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트 편집부 | 2025년, 한국 대중음악계에 오랜 침묵을 깬 이름이 돌아왔다. 프로그레시브 메탈 씬의 숨은 거장으로 불렸던 Simon DM(사이먼 디엠). 그가 세상과의 오랜 단절을 깨고, 공감각적 예술가 로잘린송(Rosalyn Song)과 함께 프로젝트 팀 ‘더 프로젝터스(The Projectors)’로 돌아왔다. 첫 싱글 '바보의 첫 비행(Unfortunate Fool's Theme)'을 발표했다.
'바보의 첫 비행(Unfortunate Fool's Theme)'은 한 인간의 깊은 상처와 좌절, 그리고 그것을 딛고 다시 날아오르려는 처절한 의지를 6분 35초라는 시간 속에 눌러 담은, 한 편의 장엄하고도 서늘한 록 오페라다.
고요한 시작에서 폭발적 클라이맥스까지
이 곡은 청자를 어떠한 준비도 시키지 않은 채, 지극히 내밀한 고백의 공간으로 끌어들인다. 마치 연극의 막이 오르듯, 곡은 로잘린송의 목소리로 조용히 시작된다. "여느 날과 같은 어제와 어쭙잖게 낯설던 태양빛에 괜시리 겁이 나 문 뒤로." 아카펠라에 가까운 도입부는 세상과 단절된 이의 내밀한 독백처럼 들린다. 그녀의 보컬은 화려한 비브라토나 고음 대신, 숨소리 하나, 단어 끝의 미세한 떨림까지 감정의 일부로 사용하는 극도의 섬세함을 보여준다.
이 응축된 에너지는 “Hear me now I won’t fade away”라는 영어 가사와 함께 서서히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드럼 킥이 다시 뛰기 시작한 심장처럼 울리고, 묵직한 베이스 라인이 바닥을 다진다. Simon DM의 기타는 이 구간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대신 긴 서스테인과 아밍으로 긴장감을 쌓아 올리며 다가올 폭발을 예고한다.
그리고 클라이맥스가 온다. 모든 악기가 일제히 포효하며 거대한 ‘음의 성벽(Wall of Sound)’을 쌓아 올리는 클라이맥스는 이 곡의 백미다. 여러 트랙으로 레이어드된 기타들은 각기 다른 톤과 주법으로 얽히며 하나의 음향적 텍스처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영화 음악을 방불케 하는 웅장한 스트링 사운드가 더해지면서, 청자는 개인의 방을 벗어나 광활한 우주적 공간에 내던져지는 듯한 감각적 체험을 하게 된다.
이 거대한 사운드 위에서 로잘린송은 "네가 결코 듣지 않을 이 노래를 완성하리 그리고 부르리 내 목소리로"라고 외친다. 이어지는 그는 속주나 현란한 테크닉 대신, 울부짖는 듯한 벤딩과 격렬한 피킹으로 지난 시간의 울분과 상처,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꺼지지 않았던 희망을 하나의 서사로 압축해 토해낸다. 그를 통해 그의 기타가 또 다른 목소리가 되는 순간이 만들어진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온 두 아티스트
이처럼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예술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전혀 다른 세계에서 자신만의 언어를 구축해 온 두 아티스트의 만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Simon DM은 오랜 기간 기타리스트, 음악감독으로서 여러 드라마 OST, K2 김성면, 아스트로(ASTRO) 등과 작업하며 실력을 증명했지만 오랜 시간 활동을 중단했다. '바보의 첫 비행'은 그 상처를 딛고 다시 세상으로 나오려는 자전적 이야기다.
그런 그의 깊고 어두운 내면을 세상의 언어로 노래해낸 것이 로잘린송이다. 본래 현대미술가로서 사진과 영상이라는 시각 언어로 ‘기억’과 ‘정체성’을 탐구해 온 그는, 보이지 않는 감정과 서사를 소리와 이미지로 현현(顯現)시키는 공감각적 능력을 지녔다. 그녀는 Simon DM이 설계한 거친 폭풍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그 핵심에 있는 슬픔과 용기를 정확히 짚어내어 목소리에 실어낸다.
다시 날개를 펴는 모든 이들에게
'바보의 첫 비행'은 Simon DM 개인의 귀환을 알리는 신호탄을 넘어, 이 시대의 모든 ‘바보들’에게 보내는 장엄한 헌사다. 세상의 기준에 맞추지 못해 좌절하고, 상처받을까 두려워 숨어버렸던 모든 이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날갯짓을 해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 한 곡으로 더 프로젝터스는 자신들의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그들의 음악은 BGM처럼 가볍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여러번 곱씹고 해석하면 더 좋은 맛이 나는 작품이다. 상처를 예술로 만든 음악가의 귀환, 그리고 그의 이야기에 목소리를 더한 아티스트의 만남. 한국 대중음악계는 이제 이 상처 입은 바보의 눈부신 비행을 목도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