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주요 언론의 오보 퍼레이드, 이중섭 그림

URL복사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뉴스아트가 2013년 보도한 기사 가운데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 낸 것은 거꾸로 걸린 이중섭 그림이 바로 걸리도록 한 것이다.

 

지난 9월 7일 이컨희 콜렉션을 관람한 최석태 미술평론가는 이중섭의 <아버지와 두 아들> 그림이 거꾸로 걸려있다고 알려왔다. 이에 9월 8일 뉴스아트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국현)의 담당 큐레이터와 홍보실, 그리고 미술평론가들을 취재하여 해당 사실을 보도하였다.

 

국현은 전달받은 그대로 걸었을 뿐이지만 거꾸로라는 지적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혼란을 막기 위하여, 이미 거꾸로 인쇄된 도록이 다 소진되면 제대로 인쇄하고 그림도 바로 걸 것을 고려중이라고도 했다. 

 

9월 19일, 도록 1쇄가 다 소진되지 않았지만 국현은 그림을 바로잡아 걸었다. 국현에서 잘못된 정보를 유포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열흘 뒤인 9월 29일 조선일보가 뒤늦게 [단독]이라면서 이중섭 그림이 한달 넘게 거꾸로 걸려있었다고 보도했다.

 

9월 30일, 기사를 확인한 뉴스아트는 조선일보 편집국에 전화하여 이 사실을 알렸다. 추석에 쉬느라 다른 기사 검색을 제대로 못했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통화하면서 안놀란 척 하면서 뉴스아트의 기사를 확인하고도, 조선일보는 끝내 기사를 바로잡지 않았다. 

 

그로부터 또 열흘 가량 지난 10월 12일 세계일보에서, 정답이 있는데도 이중섭 그림을 두 달 동안 거꾸로 걸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이 기사는 명백한 오보이다. 전시 한 달이 막 지난 9월 19일에 바로잡았기 때문이다.  

 

10월 13일 세계일보는 [단독]을 "전제로 거꾸로 건 이중섭 그림이 위아래가 없다? 수억 들이고 방치된 전작도록 살펴보니"라는 제목의 후속보도를 내보냈다. 이 기사는 이중섭의 그림이 거꾸로 달려있었다는 것이 아니라, 전작 도록을 처음으로 살펴보고 쓴 기사라는 점에서 [단독]을 단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단독이 맞다. 꽤 상세히 작성한 좋은 기사이다.

 

다만 세계일보의 기사 제목은, 이 문제를 처음으로 보도한 뉴스아트의 "이중섭 그림, 위 아래가 있다? 없다?"와 매우 유사하다. 조선일보도 안 본 세계일보가 뉴스아트를 봤을 것같지는 않으니, 제목을 뽑는 사람들의 생각이 비슷한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메이저 신문들에서 가끔 [단독]이라는 말을 쓰는데, 매체가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단독 기사를 다른 신문사에서 모두 베껴쓰곤 했기 때문에 기자에게 단독기사는 아주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단독은 그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 요즘엔 블로그나 트위터에 먼저 올라오는 일도 많고, 매체가 많아져서 단독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보도의 양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남이 쓴 기사는 절대로 받아쓰지 않는 경향이 강해져서, 널리 유포될 기사라면 오히려 '단독'을 붙이지 않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이처럼 단독의 가치가 낮아진 결과, 뉴스아트 처럼 독보적인 단독 보도이지만 단독을 붙이지 않기도 한다. 이제 언론은 불필요한 경쟁을 배제하고 정확한 사실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도할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뉴스아트는 신속보도나 단독보도에 매달리지 않는다. 

 

아무튼 이중섭 그림을 둘러싼 메이저(?) 언론들의 모습을 보면서, 언론인들이 얼마나 다른 언론을 살펴보지 않고 팩트 체크도 제대로 안하는지 확인했다. 사실을 알고도 바로잡지 않는 것도 당연시 한다.

 

그러니, 새해에는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언론의 유언비어 유포를 매우 조심해서 들어야 한다. 남에게 옮길 때에는 뉴스아트처럼 검증된 언론의 소식만 옮겨야 할 것이다. 뉴스아트는 새해에도 독자의 이익, 예술인의 권리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독자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