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의 'TRANSITION'은 컴필레이션 앨범 <이름을 모르는 먼 곳의 그대에게>에 수록된 곡으로 음원포털을 통해 발매를 앞두고 있다. 본지를 통해 미리 음원을 들어볼 수 있도록 공개한다. 음원 발매 후에는 비공개로 전환될 예정이다.
황경하 기획자 | 까르의 'TRANSITION'은 현대 사회의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하는 희망을 담아낸 작품이다. 포크 뮤지션으로서 까르는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진솔한 음악 언어로 풀어내는데, 특히 이 곡에서는 개인의 내면에서 시작해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이 인상적이다.
음악적으로 'TRANSITION'은 어쿠스틱한 포크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되, 다양하고 깊이 있는 편곡으로 청자를 사로잡는다. 까르의 리드미컬한 기타 연주를 중심으로, 카혼의 생동감 있는 리듬과 훌라(HOOLA) 멤버들의 조화로운 코러스가 더해져 곡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고조되는 리듬과 점층적으로 쌓이는 코러스 워크는 집회 현장의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베이스와 퍼커션은 곡의 민첩성과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리는데, 이는 전통적 포크 사운드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시도로 읽힌다.
가사는 "나는 세계가 무서웠어"라는 솔직한 고백으로 시작한다. 핵의 위험과 환경 오염으로 상징되는 현대 사회의 불안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이 시작은, 청자들의 공감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불안이 일본의 생태 평화 철학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네가 듣는 음성은 너만의 것이 아냐 세계의 기도이지"라는 구절은 개인의 고립된 불안을 집단적 연대의 가능성으로 전환하는 결정적 순간을 포착한다. 더불어 애벌레와 나비의 메타포는 개인과 사회의 변화 가능성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까르의 음악적 뿌리는 2000년대 이후 한국의 다양한 사회 운동 현장에서 찾을 수 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이나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의 경험은 그의 음악에 특별한 깊이를 더한다. 'TRANSITION'에서 그는 이러한 현장의 경험을 단순한 저항의 차원이 아닌,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의 이야기로 승화시킨다. "내 한계를 인정하며 동시에 나 살아가기로 했어"라는 가사는 운동의 현장에서 체득한 성숙한 활동가로서의 자세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한국 포크의 맥락에서 볼 때, 까르는 양희은, 한영애와 같은 선배 뮤지션들의 전통을 이어받되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히 보여준다. 집회 현장의 '아침이슬'이나 '조율'이 가진 상징성을 인정하면서도, 까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상의 실천과 철학적 사유를 자신의 음악에 녹여낸다. 특히 'TRANSITION'의 후반부에서 등장하는 "전환 파워!"라는 구호는 저항과 희망, 투쟁과 축제가 공존하는 새로운 운동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곡의 또 다른 특징은 개인과 자연, 역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서사 구조다. 숲과 바다, 나무와 애벌레 등 자연의 이미지들은 단순한 은유를 넘어 생태적 감수성과 철학적 깊이를 더한다. "오백 년의 시대를 산 거북이의 시선"이라는 구절은 현대 문명을 바라보는 장기적 관점을 제시하면서도, 동시에 전환의 시급성을 역설적으로 강조한다.
'TRANSITION'은 결국 우리 시대의 불안과 희망을 솔직하게 담아낸 음악이다. 이 곡은 현대 사회의 위기 속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예술가의 목소리를 들려주며, 동시에 한국 포크 음악의 현재적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까르가 제시하는 '전환'의 비전은, 그저 이상이나 구호가 아닌 일상의 실천과 예술적 승화를 통해 실현 가능한 것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