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누가 북을 잘 치나 대회, 올해 관전포인트

URL복사

4월 20일~21일, 전주 덕진예술회관

뉴스아트 김시우 기자 |

 

제 44회 전국고수대회가 열린다. 말 그대로 최고의 고수를 가리는 자리로, 고수가 주인공이 되어 고법 단일종목만 경연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고수대회다. 

 

 

클래식에는 반주자대회가 없는데 국악에 고수대회가 있다는 건, 그만큼 국악에서 고수의 비중과 중요성이 크다는 말이다. 일 고수 이 명창(一鼓手二名唱)이라 하듯, 판소리 공연은 명창과 고수의 2인 공연이라고 봐야 한다. 

 

지금 판소리 고법은 중요무형문화재 제 59호로 지정되어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고법을 판소리 반주 정도로 생각해 고수를 따로 내세우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조선조 명고수들의 이름은 전해지지 않는다. 고종 말기부터 크게 발전하기 시작한 판소리 고법은 1970년대 이후에야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명창 없이 고수를 가릴 수 없다. 그래서 전국고수대회에 어떤 명창이 출연하는지도 관전포인트다. 무형문화재 명창들로부터 갓 명창이 된 소리꾼까지 다양하게 출연하여 관객들에게 귀호강을 시켜주는데, 올해는 김선이, 왕기석, 김세미, 박미선, 허애선, 문영주, 김찬미, 임현빈, 현미, 강민지, 박가빈, 박현영 등 12명의 명창이 출연한다.  

 

이 가운데 박가빈 명창은 2022년 제26회 송만갑판소리·고수대회 명창부 대상으로 대통령상을 받아 명창이 되었고, 박현영 명창은 같은 해 제 48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판소리명창부 장원으로 대통령상을 받아 명창이 되었다. 이번 출연진 중 가장 어린 이들 명창의 무대도 기대된다.    

 


 

고수들이 어떤 소리꾼과 합을 맞출지는 추첨을 통해 결정된다. 고수들은 자기 순서가 되면 단상 앞 추첨함에서 무작위로 소리꾼을 뽑기 때문에 경연 직전까지도 누구와 합을 맞추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이 대회가 공정성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고법은 도제식으로 전수되기 때문에, 이 대회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고수'가 나오기도 한다. 2011년에 있었던 31회 대회에서는 당시 해경선박의 기관장이던 김성식 경감이 대상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22년에는 무려 17년 동안 이 대회에 참가한 권은경 고수가 마침내 대상을 받아 "끈기와 집념의 화신"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올해는 또 어떤 고수가 나올지 기대된다.

 

전국고수대회는 1981년 전주에서 시작됐다. 국악 전도사였던 전주의 외과의사 천희두 박사가, 고수 등용문이 없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여 기금을 조성하기 시작했고, 많은 국악 애호가들의 지원을 받아 1981년에 첫 대회를 열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대회는 곧 고수들의 등용문이 되었고, 이후 고수들의 위상도 더 높아졌다. 중간에 고법 단일종목이 아닌 종합대회로 바꾸자는 말이 나오고 대회 최고상인 대통령상이 없어질 위기도 겪었지만, 고비를 잘 넘기며 고법 단일종목대회의 권위를 유지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