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아트 편집부 | 보정 필터와 인공지능이 빚어낸 초현실적 완벽함이 미의 기준으로 자리 잡은 시대. 모든 것이 매끈하고 정제되어야만 가치를 인정받는 이 디지털 무균실의 풍경 속에서, 한 명의 '문화적 이단아'가 기이하고 아름다운 농담을 던지며 등장했다. 자신의 이름을 '하루살이 프로젝트'라 명명한 이 실험음악가는 첫 정규 앨범 '알 수 없는 느낌'의 제작 계획을 발표하며, 주류 문화가 한동안 외면해 온 '불완전함'과 '설명할 수 없음'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녀의 등장은 현시대의 미학적 강박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예술의 경계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음반 프로젝트의 핵심 전략은 '키치의 연금술'이라 요약할 수 있다. 하루살이 프로젝트는 세련됨과는 거리가 먼, 어딘가 촌스럽고 조악하게 느껴지는 소리들을 의도적으로 수집하고 재료로 삼는다. 예를 들어, 오래된 전자 키보드에서나 들을 법한 어설픈 신시사이저 음색이나 과장된 기타 사운드처럼, 현대의 세련된 사운드 디자인과는 대척점에 있는 요소들이다. 그는 이러한 '음악적 폐품' 같은 요소들을 폄하하거나 희화화하는 대신, 그 안에 숨겨진 예기치 못한 감각과 상상력을 발견해낸다. 마치 앤디 워홀이 공장의 수프 캔에서 예술을 발견했듯, 하루살이 프로젝트는 디지털 시대의 잊힌 소리들 속에서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서정성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키치적 요소들은 하루살이 프로젝트의 손을 거치며 정교하게 계산된 미학적 장치로 변모한다. 이는 청자에게 묘한 감정적 파동을 일으킨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내 그 서툰 소리들이 만들어내는 풍경 속에서 기묘한 위안과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마치 먼지 쌓인 다락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낡은 비디오테이프를 재생했을 때의 감각과도 같다. 완벽하지 않기에 오히려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질감, 세련되지 않았기에 더욱 솔직하게 느껴지는 감정의 파편들이 모여 '알 수 없는 느낌'이라는 제목처럼 말로는 형용하기 힘든 독특한 예술적 체험을 선사한다.

이 모든 과정을 지휘하는 것은 하루살이 프로젝트의 독창적인 연출력이다. 그녀는 뛰어난 연주자나 엔지니어이기 이전에, 소리의 본질을 꿰뚫고 이를 재구성하는 아티스트이자 '사운드 큐레이터'에 가깝다. 각각의 소리가 가진 고유한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전체적인 그림 안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낼지를 설계하는 그녀의 능력은 놀랍다. 13개의 트랙은 각각이 독립된 단편 소설처럼 개성 넘치는 이야기를 품고 있으면서도, 전체가 모여 '하루살이 프로젝트'라는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하는 파노라마를 완성한다. 이는 기술적 숙련도를 넘어선, 창의력과 예술적 통찰력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이러한 전복적인 태도는 2000년대 한국 언더그라운드 씬을 뒤흔들었던 실험정신의 맥을 잇는다. 기존 음악의 문법을 해체하며 파괴적인 사운드를 탐구했던 '곤충스님 윤키'의 아방가르드 정신과, 꾸밈없는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날것 그대로 기록했던 '아마츄어증폭기'의 진솔함이 그의 작업 곳곳에서 발견된다. 하루살이 프로젝트는 이들의 저항적 에너지를 물려받되, 과거를 답습하는 대신 현시대의 디지털 문화와 개인의 내밀한 감수성을 결합하며 2025년의 언어로 재창조해낸다.
이처럼 비상업적이고 실험적인 프로젝트가 세상에 나오기 위해 선택한 방식은 크라우드 펀딩이다. 이는 단순히 제작비를 마련하는 수단을 넘어, 프로젝트의 철학을 완성하는 마지막 행위처럼 보인다. 거대 자본이나 유행의 압력에서 벗어나, 아티스트의 비전에 공감하는 소수의 지지자들과 직접적인 연대를 통해 예술을 완성하겠다는 선언이다. 7월 6일까지 텀블벅에서 진행되는 펀딩을 통해 제작될 500장 한정의 실물 CD는, 무한 복제되는 스트리밍 시대에 '소유 가능한 예술품'이자 이 특별한 여정에 동참했다는 증표가 될 것이다.
하루살이 프로젝트의 '알 수 없는 느낌'은 완벽함이라는 환상이 우리를 얼마나 획일적으로 만드는지에 대한 작지만 단호한 반란이며, 모든 것이 명쾌하게 정의되길 강요하는 세상에서 '설명할 수 없음'의 영역을 지켜내려는 예술적 투쟁이다. 그녀의 음악은 우리에게 완벽의 강박에서 벗어나, 우리 안에 존재하는 서툴고 불완전한 모습들을 너그러이 긍정하라고, 그리고 그 균열 속에서 피어나는 진짜 아름다움을 발견하라고 속삭이고 있다.
음반 자세히 보기: https://tumblbug.com/unknownfeel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