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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에 방향을 제시하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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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지난 25일 아트코리아랩이 개관하고 3일간의 개관 페스티벌을 진행했다. 아트코리아랩은 경복궁과 동십자각 로터리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트윈트리타워에 자리잡았다. 예술(산업)활동 전 단계를 지원하는 종합 지원 플랫폼을 표방했고, 전체 예산 120억 원을 투입한다. 

 

 

페스티벌의 면면을 살펴보면, 아트코리아랩 뿐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의 지향점을 알 수 있다.  컨퍼런스는 예술과 기술, 예술산업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로봇, 사운드테크놀로지, 기술과의 콜라보레이션 등의 주제에서는 엔지니어를 빼고 예술을 말할 수 없다.

 

이런 프로젝트들은, 구성원의 절반이 디자이너와 예술가이고 절반은 엔지니어이다. 그리고 여기에 참여하는 엔지니어들은 이미 '예술가'로 불리우고 있다. 고액 연봉의 최첨단 엔지니어들이 예술가가 되어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전방위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기술은 예술 확장에 사용되고 예술은 기술의 방향을 제시한다

 

기술과 융합했을 때 예술은 새로운 가치를 더할 수 있고, 기술 자체가 영감과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기술과 인간이 공진화하면서 서로의 복잡성과 비예측성, 그리고 의외성을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한 새로운 관점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예술이다. 

 

 

권병준 작가는 프리젠테이션 도중 공황장애가 왔다. 증상을 가라앉히면서 권 작가는, 스스로가 일어서려고 오랫 동안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무대 위 퍼포머 로봇'에 적용했음을 밝혔다. 그는 엔지니어들이 그릴 법한 각종 도면을 보여주면서, 3D 프린팅으로 만든 옥수수 부품과 5000원짜리 모터로 로봇을 만드는 과정을 소개했다.

 

융합예술, 거대 시스템 속 인간 소외 극복하고 기존 권위에 도전

 

그의 로봇은 철판에 부착된 전자석을 이용해 움직인다. 로봇이 사람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대신 효율적인 방식으로 까치발을 딛는 등의 독창적인 움직임을 구현했다. 단 두 개의 모터로 하반신의 다양한 움직임을 구현했다. 비대한 과학기술 시스템에서 벗어나 일반인들도 누구나 집에서 로봇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 권병준 작가는, 과학기술의 방향을 거대시스템에서 끌어냈다. 

 

권병준 작가에 따르면, 누구나 거리낌 없이 기술을 사용하는 노력을 민간차원에서 해야 한다. 귀찮고 바쁘지만 기술을 직접 구현하는 과정에서 숱한 실패를 통해 기술의 요체를 알게 된다. 기술의 요체를 알게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거대 기술 시스템에서 발생한 인간 소외를 극복하고, 기존의 권위에 도전하는 역할을 예술이 하는 것이다. 예술이 이 역할을 제대로 해 낼 때 기술이 올바른 방향으로 향한다. 

 

예술을 사람들에게 가져다 주는, 축제라기보다는 다학제 컨퍼런스 

 

유니버설 에브리띵의 조엘 디렉터, 오나시스 스테기의 헤라클레스 코디네이터는 융복합 예술 프로젝트의 현재를 소개하였다. 이들은 수많은 기업, 브랜드와 협력하여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철새들의 귀소원리인 시각적 자기수용체를 신체증강 인터페이스에 적용한다거나, 말 없이도 가능한 보편적 의사소통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예술작품이 있는 공간을 사람들에게 가져다 주는 공공전시 등 시각적 기술적으로 뛰어난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었다.

 

 

 

뮤직페스티벌은 음악과 음악기술 업계가 만나는 곳으로, 이제는 다학제 컨퍼런스와 같다고 한다. 우주탐험단체와 함께 축제 기간에 우주로 음악을 띄워보내고, 무대위치추적장치가 관객 움직임을 추적해 아티스트의 영향력, 사이즈와 충성도 등을 파악하기도 하며, 인공지능 피아노연주자와 실연주자가 듀엣 공연을 하기도 한다. 

 

인간을 현혹하는 빛과  소리, 예술 상업화에 성공?

 

국내에도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업들이 있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XR(Extended Reality 증강현실) 혹은 VR(Vertual Reality 가상현실) 이머시브(몰입)예술로 옮긴다. 기술기반영상콘텐츠의 시각효과를 통해 그림으로 표현되지 않는 이야기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기업은 엄청난 비용을 들여 이런 작업에 참여한다. 모터스튜디오나 엑스포 등에서 사용되는 상업적 키네틱은 랜드마크로 쓰인다. 수작업에 비해 매우 효율적으로 재가공(아웃페인팅)된 콘텐츠들은 비록 '복붙'이지만 현란한 빛 또는 동작의 변화와 압도적인 규모로 탄성을 자아낸다. 생성형 모델은 고객의 상업적인 의도를 반영한 영상을 생성하기도 한다.

 

기업이 변화혁신 하듯이 예술인도?

 

3일동안 진행된 아트코리아랩의 개관페스티벌은 예술과 기술의 융합 및 상호작용이 생소하거나 새로운 일이 아니라 이미 상당히 진행된 성숙한 분야임을 보여주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내 이머시브 미디어 아트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이런 산업적 토대가 이미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콘텐츠이다. 비슷비슷한 콘텐츠가 변주되는 방식이라면 금방 싫증날 것이다. 융복합이 긴밀해질수록 새로운 예술작업의 중요성이 커진다.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이제 아트에서 기술을 빼고 논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독창적이고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아티스트가 없다면 힘이 없다. 고유성을 가진 예술이 다양한 맥락에 맞춰 적응할 때 제대로 된 융합예술이 탄생한다.

 

다만, 기업이 변화혁신 하여 새로운 세계에 적응해가듯이 예술인도 다양한 맥락에 맞춰 변화할 때 이런 흐름에 올라탈 수 있을 것이다. 흐름에 올라타면 권병준 작가가 그러하듯, 기술의 문제를 포착하고 독창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패널들은 이를 위해 예술인들이 기회닿는대로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라고 권한다. 관심이 있어나 도움이 필요한 예술인들은 예술경영지원센터나 아트코리아랩의 교육 및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