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오 사진 | 별이 빛나는 밤, 아부오름에서 바라본 한라산과 오름.
논산 개태사에 가면 고려의 태조 왕건이 나라를 세우고 개국 사찰로 창건한 개태사 주방에서 사용한 것으로 전해지는 철확이 있다. 충청남도 민속문화재 제1호로 등록되어있는 철제가마솥이다. 장터에서 엿듣는 지역문화는 덤이다. 장터에서 사진 찍는게 안쓰러운지 어르신들의 주문은 날로 늘어만 간다. 연산임리에 산다는 주영길씨는 개태사에 있는 철확이야기를 해주었다. “일본놈들이 지그 나라로 가져가려고 그 큰 가마솥을 부산까지 가지고 내려갔데유. 그란디 가마솥을 배에 실으려고 허니께 솥에서 큰소리가 나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 났대유, 그란께 선적이 보류되었지유. 여그 지역사람들이 이 가마솥을 찾을라고 진정서도 내고 난리굿을 다 했시유” 일본으로 실려 가지 못한 철확은 경성박람회에 출품됐다가 한동안 논산연산공원에 전시되었으며, 1981년 개태사로 옮겨왔다. 큰 가뭄이 들때마다 이 솥을 다른 곳에 옮기면 비가 온다는 전설이 있어 연산부근으로 옮겨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태조 왕건이 5백명의 중에게 국을 지어먹을 솥으로 내려준 것으로 알려진 개태사 철제가마솥은 개태사가 폐허가 된 후 벌판에 방치되다가 다시 개태사로 옮겨졌다. 일본태평양전쟁이 일어나던 해 철확을 녹여서 무기를 만들려
나무컬럼니스트 이동고 | 오리나무와 굴피나무가 살아가는 조건은 비슷하다. 물이 가까운 개울가에 습한 곳에 살아간다. 흔히 콩과식물만 질소고정작용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식물이 근균을 이용해 공중질소를 직접 이용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아까시나무, 자귀나무, 싸리나무, 붉나무, 등나무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자작나무과 식물인 사방오리, 산오리, 오리나무 등도, 또 보리수나무, 보리장나무도 그러하다. 전통적으로 이런 식물을 비료목이라 부른다. 이러한 식물들은 뿌리를 내리기만 하면 흙을 거름지게 하고 미생물을 풍부하게 만들게 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도로공사를 끝낸 마감처리용으로 는 단풍이 좋은 붉나무는 단연 인기인지라 어디든지 군락지를 볼 수 있다. 양지마을 어른의 말에 의하면 봄철 논에 넣는 생거름으로는 굴피나무 잎보다 좋은 것이 없다고 하였다. 오리나무 종류보다 더 좋은 거름이라고. 굴피나무도 잘 알려지지 않은 비료목이 아닐까. 굴피나무는 가래나무과 흔히 자라는 나무이다. 일반 농가는 지붕을 잇는 재료로 볏짚이 가장 흔하지만 산간지방에는 귀한 재료라 굴피나무나 참나무 껍질로 지붕을 이는 경우가 많았고 이를 ‘굴피집’이라고 부른다. 흔히 굴피집
강재구 사진전이 지난 9월 19일부터 28일까지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가 강재구는 입영 전의 민간인에서부터 머리를 깎은 군인에 이르기까지, 징병제에 따른 군인 시리즈를 20여 년 동안 기록해 왔다. 이등병이라는 전형을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휴머니즘을 말하려는 것이다. 이한구의 ‘군용’ 사진이 군에 갓 입대해 체험적 병영생활을 어렵사리 기록한 사진이라면, 강재구 사진은 군인으로서의 문제점을 다 각도로 형상화해 왔다는 점이 다르다. 강재구 작업은 직업군인보다 의무적 복무를 수행하는 이등병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이등병은 막 입영했다는 이유만으로 기본적인 욕구조차 자신의 의지 대로 행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통제당하며 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그때부터 사람이 아닌, 군바리 취급을 받는 안쓰러운 존재가 되어, 군대가 만들어 낸 틀 안에서 이등병이란 자아 상실을 경험하며 나약해 진다. 카메라 앞에선 긴장된 모습이 마치 박제화된 인간처럼, 모순된 상황을 재현한다 . 그가 징집병을 대상으로 삼은 것은 군인의 정체성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군인으로 끌려가 삶을 저당 잡혀 살아야 하는 청년 문화를 논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청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본 지에 <제주다움>을 연재 중인 김수오 작가의 사진책 <섬오름 이야기 신들의 땅>이 나왔다. 작곡가 최창남이 글을 쓰고 김수오 작가의 사진을 실었다. 지금은 휴양지이자 낭만적인 섬으로 주목받는 제주이지만 사실 제주의 삶은 척박함 그 자체였다. 육지에서 쌀밥을 먹던 70년대에도 논농사가 불가능한 제주에서는 조밥을 먹었을 정도이다. 그 이전에는 더 피폐했다. 고려시대에는 최영 장군이 이끈 군대가 온 섬에 피의 강이 흐르게 하였고, 조선시대에는 유형의 땅으로 핍박과 착취를 당했고, 해방 정국에는 4.3사건으로 제주 도민 3분의 1이 죽음을 당했다. 죽음에 연루되지 않은 가족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제주는 사실 신들의 땅이다. 바다와 오름에 설문대할망을 비롯하여 무려 1만 8000여 신들이 산다고 한다. 이런 전설에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그리고 잔혹한 역사에 대한 보상이기라도 하듯, 제주의 풍광은 아름답다. 제주가 고향인 김수오 작가는 육지에서 대학을 나오고 다시 제주로 돌아왔다. 낮에는 한의사로 일하고 출근 전과 퇴근 후에는 카메라를 들고 제주 곳곳을 누볐다.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자연을 훼손하는 난개발
작가 김훈선생은 자신의 ‘자전거 여행’ 책 첫머리에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들어 온다’고 했다. 어르신들이 자전거를 이용해 장(場)에 오는 모습을 보면 그 마을의 풍경과 계절, 그 마을의 삶까지 고스란히 들어있어 나도 모르게 인사를 하게 된다. 해평면 금호리에서 왔다는 이씨아짐이 사는 마을에는 신라에 불교를 처음 전한 아도화상이 연꽃을 심었다는 연지(蓮池)가 있다. 이 연꽃은 살아있는 역사처럼 일제강점기에 연꽃이 거의 사라졌다가 8.15광복 후에 다시 살아나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렇듯 장터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숨은 이야기가 있다. 과거는 해석에 따라 바뀌고, 현재는 지금 행동하기에 따라 바뀐다. 코로나19 이후로 장터모습이 한산하기 그지없다. 햇빛과 바람과 구름과 비, 그리고 우리 농민들이 키워낸 농작물이 하나둘 장에 나오는 계절이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삶을 만나러 가까운 장(場)에 가자! (글.사진/장터사진가 정영신)
소설가 발자크는 “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자 한권의 책이다.” 고 했다. 장터에서 만나는 엄니 얼굴을 바라보면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의 무늬가 보인다. 눈가의 주름은 가고 싶은 곳의 추억이고, 입가에 주름은 행복해 웃을 때라고 한다. 주름진 엄니 얼굴을 대하면 어떤 生을 살아 왔을까 그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싶다. 물맛에 따라 지역에 따라 바닷가 사람, 산중사람 얼굴이 다르다. 그 다름을 보려면 얼굴을 마주 봐야 한다. 이들 얼굴에서는 세월이 켜켜이 쌓여 자연의 소리가 들린다, 가을이 오는 소리, 비가 내리는 소리등등 세계의 소리와 냄새가 얼굴에 다 들어있다. 그래서 난 삶을 관통한 엄니얼굴 보러 장(場)에 간다. 모진 세월로 살아 빚어낸 남도육자배기가 흘러내리는 엄니, 장터 골목 귀퉁이에서 홍시감 몇 개 소쿠리에 담아, 고루 내리는 햇빛을 등에 이고, 앉아 있는 엄니, 자연과 흙과 나무에서 흘러내린 푸르디푸른 이야기를 하는 엄니, 사람이 그리워 호박한덩이 갖고 나온 엄니,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숨어있는 보물창고 같은 엄니들 만나러 장(場)에 가자. (글.사진/장터사진가 정영신)
김수오 사진, 영상 | 비가 온다. 바람이 분다. 태풍이 온다. 가느다란 다리로 우뚝 서고 여윈 몸으로 버틴다. 난생 처음 보는 혼돈 속에서도 의연할 수 있는 건 엄마들이 지켜주니까 방패처럼 기둥처럼, 엄마들이 지켜주니까
박찬원의 ‘밤과 산, 길’ 사진전이 지난 8월23일부터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다. 동물사진가 박찬원은 못 하는 게 없다. 사진가이자 수필가며 수채화가다. 모두 동물이 주제다.동물을 찍어도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찍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 동물에 매달려 심층적으로 파고든다.동물을 통해 생명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되새기고 동물과 인간과의 관계를 성찰하는 것이다. 그는 40년 가까이 대기업 임원으로 일했다. 퇴임한 후 8년 전부터 사진을 했으나 오랫동안 마케팅 전문가로 일한 덕인지 사진 접근방식이 치밀하다. 하나의 관심 가는 주제가 정해지면 2년간 100번의 촬영을 진행하여 책과 전시를 만들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는 식이다. 그동안 말, 돼지, 소 등 가축을 주제로 열두 차례의 전시를 열었는데, 이번에 보여 준 소 사진은 소의 초상과 일상을 보여 준 지난 전시와 달리 소의 형상을 통해 작가의 사유가 들어간 추상이다. 작업도 주로 야간에 진행했다는데, 어둠 속에서 드러난 역광의 선은 산이 되고 길이 되었다.소의 등은 산 능선이 어우러진 산수도를 연상시킨다. 젓소의 태반에 나타난 실핏줄은 마치 지구본 같았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지구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김수오 사진, 영상 | 여러 해 지켜보았다. 들판의 삶은 어떠한지.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혹독한 추위에 눈보라까지 휘몰아쳐도 꿋꿋하게 서서 새끼를 낳아 키우고 다시 새끼를 낳아 종족을 번식하고 삶을 유지한다. 병들고 늙고, 그제야 바닥에 몸을 누인다. 한여름에, 혹은 한겨울에 쓰러진 말은 속도만 다를 뿐 서서히 자연에 몸을 내주고 쓰러진 그 몸 위에 다른 생명이 잉태된다. 신들의 땅, 혹독하지만 아름답고 빈 몸이지만 강인한 삶. 그렇게 삶이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