장 횡보로 수익률 저조

 

물론 우리나라 주식 시장도 우상향을 그리고는 있다. 하지만 자체적인 혁신 토대가 부족해서인지, 그 경사가 완만하다. 게다가 국제 경기에 민감해서 떨어질 땐 잘 떨어지는데, 신기하게도 회복에는 느리다. 기름값과 정반대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퇴직연금 제도가 본격화한 2010년 이후로는 더욱 완만해졌다. 너무 완만해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느낌도 있다. 물가상승률과 운용 수수료를 감안하면 남는 게 별로 없으니, 퇴직연금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2010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살 길을 찾기 위해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주식투자에 뛰어들었을 때이다. 퇴직연금도 이 시기에 정책적으로 독려되었다. 금융기관들은 퇴직연금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사업체를 찾아다녔다. 그런데 하필 그 때부터 유독 우리나라 주식 시장은 횡보를 면치 못했다. 


2022년 상반기 경제 기사를 보면, 최근 5년 간 다우지수는 69% 상승했고 S&P500은 약 94%, 나스닥 종합 지수는 143% 상승했다고 한다. 하지만 코스피는 거의 상승하지 않았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좋지 않다는 말이다. 물가는 걷잡을 수 없이 오르니 박탈감이 더욱 크다.

 

정기예금 이자만도 못한 퇴직연금 수익률

 

퇴직연금을 원금보장형으로 예금처럼 그냥 넣어둔 경우에는 수익률이 더 형편없다. 예금처럼 넣어두어도 금융회사는 0.35%~0.49%의 수수료를 매 달 떼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금보장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정기예금보다도 형편없다.  

 

 

그래서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1년 만기 퇴직연금 상품을 만기시 재예치하면, 퇴직연금 가입자 본인의 별도지시가 없어도 자동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내는 상품으로 갈아타도록 하는 것이다.

 

2019년 이 제도 시행 이후 수익률이 약간은 나아졌지만, 그 이후 이자율이 올라가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은 여전히 1~2%대 수익률에 머물고 있다. 금융권에게 퇴직연금은 한 번 유치하면 거의 움직이지 않는 '잡은 고기'이기 때문에 투자관리에 신경쓰지 않는 경향은 여전한 듯하다. 가만히 둬도 수수료가 나오는 화수분이랄까.

 

게다가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종신지급이 아니다. 연금지급시점까지 적립된 금액만 정해진 기간 동안 할부로 지급된다. 부가적인 보장도 아무 것도 없다.

 

퇴직연금은 연금이 아니라 '투자'상품이란 걸 명심해야 한다. 투자가치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퇴직금에 대한 소득세만 낸다면 언제든지 해지도 가능하다. 꼭 연금으로 받지 않아도 된다.

 

물론 예술인들은, 수익률이고 뭐고 우선 퇴직금이라도 받아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