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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드라마는 삼일로 창고극장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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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목)~5월 25일(일) 서울 모노드라마 페스티벌
해외 2작품, 국내 5작품 참가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한국 연극 부흥의 토대가 소극장이라면, 소극장의 토대는 모노드라마다. 그리고 모노드라마의 대명사, 추송웅 배우의 '빨간 피터의 고백'은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탄생했다. 그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오는 4월 11일(목)부터 "2024 서울 모노드라마 페스티벌"이 열린다. 

 

 

그간 관광과 축제 위주의 문화정책으로 점점 설 곳이 좁아지던 소극장 연극, 극장 대형화와 그에 맞춘 화려한 볼거리로 쇠퇴 일로였던 모노드라마를 본향으로 불러들인 것은 한국연극협회다. 기존 실험정신으로 충만했던 삼일로창고극장의 역사를 이어가며 소극장 본래의 성격에 맞는 모노드라마 창작을 활성화하고자 기획된 축제다.

 

1월에 공모하여 국내에서 92개, 해외에서 20개 작품이 접수됐고, 그 중 국내 5개와 해외 2개 작품이 선정됐다. 이 가운데 가장 완성도와 관객 공감도가 높은 작품 하나는 국제 청소년 연극제인 "이집트 샤름엘셰이크 국제 청년 연극제(SITFY)" 참가자격과 900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SITFY 위원장이 직접 작품을 선정한다고 한다.

 

지난 4월 5일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서울 모노드라마 페스티벌 제작발표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개막작 1개와 국내 선정작품 5개가 소개되었는데, 장두이 배우의 <돌아온 빨간 피터>의 한 장면도 직접 볼 수 있었다. 

 

 

네덜란드 작품 <Funda Keeps Rolling On>은 하반신 장애를 얻은 EMRE ERDEM이 휠체어를 탄 채 공연한다. 자기 인식과 상실, 가족과 위선 등에 관한 아이러니가 담긴 실험적인 모노드라마 공연이다. 이 공연은 북마케도니아와 우크라이나 국제 모노드라마 페스티벌에서 공연되었다. 장애 배우 초청은 비용이 많이 드는데, 네덜란드 대사관에서 일부 지원해주기로 했다.  

 

영국의 Emily Carding는 <Richard Ⅲ>을 무대에 올린다.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를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관객이 극 중 배우로 참여하는 관객 참여형 공연이다. 여성 배우가 셰익스피어 연극의 다양한 역할을 젠더를 넘나들며 어떻게 소화해 내는지가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Emily Carding의 <리처드 3세>는 2015년 에든버러 프린지에서 ‘바비’ 상 외에도 다수의 상을 받으며 극찬을 받았다. 그는 프라하 프린지 역사상 전례가 없을 정도로 상을 휩쓸었다. 

 

극단 함께 걷는 사람들의 <돌아온 빨간피터>는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어느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를 이 각색한 것으로, 장두이 배우가 공연한다.  원 제목은 <빨간피터의 고백>인데, 삼일로 창극장에 다시 돌아와 공연하게 되었기 때문에 <돌아온 빨간피터>라고 하였다.

 

 

극단 ‘도시락’의 <하이타이>는 한국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의 최초 응원단장이었던 ‘임갑교’라는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국립극단에서 만든 대본인데 이번에 김필 배우가 연기한다. 80년 5월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이 야구장에서 쏟아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의 전통 ‘굿’ 형식을 차용한 극단 ‘지정남’의  <지정남의 오월 1인극 환생 굿>은 80년 5월 당시 투옥되거나 고초를 겪고 이름없이 죽은, 주먹밥을 짓고 헌혈을 한 이름없는 자들을 위해 무대에서 하는 씻김굿이다. 관객은 화순 능주 씻김굿 예능보유자의 구음을 직접 듣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극단 ‘창작집단 거기가면’의 <The One 시즌3>는 광대가 되고 싶었던 노인의 삶을 가면극 형식으로 만든 것이다. 노인(배우 백남영)이 죽은 직후 무지개 다리를 건너기 전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내용이다. 대사는 별로 없고, 마스크를 바꿔 쓸 때마다 관객이 직접 간단한 지문을 읽어 장면을 설명한다. 그래서 전 연령, 심지어 외국인도 관람 가능하다.  

 

극단 ‘아리’의 <어느 배우의 이야기>는 <써니>를 원작으로 한다. 배우 허윤정이 실의와 좌절을 딛고 행복을 찾아가는 어느 여배우의 삶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준다. 뮤지컬로 공연한 적도 있는데, 이번에 화려했던 무대를 간소화하여 모노드라마로 선보이면서 깊이를 더했다. 재활용품을 극적 오브제로 활용했다고 한다.

 

 

삼일로 창고극장은 1975년 가정집을 개조하여 개관한 한국최초의 민간 소극장이다. 여섯 번의 개폐관을 거쳐 2018년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 주도로 다시 개관해 민관 공동운영단 형식으로 운영해왔다. 2026년에 임대 종료되는데, 남은 3년은 한국연극협회에서 운영할 계획이다. 이후 민간에 이양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작은 공간이지만 상생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창고극장 1층을 ‘빨간 피터의 고백 포토 존’을 설치해서 서울시민, 해외관광객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명동성당 방문객과 중구 주민이 이용하기 좋다.

 

 

한국연극협회 회장이자 삼일로 창고극장 대표인 손정우 이사장은 "극장은 센터에서 주변으로 퍼져야 한다"고 하면서, 삼일로 창고극장이 경계없는 공간이 되어 소극장 문화를 융성하는 구심점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