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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만지고 놀라고 감탄하라, <모두의 어떤 차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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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윤석렬 대통령 부부가 지극히 관심을 보인 덕분에, 탁월한 장애 예술인이 세상에 일제히 모습을 드러낸 듯하다. 이들은 장애를 바탕으로 더 작품에 집중하고 더 독창적인 시각을 보여주기도 한다. <모두의 어떤 차이>도 그렇다. (전시관련 상세정보 한국·캐나다 수교 60주년 <모두의 어떤 차이>展)

 

故이원형 작가를 추모하는 전시이기도 한 <모두의 어떤 차이>를 보기 위해 청계천 바로 옆 미래에셋 건물 2층의 KF갤러리를 찾았다. 도슨트 시간을 놓쳤지만, 단 한 명의 관람객을 위해서도 도슨트가 언제든 출동하여 적극적으로 설명한다. 어찌나 열정적인지, 도슨트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꼭 관람하는 게 좋겠다 싶을 정도.

 


故이원형 작가는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는 물론 온 몸의 뼈가 틀어져 등도 굽었다. 대학 시절 접한 그림에 빠져 회화 작가가 되었지만 생계를 이어가기가 어려웠다. 회계사로 일하면서 미술을 계속했고, 2007년 60세의 나이로 회화가 아닌 조각으로 비로소 주목을 받았다.

 

 

그가 만든 청동 작품들은 사람의 손길을 좋아한다. 만질수록 청동의 색이 좋아진다고도 한다. 그래서 큐레이터는 자꾸 만져보라고 권한다. 용접이 아닌 통주물로 만들어진 작품은 이전 전시에서 많은 손길을 받아서일까 만져보면 왠지 따뜻하다. 

 

 

벽면에는 픽셀 김(김현우)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다. 픽셀로 가득한 선명한 작품 세계를 완성도 있게 보여준다. 그는 "픽셀은 기억"이라고 한다.  픽셀 김은 처음에 각 픽셀에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를 적었다고 한다. 관계 맺고싶은 욕구를 담은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제 픽셀은 색으로 채워진다. 작가로서 많은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픽셀에 관계에 대한 느낌을 담는 모양이다.

 

 

개인적 경험, 개인사를 그림에 담기 때문에 장애 예술인들은 작품이 팔리는 것을 생각보다 즐기지 않는다고 한다. 개인의 추억과 기억이 떨어져 나가는 기분인 모양이다. 그림이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 뒤에야 조금은 편안해졌다고 한다.

 


학창 시절 칠판에 적힌 기호와 수학공식이 아름다워 이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에게 픽셀은 관계를 향한 창이기도 하니, 픽셀 위에 얹은 수학 공식은 관계와 관련된 어떤 수수께끼이기도 한다. 수학공식처럼 관계도 푼다고 하지 않는가. 

 

 

전시장  안쪽에는 캐나다 장애인 화가들의 작품이 있다. 한국과 캐나다 작가들이 먹물이나 한지 등 미술 재료를 보내주거나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기는 해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받지는 않았다고 하는데도 작품은 묘하게 닮아있다. 작품은 네모난 캔버스를 벗어나 더욱 과감하다. 도발적인 색채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들어간 듯하여 빠져나가고싶지 않다. 여기 머물며 상상하라!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쓰면 좋을 듯하여 공들여 찍어 봤다. 발디딘 세계가 시시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때 몽상하기에 딱 좋은 그런 세계가 나타났다.  나를 데려가, 너의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