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지난 1월 24일 상암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사업설명회에서 드러난 2014년도 사업의 특징은 ▲줄어든 예산, ▲자기부담금 신설, ▲사업기간 축소, ▲일부 사업지원은 사업자만 가능, ▲앞으로 사업신청은 위원회 홈페이지가 아닌 'e나라도움'을 이용 할 것 등이다. 

 

악명높은 'e나라도움'을 영화인들도 이용하게 되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e나라도움 이용일 것이다. 정부에서 국고보조금 관리를 강화하면서 모든 보조금사업이 e나라도움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몇 년 전부터 이를 적용 받은 예술인들은 e나라도움시스템에 적응하고 사용법을 익히는 과정에서 그 복잡성과 난해함으로 인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받았다. 

 

e나라도움은 수 천억 원의 국가기간 사업에서도 이용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복잡하고 난해하고 정교할 수밖에 없는데, 이 시스템을 소액 보조금 지원에도 사용하다보니 분업이나 전문가 이용이 어렵고 어쩌다 한 번 사용하는 개인사업자들은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사업설명회 현장에서는 e나라도움 이용과 관련해 어떤 동요나 질문이 없었다. 영화인들은 e나라도움에 대하여 잘 모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웬만큼 숙련된 행정가도 패닉 상태로 만드는 것이 e나라도움이다. 미리 테스트하면서 숙지해야 사업공고 마감 전에 지원 및 서류 제출을 제대로 마칠 수 있을 것이다.

 

자기부담금 10%가 신설된 이유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제작 등의 지원 사업에서 자기부담금 10%가 신설된 이유에 대하여 플로어에서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하여 명쾌한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다만, (정부부조금 사업에서) "통상 자기부담금은 발생한다."는 말을 시작으로 정부의 압박으로 만들 수 밖에 없었다는 뉘앙스의 답변이 있었다. 

 

민간경상보조라는 건 원칙적으로 민간사업의 일부비용 부담이다... 작년에 여러 층위로 감사 및 점검이 있었고... 여기서 보조금 100프로 사업 구조에 대하여 경고를 받았다.  

 

사업기간 축소 및 사업자만 지원 가능해진 이유

 

문화체육관광부는 2023년, 영화제작지원사업 예산의 최근 3년 집행률이 30~40%에 불과하다면서 '실패'로 규정한 바 있다. 현장에서는 영화제작기간을 감안하지 않고 계산한 결과라고 항의했다.

 

이번에 15개월이던 사업기간을 2024년 연내 완료로 조정한 것은 이 영향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촬영개시 작품은 신청불가했던 이전 규정을 "촬영진행률 30% 이상 작품 신청 불가"로 바꾸었다. 

 

사업자만 제작사업에 지원할 수 있게 된 이유

 

플로에서 개인적으로도 지원할 수 있었던 제작사업 지원 자격을 사업자로 제한한 이유에 대한 질문이 있었지만 결국 명확한 이유를 듣지는 못했다. 다만, 전년도에 순제작비 1억원 이하의 지원이 신설되면서 보조금만으로 영화제작이 가능해진 현실을 언급하면서 이 또한 자부담과 연관된 제도변화임을 시사했다. 

 

영진위는 통상적으로 영화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은 3억~4억 원이며 이정도 예산을 운영하려면 제작사라야지 개인이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싶어 개인도 제작사를 설립하여 예산을 운영하도록 유도해왔다고도 덧붙였다.

 

유인촌 장관의 정책기조에 따른 예산 삭감 폐지?

 

2024년 문체부의 전체 예산은 전년도 대비 3.5% 증가했고 그중 문화예술 분야 예산은 1.9% 감소했다. 2024년 영진위 예산은 734억원으로 전년도 850억원 대비 13.65% 감소했다. 영진위의 2022년 예산은 1100억원으로 3년 연속 1000억대였지만, 코로나 이후 영화발전기금이 대폭 줄어들면서 예산이 줄어들었다.

 

세수가 줄어듬에 따라 정부는 긴축재정, 보조금 감축 및 각종 부담금 경감을 요구했다. 이에 영진위 각종 사업도 대폭 축소 또는 폐지되었다. 특히 극장용이 아닌 애니메이션과 지역 영상 생태계 기반 마련 사업은 전액 삭감되었다.

 

영상전문"투자"조합 출자는 3배 이상 증가

 

예산이 줄어든 상태에서 국제 영화제와 국내 영화제가 통합되면서, 소규모 국내영화제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영상전문투자조합 출자는 80억원에서 25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민간투자를 유지확대할 목적이다. 

 

2014년 예산 편성에서는 '될 놈 밀어준다'는 유인촌 장관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는 "...예술영화, 독립영화, 애니메이션영화, 소형영화 및 단편영화의 진흥... 지역 영상문화 진흥"이라는 영진위 설립 목적에 위배된다. 

 

영화발전기금 및 영진위 미래 불투명

 

올해 1월 8일자로 임기를 마친 영진위 박기용 위원장은 영화발전기금의 미래가 불투명하여 영진위가 안정적으로 재원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적 고충과 함께, 그동안 사업 예산과 관련해 욕을 정말 많이 먹었다는 개인적 고충도 털어놓았다. 

 

 

그는 그동안 영진위 수장으로서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기재부와 문체부 지시대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겪은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예산을 못 지켰다', '무능하면서 자리만 지킨다' 등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은 것 같다"는 말로 요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