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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끝나자마자 그 자리에서 악기 경매"...수원 지하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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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DOT에서 수원 사운드 마켓 개최
공연 후 즉석 경매로 악기·장비 거래
판매 수익 100% 출연자 귀속
관객 참여형 라이브 경매 형식으로 공연과 장터의 경계 허물어

 

뉴스아트 편집부 | 수원에서 공연과 중고 거래를 결합한 독특한 형식의 문화행사가 열린다. 오는 11월 23일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 소재 지하 공연장 DOT에서 개최되는 '수원 사운드 마켓'은 뮤지션들이 직접 사용하던 악기로 공연한 뒤 그 자리에서 경매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행사는 기존 공연과 플리마켓의 경계를 허문 실험적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출연 팀들은 세팅 시간을 포함해 10~15분 동안 공연을 펼친 뒤, 무대에서 사용한 악기나 음향장비를 즉석에서 경매에 부친다. 관객들은 공연을 감상하면서 동시에 판매 물품을 둘러보고 흥정할 수 있어, 공연장 전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장터로 변모하는 셈이다. 이는 관객이 경매에 직접 참여하며 뮤지션과 실시간으로 교류하는 능동적 경험을 제공한다.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출연 조건 자체가 판매 물품 보유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최소 1개 이상의 판매 물품을 준비해야 하며, 이는 공연과 거래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이 행사만의 독특한 규칙이다. 공연 중에도 관객들이 자유롭게 물건을 구경하고 흥정할 수 있어, 전통적인 공연장의 정숙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활기찬 에너지가 예상된다.

 

판매 가능 품목의 스펙트럼은 상상 이상으로 넓다. 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 등 일반적인 악기는 물론 앰프, 이펙터, 믹서, 마이크, 케이블 같은 음향장비, 신디사이저, MIDI 컨트롤러, 드럼머신, 루퍼 등의 전자악기와 하드웨어가 거래 대상이다. 디지털 시대답게 DAW 라이선스나 플러그인, 샘플팩 같은 소프트웨어 제품도 판매할 수 있다. 여기에 자작 CD, 바이닐, 카세트 같은 음반과 밴드 포스터, 티셔츠, 스티커 등의 굿즈도 포함된다.

 

주목할 점은 음악과 직접 관련 없는 물품도 거래 가능하다는 것이다. 주최 측은 "아버지 찬장에 있던 인삼주나 직접 담근 된장도 판매할 수 있다"며 "세션이나 레슨 서비스를 쿠폰 형태로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고장 난 정크 기어만을 모아놓은 '익스트림 정크 코너'도 별도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는 창작자들 간의 자원 재분배와 순환 경제를 지향하는 행사의 철학을 보여준다.

 

현재 도수치료, 황국장, The Milliways, RB, 희우, 유동혁, ZSTHYGER, The Projectors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출연을 확정했으며, 추가 라인업이 계속 공개될 예정이다. 총 10~12팀이 무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출연 신청은 11월 초까지 받으며, 공연 구성과 판매 물품의 독창성 및 재미 요소를 기준으로 선정한다. 선정된 팀에게는 개별 연락을 통해 안내하고, 참가자 전용 단체 대화방을 개설해 행사 준비 과정을 공유할 계획이다.

 

경매를 통한 판매 수익은 수수료 없이 전액 출연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이 이 행사의 핵심 매력이다. 일반적인 플리마켓에서 부스 대여료나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과 달리, 공연 기회와 판매 수익을 모두 가져갈 수 있어 뮤지션들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경매 특성상 몇 가지 유의사항이 있다. 최저가를 너무 높게 설정하면 낙찰되지 않을 수 있어 현실적인 가격 설정이 필요하며, 거래된 물품은 반품이 불가능하므로 구매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또한 1팀당 공연 시간을 엄수해야 하고, 세팅 시간을 최소화해야 전체 일정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판매 물건은 반드시 당일 현장에 가져와서 직접 판매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공연은 티켓 수익에 의존하고, 뮤지션들이 중고 악기를 처분하려면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이나 악기상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수원 사운드 마켓은 이 두 가지를 하나의 공간에서 동시에 해결하며, 관객에게는 공연과 쇼핑의 즐거움을, 뮤지션에게는 무대와 수익의 기회를 제공한다.

 

행사 관계자는 "수원의 음악 씬에 활력을 불어넣고, 뮤지션들이 실질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며 "공연장 특유의 에너지와 벼룩시장의 활기가 만나 예측할 수 없는 재미가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한 "정신없고 재미있고 익스트림한 분위기 속에서 수원의 지하 문화 경제가 새로운 방식으로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하 공연장이라는 공간적 특성도 행사의 분위기를 더욱 독특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DOT는 수원 화서문로에 위치한 지하 1층 공연장으로, 인디 음악 씬에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공간이다. 밀폐된 지하 공간에서 울려퍼지는 라이브 사운드와 경매의 함성, 물건을 둘러보는 관객들의 움직임이 어우러져 혼돈 속의 조화를 만들어낼 전망이다.

 

예매 및 출연 신청은 경기아트콜렉티브 웹사이트에서 가능하며, 행사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같은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3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 독특한 실험이 수원 지역 문화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리고 공연과 경제활동이 결합된 새로운 형식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