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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기다리는 일
'박주하' 詩

 

 

우산을 기다리는 일

 

박주하 詩集   '없는 꿈을 꾸지 않으려고' 중에서

 

허공을 뚫고 날아가는 새 때를 봅니다

여기는 폭풍우 속, 등대처럼 서서 우산을 기다립니다

우중에 죽변 바다를 끼고 어디론가 가는 사람의 뒷모습이

우산을 들고 온다는 말만큼 경이롭습니다

 

 

어디선가 사람이 오고 있다니, 새를 따라가진 못했으나

우산을 기다리는 일은 즐겁습니다

내 삶에 우산을 들고 나타난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나는 언제나 우산을 들려주는 사람, 바람의 소식은 묻지 마세요

오늘의 소식은 더디게 흘러갈 겁니다

 

 

당신의 어깨를 바라보며 나는 때때로 새처럼 날고 싶습니다

누가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비를 맞으며 마음을 이어 붙으며

낯선 당신의 뒷모습을 이해합니다 풀잎처럼, 새 때처럼, 파도처럼,

앞에서 부르면 뒤에서 답하는 날입니다 수없이 부르면 수없이

답합니다 한 번도 잊은 적 없이 우리는 함께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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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길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