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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살 풍경의 디스토피아, 김문호의 ‘풍리진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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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이다."

 

김문호의 ‘豊裏眞景(풍리진경)’ 사진전이 지난 15일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인사아트6층)에서 개막되었으며, 전시와 함께 ‘풍리진경’ 사진집(눈빛출판사)도 나왔다.

 

 

사진집 제목으로 내 세운 ‘豊裏眞景’이란 뭘까?

사진집에 작가 노트는 물론 촬영장소나 일시 등 아무런 정보가 없다,

좋아하는 말로 꼴리는 대로 보라는 것이다.

나름의 독해력을 요구하는 불친절함은 있지만,

고주알 메주알 변명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보다 백배 낮다.

 

 

풍리진경이란 풍요로움 속의 이면 정도로 생각할 수 있으나,

풍요로운 현대 문명을 누리는 감춰진 그 속에 진짜 경치가 있다는 것이다.

죽음으로 다가가는 미래의 디스토피아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가 채집한 잿빛 살풍경은 생각의 늪으로 끌어들이는 묘미가 있다.

시멘트로 뒤덮인 아파트나 산업현장의 침울한 이미지가 마치 멸망의 묵시록으로 다가온다.

아파트 건물 사이로 내려앉는 태양은 종말을 예고하는 장엄한 서사같았다

 

 

편한 것만 좋아하는 인간의 욕망이 불러낸 눈앞의 현실이다.

그동안 작가는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로 황폐화하는 환경을 추적하며 인간들의 각성을 요구했다.

‘밥 팔아 똥 사 먹는 짓’ 한다는 손가락질에도 일편단심 민들레였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는 사진에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혹시 인간 멸종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하기야! 몸은 살아있겠지만, 인간성이 파괴된 지는 이미 오래다.

아마 그의 작업은 피폐한 문명에 앞서, 인간성을 잃어가는 현실에 더 주목한 것 같다.

 

 

사진가 김문호는 40년 넘게 인간과 문명에 천착하며 작업 해 왔다.

그의 사진 작업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문명비판이다,

한때 찍었던 초상 사진이 인간에 대한 애정의 눈길이었다면

‘온더 로드’는 인간이 만든 문명에 대한 사유로 넓혀졌고,

그 사유는 대상에 대한 고민으로 연결되었다,

다들 사회 변혁에 눈 돌릴 때, 그는 자신을 성찰했다.

 

 

그다음에 보여 준 ‘Shadow’와 ‘성시점경‘에서 방향을 잡았다.

그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객관성을 주관적으로 바꾼 대표적인 사진가다.

김문호의 관심적 대상은 무엇을 찍느냐가 아니고, 사실을 어떻게 사유화하느냐다.

그가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바로 정신이다.

이미지를 포착하는 결정적 순간과 미학적 형상성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신이라는 것이다.

 

 

사진비평가 이광수씨가 ’풍리진경‘ 사집집 서문 말미에 쓴 글을 옮기며 마무리한다.

 

”사진가 김문호는 무슨 연유에선지는 모르겠으나, 도시의 풍요로움, 자본주의의 발전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그렇게 되기에는 분명 여러 고정점이 있을 것이다. 그 고정점들을 중심으로 그는 시간의 변화와 역사의 흐름을 풍요로움에 대한 비판적 시각으로 본 것이다. 그 풍요로움 속은 무엇일까? 인간관계의 상실일 수도 있고, 잃어버린 고향일 수도 있고, 정겨운 이야기일 수도 있다. 작가는 이런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자신의 이런 생각을 나누던 사람들이 점점 사라져간다고, 결국, 사람들은 릭셔리한 외제 차를 타고 질주하지만, 그것은 이미 다 깨져버린 껍데기일 뿐이라고, 그러니 작가 보기에 그들이 가는 곳은 결국 시멘트 덩어리 숲이고, 그 덩어리 너머로 붉은 해만 떨어질 뿐인 것이다. 과거의 기억을 되새김하면서 현재를 보지만 결국, 미래를 보는 것이다. 과거를 보니 현재 서 있는 위치가 보이고, 결국, 미래가 보이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사진가 김문호의 ’풍리진경‘은 미래에 관한 이야기다. 찬란한 유토피아가 아니고, 스산한 디스토피아의 미래. 발전으로 여기지만, 사력을 다해 죽음으로 ’퇴보‘하는 저 휘황찬란한 물질문명의 미래 말이다“

 

 

전시는 6월 20일(월요일)까지다.

 

사진, 글 / 조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