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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리 개인전 <감성건담>, 건담에 투영한 예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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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7일(수)~24일(수) 아트 스페이스 월인

뉴스아트 김시우 기자 |

 

일반적으로 건담과 같은 키덜트 오브제는 아트토이(콜라보 된 캐릭터 콘텐츠) 혹은 시대적 아이콘을 건드리는 팝아트 작업을 통해 예술세계로 들어온다. 그러나 김소리 작가는 건담에 자아를 투영해 그 자체로 예술세계를 구성하고자 한다. 건담 프라모델 대회의 규칙을 바꾸어놓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건담 아티스트가 재 해석하여 탄생시킨 작품은 미술계의 권위주의와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이다.

 

... 건담에 대한 높은 평가는 모빌 슈트(Mobil Suit)로 불리는 로봇의 디자인에 있었다... 건담 프라모델을 뜻하는 일명 '건프라'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작가 김소리는... 예술품을 창조하는 작가로서 건담에 접근하고 싶었다... 부속품들을 얼마나 더 완벽하게 재현하는가... 보다는 '의미를 얼마나 잘 전달할 수 있을까'에 집중했다... 어린 시절에 만들었던 오브제를 단순하게 소유하는 차원이 아닌, 시공간을 역행하여... 지난 기억과 감성을 공유하고 '작품'으로... 승화된 가장 트렌드한 문화를 제공... 김소리는 피겨와 회화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어린 시절 소년들의 히어로였던 건담을 신화적인 존재로 재탄생시킨다. - 코오롱 스페이스 K,  김소리 작가 인물소개 내용, 송의영 큐레이터

 

 

"감성 건담, 예술의 경계에 돌을 던지다." by 안현정(예술철학박사, 미술평론가)  

 

1979년은 최초의 건담 만화 <기동전사 건담>과 김소리 작가가 함께 세상에 나온 해이다. 이른바 동년배, 건담을 추억하는 이들은 시대와 국적을 뛰어넘어 ‘지금-여기’의 모습으로 시공간을 유영(遊泳) 한다. 

 

만화영화에서 얻었던 쾌감(혹은 감동)은 4차 혁명 시대와 만나면서 전쟁영웅이 아닌 ‘절대적 휴식=인문정신=평화의 메타포’로 대체되는 듯하다. 2016년 12월 성남아트센터 기획전 '수염 난 피터팬'에서 김소리의 감성 건담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 키덜트(kidult)들의 감성을 지친 현대사회의 새로운 이슈로 바라본 이 전시에서 건담은 추억을 넘어 현재로, 아트토이를 가로질러 신화화된 예술로 자리했다. 미래적 복고란 최근의 이슈 속에서 다시 요청된 제도권 속 건담은 단순한 시대적 요청의 결과가 아닌, 김소리 작가의  생(生) 속에서 피어난 ‘자화상’ 같은 유기체라고 볼 수 있다.  

 

건담 만화 전편에 흐르는 주제는 ‘평화’지만, 작품 속 건담은 생채기를 입은 채 살아남아야 하는 ‘희망과 고통의 양가적 이중 변주’ 속에 자리한다. 건담 만화의 주된 배경은 새로운 영토를 찾은 인간이 ‘권력/자원/인종’ 구조 속에서 겪는 지구와 지구 밖 인간들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갈등과 반목에도 불구하고 만화 속 캐릭터들은 모두 ‘평화’를 원한다. 김소리 작가에게 이러한 건담의 서사는 자신이 마주한 사회와 동심(童心, 혹은 순수) 사이의 갈등으로 대체된다. 목적과 수단은 다르지만 ‘자신의 세계’를 지켜내려는 모습은 건담과 김소리 작가에게 동일한 서사적 메타포로 존재하는 것이다. 

 

처음엔 “정의는 내가 정한다!”는 동심의 목소리(작가의 발언)에, 다 큰 미술계 어른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의 작품을 고가의 핫토이 피겨(대량 생산된 키덜트 상품)로 보는 냉정한 시각도 존재했다. 건담은 모두에게 추억이고, 캐릭터를 넘은 시대적 유행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작가는 보편화된 건담을 넘어선 신화적 원형과 결합한 새로운 세계를 좇는다. 

 

<하이브리드 건담> 시리즈에는 건담 만화에서 볼 수 없는 ‘라벤더 색상’이 등장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라벤더색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중성적인 색이고 중용(中庸) 적인 색이다. 이분법적으로 나뉜 만화적 서사-남성적 이미지로 각인된 메카닉적 서사-로부터 벗어나, 다양한 세계관을 통해 치유 그 자체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작가는 왜 작품 속에 건담을 요청했을까. 어릴 때부터 홀로서야 했던 환경 속에서 건담은 외로움을 극복하게 도와준 친구이자 수호신이었다. 태생이 같은 79년생, 영웅이자 죽마고우 같은 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자신, 건담은 작가에게 ‘국적 없는 로봇’ 혹은 ‘둘도 없는 친구’로 다가왔다. 

 

상처받은 자신을 항상 그 자리에서 지켜주던 기억은 작품 <독대(獨對)>로 재현됐다. 건담 머리를 츄리닝 입은 백수가 바라보는 장면, 현실 속 자신과 조우한 건담의 세계다. 누구에겐 장난감일지 모르지만 작가에게 건담은 중성의 이미지로 관계성을 정의하는 로봇 그 자체였다. 

 

김소리 작가는 14개국을 대표하는 ‘GBWC(건프라 빌더즈 월드컵)’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면서 프라모델 대회 규칙인 ‘사람:로봇’의 비율‘1:60’을 ‘1:35’로 바꾸어 놓았다. 보편화된 건담에 ‘하이브리드 아트(Hybrid Art)’라는 개념을 대입시킨 것이다. “작가가 만들면 모델러의 개념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그의 말 한마디는 안티 팬까지 만들게 했지만, 결국 김소리 작가는 자타 공히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건담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하이브리드 건담을 보는 해외의 시선은 오히려 신화화에 가깝다. 비대칭 된 라벤더의 색은 상상의 메카닉으로 전환된 ‘하이브리드’ 그 자체이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아이는 처음 건담과 만난 ‘순수한 동심의 작가 자신’을 의미한다. 

 

그의 순수성은 신화적 서사와 건담의 결합으로까지 이어진다. 2013년 이후, 신화적 서사에 돌을 던지는 듯한 작가의 도전은 미술계의 배고픈 현실과도 맞닿아 있었다. 건담과 신화의 만남은 이러한 세상을 향한 ‘권력화/부조리/정의감’의 표현이자, 현실 속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혼합(Mixing) 하는 작업이었다. 

 

 

김소리 작가는 흔한 모델러(기술적 匠人)가 아닌, 오늘의 문제의식을 ‘건담’이라는 보편적 매개체로 해석하는 진정한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 건담으로 대체된 <승리의 여신>은 신화의 흔적을 과거가 아닌 현실의 공간 속에 위치시킨다. 건담의 부러진 팔, 구두닦이 소년 등은 직업의 귀천이 없는 세계, 이른바 미술계로부터 외면 받아온 자신에게 부여한 명예훈장과 같다. 

 

작가는 세상의 모든 권위적인 시각에 의문을 품는다. 그가 엄청난 시간-길게는 한 작품당 반년 이상의 제작기간-을 쏟아가며 ‘하이브리드 건담’에 주목하는 이유는 지나간 가치를 새롭게 재해석하고 기록하는 일이 아티스트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건담에게 다가가는 시각이 ‘감성’과 맞닿아 있다면, 건담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인내와 끈기로 결합된 ‘이성’과의 싸움인 것이다. 자본이 모인다면 ‘진시황릉 병마용’과 같은 스케일이 큰 기념비적 작업을 하고 싶다는 김소리 작가, 그의 <하이브리드 건담>이 만들어갈 새로운 미래는 이미 예견된 것이 아닐까.  

 

<작가약력>

김소리 작가 (Sori Factory)

Fine art, Sculpture, Photo

 

Exhibition

- 2023 The 70th Anniversary of  'Seoul Arts High School group exhibition', Seoul Arts Center. Doam gallery

- 2019 'ART NEXT EXPO 2019', PMQ, Central HONG KONG

- 2019 'Art out of School', brunch cafe 'The Brown', Seoul 

- 2017 'Future with Arts', Daegu Art Factory, Daegu

- 2017 'ART NEXT EXPO 2017', PMQ, Central HONG KONG

- 2017 'A Boy, Be myth', KOLON, Space K, Daegu (2017.9.7.~10.31)

- 2016 'Bearded Peter Pan', Seongnam Arts Center. Cube Art Museum

- 2013 'Gundam Art Exhibition', Seoul International Cartoon & Animation Festival (SICAF 2013)

- 2013 The 60th Anniversary of Seoul Arts High School group exhibition. Seoul Arts Center, Hangaram Museum

- 2011 Japan Bandai Gunpla Builders World Cup (GBWC 2011) Korea Champion (한국국가대표)

- 2008 Japan Bandai Action Kits Universal Cup (BAKUC 2008)  new challenger pr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