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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자녀돌봄, 연내 법제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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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지난 2월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예지, 이상헌 국회의원 주최로 "예술인 자녀돌봄 지원사업"에 대하여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예술인 자녀돌봄 지원사업의 필요성은, △공연이 끝나는 늦은 시간이나 주말까지 언제든지 자녀를 돌봐주는 보육시설이 △야간에 대중교통으로 접근 가능한 곳에 거의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번 토론은, 전액 삭감되었던 예술인자녀돌봄센터 예산을 다시 확보해 준 김예지 의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으며, 토론에 앞서 이상헌 의원의 영상 인사, 김예지 의원,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하 예복) 박영정 대표, 서울연극협회 박정의 회장,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방지영 이사장 등 총 6명의 환영사 및 축사가 있을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네트워크가 중요한 예술활동, 고립된 육아는 더욱 치명적

 

예술인자녀돌봄센터 예산을 내년에도 확보할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자녀 돌봄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예술인들은 이날, 단지 자녀돌봄을 넘어서서 '부모-예술인'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그 정체성에 대한 고민까지 논의를 발전시켰다. 

 

예술활동에서는 네트워크가 그 어떤 분야에서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에 부모-예술인이 육아과정에서 고립되는 것은 여느 경력단절보다 훨씬 중대한 문제라는 것이다.

 

전체 평균보다 낮은 예술인의 결혼출산율, 이유?

 

2021년 기준 예술인의 결혼율은 30대는 22.1%(전체 평균 32%), 40대는 68%(전체 평균 82%)로 전체 평균보다 10% 이상 낮다. 유자녀 비율은 30대는 61%(전체 평균 79%), 40대는 80%(전체 평균 95%)로 전체 평균보다 15% 이상 낮다. 

 

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성연주 교수는 발제문에서, 육아에 훨씬 불리하며 수입도 적다는 예술 현실 때문에 이런 통계가 나오는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청년 뿐 아니라 '부모-예술인' 특성도 고민할  때

 

성연주 교수는 자녀 친화적인 예술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해외의 '부모-예술인 가이드라인'과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유자녀 여성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출산트랙' 등을 예로 들면서, 청년 예술인 뿐 아니라 '부모-예술인' 특성을 고려한 정책도 고민할 때라고 하였다.

 

 

법무법인 덕수의 임애리 변호사는 지금의 방식은 예복과 수탁기관(서울 아가야  사회적 협동조합) 간의 사적인 계약으로 대외적 효력이 없어 돌봄 사업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예술인 복지법」 개정으로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예술활동을 확보할 방법을 공유했다.   

 

예술인의 보육환경 특성 고려한 제도적 보장 필요

 

그는 "공적돌봄제도를 규정한 다른 법률과 구분하여, 예술인의 고용형태 및 경제적 불안정, 보육 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한 예술인 자녀 돌봄 지원사업의 제도적 보장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예복의 설립 근거 법률인 예술인 복지법을 개정하여 예술인자녀 돌봄 지원사업을 명시할 것 ▲기본적인 내용을 법률로 정할 것,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조항을 삽입할 것, ▲문화체육부(이하 문체부)장관이나 예복을 의무 주체로 명시할 것, ▲기타 세부적인 내용은 개정안 입법 후 시행력 및 시행규칙과 시행지침으로 구체화할 것, ▲특수한 시간에 일하는 예술인 자녀 돌봄시설 소속 돌봄전담사도 근로기준법을 기준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할 것 등을 제안했다.

 

정규직 중심 사회에서 예술인 사회보장이 어려운 이유

 

이후 토론에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양혜원 문화연구본부장이 "대표적인 승자독식 시장"인 예술계 특성을 지적하면서 이를 고려한 복지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정규직 전일제 근로자를 주된 대상으로 하는 우리의 사회보험제도로 인해 예술인이 사회보험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하면서,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을 측정하기 어려워 계약문화가 자리잡기 어렵고 ▲전반적으로 수입이 낮아서 사회분담금에 기초한 사회보장 설계도 어려우며, ▲장르별 생애주기나 커리어 주기도 편차가 크고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조직이 없어 단체교섭도 어려운 예술인 복지정책을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재직증명서 대신 예술활동증명으로 초등돌봄시설도 이용하도록

 

양본부장은 예술인자녀 돌봄 지원사업 제도화 가운데 특히 예술활동증명이 완료될 경우 이를 재직증명서처럼 인정하여, 초등돌봄시설도 이용할 수 있도록 교육부, 복지부 등과 문체부가 지속적으로 협력할 필요를 지적했다.

 

2020년부터는 예술활동증명으로 5세 미만의 돌봄시설은 이용할 수 있지만 초등돌봄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이에 유일하게 초등어린이까지 통합돌봄이 가능한 예술인자녀 돌봄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예술인들이 있다. 구로미술협회의 양정아 사무차장도 이런 점에서 "예봄과 반디가 최선의 정책이었고 최고의 혜택이었다"고 하였다.

 

 

민간 연극인복지재단이 만든 돌봄센터,

홍보에만 이용하고 10년 넘게 법 제정조차 안한 문체부

 

극단 수수파보리의 정안나 대표/연출가는 예술인자녀 돌봄 센터는 2014년 연극인복지재단이라는 민간단체를 조르고 졸라 연극인부모협동조합까지 만들어가면서 간신히 이뤄낸 사업이었다고 사업 배경을 소개했다. 하지만 연극인복지재단은 2017년 법제도 미비 등으로 사업에서 손을 떼야 했다. 


2017년 이후로도 이 사업을 지키기 위해 애쓴 연극인부모협동조합은 결국 해체되었다. 하지만 예술인자녀 돌봄사업은 "2호점이 생길 정도로...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선전되고... 문체부와 예복은 공을 가져가기만 하고 관련 법 제정 추진하지 않았"다. 정안나 대표는, "이 불안한 집에서 우리는 언제까지 아이를 맡겨야 하는 걸까요?"라고 물었다.  

 

연극인을 빼가기만 하고, 훈련기금 한 푼 안내는 제작사

그런 환경에서도 다자녀 연극인 가정이 많은 이유, 반디볼돔센터

 

정대표는 배우 훈련기금으로 반드시 일정 금액을 후원하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숙련된 배우를 빼가면서도 연극인복지재단에 기부금 한 번 내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는 '생산성'이 없음에도 고독하게 경력을 쌓아가는 무명배우들 덕분에 가능한 것인데, 그러한 '부모-예술인'들을 위해 연간 5억원의 자녀돌봄 비용을 쓰는 것이 아깝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지구인과 소통되지 않는 '외계인'이라고 느낄 수 밖에 없다는 말로 답답한 심정을 대신 하였다.

 

 

극단 야간비행의 천윤경 배우도 반디 돌봄센터를 이용하였으니까 아이를 셋이나 낳아 키울 수 있었다고 하면서 전국에 딱 두 곳인 예술인자녀 돌봄센터를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공연예술인노동조합 이종승 위원장도 "제 이웃에 사는 예술인 가정은 6년 만에 아이를 네 명 낳았다. 우리 극단의 부부단원들이 다 2명 이상 낳았다. 모두 반디 돌봄센터를 이용한다."고 하였다. 예술인자녀돌봄센터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날 끝까지 자리를 지킨 김예지 의원은 "(예술인이라는) 외계인과 지구인 간의 소통을 매개해야 하는 저는 얼마나 어렵겠냐"고 농담을 하면서 21대 국회 회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예술인자녀들을 안정적으로 돌볼 수 있도록 예술인복지법 개정을 끝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혀 참석한 예술인으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