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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창열전 완창 판소리<2> '수궁가' 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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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세계소리축제 이왕준 조직위원장 |

 

지난 9월 24일 막을 내린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주요 행사인 '국창열전 완창판소리'는 전주동헌에서 닷새 동안 매일 개최되었다. 판소리의 다섯 유파를 대표하는 다섯 분의 원로 국창(김일구, 김수연, 정순임, 신영희, 조상현)이 제자들과 함께 완창 판소리를 선보였다. 평균 나이 81세의 국창 다섯 분을 한 자리에 모시기까지 삼고초려의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뉴스아트는 전주세계소리축제 이왕준 조직위원장이 직접 쓴 완창판소리 직관기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

 

 

 

국창열전 완창판소리 5바탕의 두번째 완창 무대는 김수연 명창의 미산제 수궁가이다.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장마비처럼 거세게 내리는건 아니지만 빗줄기가 굵어졌다 가늘어졌다 오락가락한다. 동헌 풍락헌을 가득 채우는 판소리 가락에 이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고수의 북장단 보다 더 조화롭다. 이태백 고수가 쉬어가는 대목에서 감탄사를 내뱉는다. “이 빗소리와 풍광이 역대급 최고네요”

 

 

오늘도 3시에 시작한 공연이 6시 30분에야 끝이 났다. 김수연 명창이 단가 백발가로 시작해서 중간 중간에 제자인 강경아, 강태관과 함께 번갈아 가며 불렀다. 

 

강태관은 미스터트롯애 출연해서 유명세를 탔지만, 그 이전에 김수연 명창의 수제자이자 20대 초반에 전주대사습놀이에서 일반부 장원을 한 판소리계의 유망주이다. 오늘 고고천변 대목과 상좌 겨루는 대목을 강태관이 불렀는데 우렁차면서도 구성지게 잘 부른다. 앞으로 김준수, 유태평양 등과 함께 차세대를 이끌 유망한 남자 소리꾼임에 틀림없다.

 

 

미산(眉山)은 20세기 최고의 여류 명창 중 한분인 박초월(1917-1983)의 호이다. 미산 박초월은 평생의 라이벌이자 친구였던 만정 김소희 명창과 같은 해에 태어났다. 만정이 전북 고창 출생인데 미산은 전남 승주 출생이다. 두 사람은 판소리 역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여류 명창이었지만 그 소리결은 매우 대조적이었다. 만정의 소리가 미려(美麗)하다면 미산의 소리는 장려(壯麗)했다. 만정의 소리가 시(時)와 같이 서정적이라면 미산은 소설같이 서사적이었다. 

 

그만큼 박초월 명창의 소리에 서민적인 정서와 자연스러운 소리가 잘 녹아 있었다. 특히나 수궁가에서 그려내는 짐승들의 모습이 매우 사실적이었다 한다. 그래서인지 오늘 박초월 명창을 그대로 이어받은 김수연 명창 역시도 수궁가에서 사실적이면서도 남성적인 파워를 쏟아 낸다. 

 

 

김수연 명창은 1947년 생으로 군산에서 태어났다. 올해로 만 77세이지만 이번 국창열전에서는 최연소 명창이다. 박초월과 성우향에게 사사했고 남원 춘향제, 전주 대사습놀이, KBS국악대경연을 다 휩쓸어 3관왕 타이틀을 지닌 드문 수상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김수연 명창은 국악인들이 칭송하고, ‘명창들이 인정하는 명창’이다. 

 

 

본인이 가장 끌리는 대목이 바로 육지로 가려는 별주부를 가지 말라고 말리는 별주부 모친의 소리라고 인터뷰 했다는데, 역시 오늘도 이 대목은 너무도 절절하게 심금을 울린다. 

 

김수연 명창의 소리는 윤중강 평론가가 묘사했듯이 밥상 마지막에 먹는 숭늉과 같은 깊은 맛과 향이 있다. 깊고 진하면서도 담백하고 깔끔하다. 

 

수궁가는 ‘소적벽가(小赤壁歌)‘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판소리 다섯바탕 중 가장 격렬한 작품이 적벽가라면, 수궁가도 그 만큼 남성적이고 격렬한 소리가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는 소리가 부드러우니 보통 여성들이 많이 하는 목(가락, 창법)인 반면 수궁가를 여성이 완창하는게 쉽지 않다. 그만큼 오늘 김수연 명창의 수궁가 무대가 귀하다. 

 

 

윤중강 평론가에 의하면 수궁가 속에는 ’꾀‘가 있고 ’깡‘이 있고 ’꿈‘이 있다. 이 수궁가 특유의 매력을 공력과 ’끼’가 넘치는 소리로 발산한 최고의 무대를 여러분들도 간접 체험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