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트 편집부 | 창작극단 '지금여기'의 신작 <메이킹>이 6월 17일부터 29일까지 대학로 물빛극장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은 고전극 페스티벌 오디션 대기실을 배경으로 네 명의 배우가 겪는 갈등과 고뇌를 그린 인물극으로, 연극계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메이킹>은 오디션을 준비하는 배우들이 셰익스피어, 아서 밀러, 피터 쉐퍼 등의 고전 작품 속 인물을 연기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작품의 특징은 오디션 현장에서 벌어지는 경쟁과 연대, 배우 개인의 현실적 고민을 교차시키며 연극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메타 연극적 구조에 있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연기와 대기실에서 드러나는 배우들의 솔직한 모습이 대비되면서 연기라는 행위의 본질적 특성을 조명한다.
특히 이 작품은 전통적인 고전극 해석에서 벗어나 랩과 칼군무 등 현대적 무대 언어를 접목한 점이 눈에 띈다. 고전과 현대, 무대와 현실을 넘나드는 실험적 시도를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관극 경험을 제공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오디션이라는 소재는 배우라는 직업이 갖는 특수성과 예술가들이 직면하는 현실적 딜레마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된다.
류신이 극본을 쓰고 차희가 연출을 맡았다. 차희 연출가는 서울문화투데이 최우수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으며, 배우 출신으로서 연기자들의 심리와 현장 상황을 깊이 이해하는 연출력을 보여왔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배우들의 내면과 외면을 섬세하게 포착하여 관객들이 무대 위 인물과 현실의 배우를 구분하기 어려운 몰입감을 만들어냈다고 평가받는다.
출연진으로는 이도위, 우연호, 장재승, 유강민이 참여한다. 이들은 각각 다른 연극적 배경을 가진 실력파 배우들로, 작품 속 네 명의 서로 다른 캐릭터를 통해 배우라는 직업군이 갖는 다양한 면모를 보여줄 예정이다. 실제 배우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디션 상황에서 느끼는 긴장감과 갈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극단 지금여기는 2002년 창단한 창작극단으로, 23년간 실험성과 예술성을 추구하며 한국 연극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확보해왔다. 최근에는 원로예술인공연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솔리다리오스>를 무대에 올렸고, 서울연극제 자유경연작 <콤플렉스>로도 주목받았다. 동시대적 이슈를 연극적 언어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지속해오며, 관습적인 연극 형식에서 벗어난 실험적 시도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메이킹>은 국내 공연뿐만 아니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2025 오사카 인터내셔널 공연 페스티벌'에도 참가한다. 이 페스티벌은 미국공연비평가협회가 주관하고 일본연출가협회와 오사카 연극계가 공동 주최하는 국제 행사로,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와 연계되어 진행된다. 6월 2일부터 효겐샤 고보우 극장에서 개막되는 이 행사에는 한국에서 20여 개 극단이 참가해 창작극, 전통극, 실험극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 극단들의 이번 참가는 K-컬처의 확산과 함께 연극 분야에서도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메이킹>과 같은 실험적 작품들이 국제 무대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작품의 기술적 완성도도 주목할 만하다. 음악감독은 정재헌이 맡아 고전극의 웅장함과 현대적 리듬감을 조화시킨 음향을 구성했으며, 기획은 림지언이 담당했다. 무대디자인, 조명, 의상 등 시각적 요소들도 작품의 실험적 성격에 맞춰 현대적 감각으로 완성되었다. 특히 오디션 대기실이라는 제한적 공간을 다층적 의미를 담은 극적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무대 구성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연 일정은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일요일 오후 4시로 설정되어 다양한 관객층이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대학로 물빛극장이라는 중극장 규모의 공간에서 진행되어 관객과 배우 사이의 거리감을 줄이고 작품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극계에서는 <메이킹>이 오디션이라는 소재를 통해 배우라는 직업의 특성과 예술가들이 직면하는 현실적 고민을 진솔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연극의 본질과 연기라는 행위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면서도,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메타 연극적 구조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연극과 현실, 진실과 연출된 진실 사이의 경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서 예술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는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극단 지금여기는 이번 작품을 통해 동시대적 감각과 실험적 무대 형식을 결합한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관습적 연극 형식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한국 연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메이킹>이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국제 무대에서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