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트 편집부 | 법률 지식이 부족해 불공정 계약에 발목 잡히는 예술인들을 위해 인공지능(AI) 변호사가 나섰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복잡한 계약서를 누구나 쉽게 작성하고 검토할 수 있도록 돕는 AI 기반 웹 애플리케이션 ‘예술인 계약서 작성 도우미’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서비스는 특히 계약 경험이 부족한 프리랜서나 신진 예술가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고 창작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애플리케이션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 친화적인 ‘마법사(Wizard)’ 인터페이스다. 사용자가 마치 대화하듯 단계별 질문에 답하기만 하면 계약 기간, 금액, 수익 배분, 권리 의무 등 필수 조항이 누락 없이 자동으로 채워진다. 여기서 AI 어시스턴트 기능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사용자가 입력한 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잠재적인 법적 위험이나 독소 조항을 감지하고, 사용자에게 더 유리한 대안 문구를 제안해 주는 방식이다. 또한 회화, 공연, 디자인, 웹툰 등 다양한 예술 장르의 특수성을 반영한 맞춤형 조항을 선택적으로 추가할 수 있어 계약의 전문성과 유연성을 모두 확보했다.

문화예술계의 불공정 계약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만연해 온 구두 계약 및 무계약 관행은 예술인들을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로 내몰았다. 실제로 ‘2024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인의 7.3%가 불공정 계약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랜서 비율이 높은 업계 특성에도 불구하고 서면 계약 체결률은 여전히 저조한 현실이다. 최근 5년간 예술인 관련 임금 체불액이 30억 원에 달하고, 불공정 행위 신고 중 70% 이상이 임금체불이라는 통계는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그동안 정부와 유관기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등을 중심으로 표준계약서 보급과 법률 상담 지원 사업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하지만 정보 접근성의 한계, 높은 법률 비용 부담, 그리고 계약 당사자 간의 협상력 차이 등으로 인해 현장의 예술가들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어려움은 여전했다.

‘예술인 계약서 작성 도우미’는 바로 이 지점에서 기술적 해법을 제시한다. 개발사인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측은 “모든 예술가가 정당한 대가를 받고 창작의 권리를 온전히 보호받는 투명하고 안전한 창작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기술을 통해 예술인의 권익 보호 문턱을 낮추고 행정 업무 부담을 줄여 창작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예술인들 사이에서는 비용 부담 없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다만 서비스가 넘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서비스의 명칭처럼 어디까지나 ‘도우미’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고액의 계약이나 분쟁 소지가 큰 사안은 여전히 변호사의 전문적인 검토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계약의 ‘갑’ 위치에 있는 기획사나 기업이 이 서비스를 통해 작성된 계약서를 얼마나 수용할 것인지, 실제 현장에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홍보 및 교육 전략 역시 서비스의 성공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다.

'예술인 계약서 작성 도우미'의 등장은 기술이 어떻게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이와 같은 리걸테크(Legal-tech) 서비스는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법률 서비스의 문턱을 낮춰 예술인들이 계약의 주도권을 되찾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나아가 예술인들이 협동조합과 같은 형태로 연대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과 결합될 때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예술인이 안정적이고 공정한 환경에서 오롯이 창작에만 몰두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법률·제도, 기술, 그리고 공동체의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야 할 때다.

예술인 계약서 작성 도우미: https://www.kosmart.co.kr/artcontr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