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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특정공연, <제자리>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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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금) ~ 25일(토), 모두예술극장
해외 In-Situ 예술 프로그램을 초청, 한국 무대에 올리다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미술에 장소특정미술이 있다면 공연에도 장소특정공연, 인시추(In-Situ)라는 것이 있다. 작품이 창작된 특정 위치에서만 완전한 의미를 가지며, 그곳과의 상호작용에서 예술 작품이나 예술적 표현이 더 깊은 의미를 얻는 종류의 작품을 말한다. 공연의 경우 출연자의 상황이나 경험, 내면 상태 또한 환경의 일부로서 작품에 포함된다. 

 

지난 10월 24일 개관한 장애인 표준 극장인 모두예술극장에서 이런 장소 특정 예술인 <제자리>가 막을 올린다. 짐작하듯 이 공연은, 출연자들의 상황과 내면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반영한 작품이다. 정식 공연 하루 전 드레스 리허설을 언론에 공개했는데, 기대 이상의 감동과 완성도로 장애예술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공연은 지난해부터 준비되었다. 장애를 가진 출연자가 필요했다. 출연자 공모에 30명 정도가 지원했는데, 응모한 사람 대다수는 비장애인이었다. 결국 장애를 가진 지원자는 거의 다 발탁됐다. 그렇게 장애인 5명 비장애인 4명으로 이루어진 팀이 만들어졌다. 

 

 

출연자들은 프랑스에서 날아온 연출팀과 총 4번의 워크숍을 통해 팀웍을 다지고 공연의 방향을 정했다고 한다. 미셸감독은 순간의 경험과 이를 통해 삶의 강력함을 느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그는 이번 공연에 참석한 배우들이 인간적, 문화적, 예술적 경험을 하면서 서로 '관계맺기'를 기대했다. 이를 위해 배우들은 자신과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했고, 이를 바탕으로 협업했다. 

 

 

 

 

 

 

 

 

 

 

 

 

 

 

 

이제 기사 처음에 언급한 이승규 배우의 비밀(?)을 밝힐 때이다. 그는 시각장애인이다. 

 

공연 뒤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승규 배우가 시각장애라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내용 이해가 쉽지 않았겠냐는 질문이 나왔다. 연출은 맞는 지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또 다른 기자는 그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선입견 없이 볼 수 있었고, 시각장애라는 사실을 알고 더욱 놀랍고 감동적이었다고 하였다.

 

장애예술은 장애를 전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무대는, 비장애인이 장애인처럼 연기할 수 있는 곳이고 그 반대이기도 하다. 이번 무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그런 구분이 필요없을 정도로 모두가 섞이고 모든 차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상태, 그것이야말로 'In-Suit', 모두 제자리에 있는 것이지 않을까?

 

무대는 세상에서 벗어난 공간입니다. 모두가 잘 보이고 서로를 잘 들을 수 있어요. 우리는 오디션에 실패하지 않은 것 같네요. 저는 배우 하나하나의 빛남을, 그들의 존재를 부각시키고자 했어요. 배우들은 연령, 장애여부, 예술적 경험 면에서도 모두 매우 다르고 복잡합니다. 하지만 우리 제안을 신뢰하고 받아들였어요.  --- 미셸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