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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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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한 국립극단 담론(1)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국립극단은 명동에 있다가, 장충동에 있다가, 서계동에 있다가, 서계동 극장이 헐리는 바람에 이번에는 대학로로 갔다. 그 과정에서 국립극단은 점점 더 폐쇄적으로 되면서 고립됐다. 지금 국립극단의 이미지는 어떨까? 

 

서울연극협회에서 한국연극평론가협회와 함께 지난 12월 4일, 이런 현실에 처한 국립극단의 미래에 대하여 정책 세미나를 열었다. 지난 해 서계동 국립극장 철거 문제로 인해 연극의 미래를 다시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연극인들은, 제대로 된 국립극장 건립에 앞서 국립극단의 위상과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3회에 걸쳐 진행될 국립극단 정책 세미나 내용을 뉴스아트에서 요약정리하여 소개한다.

 

 

73년 동안 이리저리 흔들린 국립극장

 

첫 번째 세미나의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김성희 연극평론가는 1950년에 창단돼 73년 역사를 가진 국립극단 역사를 돌아보았다. 국립극단은 전쟁 직후 어려운 시절에 창단하여 지금까지 이어온 아시아 최초의 극단이다. 하지만 국립극단은 자기 방향성 없이 정책 결정에 의해 이리저리 흔들렸다.

 

1950년대에 국립극단은 국립극장 전속단체로서 일주일에 수 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니, 사실상 '최전성기'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962년 국립극장은 공보부 산하가 되었다. 정부의 정책 홍보에 사용되는 것은 물론, 공무원 극장장과 자율성 침해 등이 있었다. 게다가 이 시기 동인제 극단들의 소극장 연극이 활성화되면서 국립극단의 위상은 급격히 약화되었다.

 

유신통제와 극장 대형화로 관객들이 외면하다가...

 

1973년, 장충동에 1500석 규모의 대형 극장을 지어 국립극단이 공연하게 하였다. 내용은 유신시대의 통제를 받고 형식은 대형화되면서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이에 77년부터 국립극단도 소극장 공연을 시작했다. 그리고 창단 이후 처음으로 극단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잡았다. 새로 취임한 허규 극장장은 세계의 고전을 소개하고 해외 연출가를 초빙하여 공연 수준을 높이고 동시대적 공연미학에 접목하고자 했다. 그 결과 90년대에는 비로소 국립극단다움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평가된다.  

 

재단법인 독립 뒤 사라진 지향성과 정체성, 명동극장까지 없애고

 

2010년부터 국립극단은 재단법인으로 독립하고 서계동에서 활동했다. 전속단원제를  폐지하고 제작극장이 되었다. 하지만 예술감독의 임기가 3년으로 제한되고, 제작 극장 시스템을 이용한 다작 중심주의로 흐르면서 국립극단의 '지향성'과 '정체성'은 사라지고 국립극단의 예산과 스태프, 그리고 국립극단의 브랜드를 쓰려는 민간극단만 남았다는 인상을 주었다.  

 

 

2015년, 국립극장은 명동예술극장과 통합했다. 당시 문화체육부가 예술분야 공공기관 운영을 '합리화'한다면서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국립극단은 명동예술극장을 운영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명동예술극장은 그 역사성과 상징성, 장소성이 가진 특별한 위상과 존재감, 그리고 폭넓은 고정 관객을 잃게되었다. 

 

이후 블랙리스트 사건과 미투 사건이 연극계를 강타했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국립극장은 자신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사유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창단 70주년을 보내버렸다. 

 

'기회균등' 성과 뒤 '예술적 수월성 미달'이라는 그늘

 

2021년 김광보 감독은 기회의 균등을 강조하면서 배리어프리 공연을 적용했다. 젊은 연극인에게 많은 기회를 주었고, 동물권, 기후 위기 등의 주제로도 공연을 올렸다. 그러나 이 시도는 국립극단에 기대하는 "예술적 수월성"을 충족하는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해외 제작극장들은 적어도 2년 정도 앞서 나가는 기획과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다. 국립극단이라면 한국 연극을 선도하는 예술적 수월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국립극단의 위상을 높인 것은 한국인의 시원탐구, 현대 관객과의 소통, 우수 레퍼토리 개발 등이었다.

 

창작자 위주 제작극장, 관객 소외되지 않게 하려면

 

기회균등 명목으로 창작자 위주로 제작하는 방침은 관객을 소외시킨다. 영국 국립극단은 "가능한 폭넓은 관객을 대상으로 영국 모든 지역을 순회공연"한다는 목표로 관객 중심주의로 운영한다. 최우선 순위는 우수한 예술가나 공연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관객이 연극을 향유하게 하는 것이라야 한다. 

 

국립극단의 행로는 여러 번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흔들려 왔다.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공사 때문에 또 다시 밀려난 국립극단은, 이번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