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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그림, 위 아래가 있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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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네받은 리스트에 있는 대로 기증자 의도 살렸다?
잘못 인쇄된 도록과의 정보 일치를 위해 그대로 전시?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전시회가 진행중이다. 그런데 이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전에 오류가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이중섭의 작품 가운데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 중 하나인 <아버지와 두 아들>이라는 작품이 거꾸로 전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뉴스아트가 자세한 정황 파악에 나섰다.

 

담당 학예연구사인 우현정은 삼성에서 받은 작품 리스트에 이미 이미지가 전도되어 실려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작품 뒤에 있는 액자걸이도 전도된 방식으로 걸도록 세팅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발행하는 특별전 도록에도 삼성에서 건네받은 리스트에 있는 방식 그대로 이미지를 실었다고 한다.

 

도록 인쇄를 거의 마칠 무렵, 5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에서 작품을 돌려서 걸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이 다수 제시되었다. 이 자문위원회는 이미 몇 차례 열렸는데, 이전에는 그런 의견이 없었다고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도록이 모두 인쇄된 상태에서 작품을 돌려 걸 경우 상이한 정보로 인해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자문위원들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그대로 진행하고, 2쇄를 인쇄할 때 이 의견을 반영할지 여부를 의논 중이라고 한다. 1쇄 도판은 모두 5천부이다.


▲그림이 거꾸로 걸려 있으면 관람객 입장에서 불편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국립현대미술관의 윤승연 홍보관은, 이중섭의 그림은 원근법이나 평면조차 파괴하여 상하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걸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고 했다. 정말 그러한지 독자들이 판단해보면 좋겠다. 아래는 이중섭의 <복숭아와 아이들>, 유채이다.

 

 

▲기증자의 의도와 관련하여 삼성이나 리움 미술관에 문의해 보았느냐는 질문에는, 리움 미술관이 개인 소장품까지는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문의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하면서 이후 문의해보겠다고 하였다. 

 

▲특별전 도록을 만들면서 이전에 출판된 이중섭 도록을 참고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참고하였지만 기증자의 의도를 살리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했다고 답변하였다.

 

하지만 이중섭을 오랫 동안 연구하고 관련 서적도 출판한 바 있는 미술평론가 최석태는, "엽서 그림 중에 일부 그런 것이 있기는 하지만, 이 경우는 명백하다. 국립미술관에서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거꾸로 걸린 그림을 관람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미술평론가 황정수는 "직접 전시를 보지 않았지만 (전시 사진을 보면) 그림이 거꾸로 되어  있는 것은 맞다. 아마도 걸린 상태가 어색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알고도 그냥 걸었다는 점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이 중요한 것, 세부적인 면에는 신경을 안 쓰는 것이 아닌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는 작품과 작가에 대하여 충분히 판단하지 않고, 이중섭과 이건희라는 이름에 기대에 흥행성 전시를 기획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국내에 이중섭 전문가가 없는 것도 아니고, 국립현대미술관 내에 이중섭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닌데 '기증자의 의도'만을 내세워 거꾸로  된 것이 분명한 그림을 추가 설명도 없이 건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잘못 인쇄된 도록으로 인한 정보 불일치에 대한 우려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잘못 인쇄된 페이지만 추가로 스티커 인쇄를 하여 수정하는 방법은 이미 출판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스티커를 붙이던, 전시장에 안내문구를 붙이던, 잘못을 바로잡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잘못이 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 알리고, 오히려 이를 계기로 그림을 거꾸로 볼 때의 낯선 느낌을 관객들이 발견하고 즐기게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이번 사건은 사람을 자유롭게 해야 할 예술과 그 예술을 다루는 사람들의 태도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예약하기 힘든 이중섭 특별전 대신, 추석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서 그림 거꾸로 보고 느낌 이야기해보는 놀이를 해 보는 것이 어떨까?

 

아래는 종이에 수채로 그린, 이중섭의 <꽃과 어린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