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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차>고교생에 도전한 문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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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김시우 기자 |

 

고교생 창작 카툰 <윤석열차>를 놓고 정색하며 책임을 묻겠다고 한 문체부 덕분에 우리는 오랫만에 정말 아름다운 성명서를 보게 되었다. 전국시사만화협회가 지난 5일 발표한 <'윤석열차' 외압 논란에 대한 성명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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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는 5열 7행으로, ‘자유!’라는 단어만 33차례 반복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 연설 13분 동안 33회 자유를 말했다. 그가 말한 자유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시사만화협회는,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자유' 뿐이라는 의미를 말줄임표에 담았다.

 

사단법인 웹툰협회는 윤석열차에 대한 문체부 조치에 대하여 지난 4일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문체부는 행정부 수반인 윤 대통령의 평소 소신과 철학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반기를 드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청년 문화예술인들을 만나 ‘정치와 사회 기득권자들에 대한 풍자가 많아야 인기 있고 국민 박수를 받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도 같은 날 규탄 성명을 냈다. 

 

학생 상대로,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원로 만화가이자 한국카툰협회장을 맡고 있는 조관제 작가는 정부의 과잉 대응을 지적하면서 각 협회 단체의 공동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갑갑한 어른들의 생각 때문에 순수한 작품이 이렇게 공격을 받고 주목을 받게 해서 참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했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를 풍자한 그림 ‘윤석열차’에 대해 “어쨌든 어린 학생이 그린 그림이지 않느냐, 그냥 보고 넘어가면 될 문제”라고 하였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6일 오전 용산 청사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에서 해당 만화에 대해 “그런 문제에 대통령이 언급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이후 지금까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7일 경향신문은 한국만화가협회와 한국웹툰작가협회의 성명서 발표 소식을 전했다. 사단법인 우리만화연대와 한국카툰협회, 카툰협회 등 7개 단체도 이날 “만화공모전 수상 학생과 기관에 가해진 부당한 압력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다. 

 

이에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문화연대·한국민예총·우리만화연대 등 문화예술계 단체들은 11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맞은편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 대한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문체부의 예술검열 신호탄은 아니겠지?

 

이들은 257개 시민단체와 개인 1310명의 뜻을 모아 만든 기자회견문을 통해 “문화예술인들은 이번 <윤석열차> 검열 사건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재발한 것으로 인식하고 심각하게 우려하고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같은 날 성명을 냈다.

 

13일 콘텐츠진흥원과 언론중재위원회 국감을 앞둔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차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 입장을 질타하면서 국감에 나서는 콘텐츠진흥원과 언론중재위원회가 문체부에 동조하면 안 된다고 하였다. 

 

같은 날 한국경제는, 김대중 전남교육감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보도하였다. 김 교육감은 "학생의 창작 의도가 꺾이거나 상처를 받으면 안 되기 때문에 일차적인 보호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도, 표절의혹 퍼뜨린 중앙일보도 침묵

 

지난 5일 중앙일보는 <금상 받은 '윤석열차' 표절 의혹도…SNS에 퍼진 만화 보니>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 네티즌'의 주장을 근거로 표절 의혹을 보도했다. 이를 김종혁 국민의힘 비대위원, 유상범 의원, 정점식 의원 등이 그대로 이어 받아 표절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영국 만평가 스티브 브라이트는 "절대 표절이 아니다"고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오히려 표현의 자유 침해를 우려했다.

 

5일과 6일 조선일보에서는 “문화 생리에 어둡고 진중하지 못했던 대가를 지금 정부는 톡톡히 치르고 있다”면서 의연하지 못한 대응으로 "논란 키운 문체부"의 과도한 대응을 비판하였다. 국민의 힘 내에서도 비판 의견이 나왔다. 

 

많은 언론들이 관련 단체들의 성명서 발표 등을 단신으로라도 보도하고 있는데, 중앙일보는 표절의혹 보도 이후 이 문제와 관련해 일체 보도하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는 처음에 보도한대로 크게 키울 일이 아니라는 판단 하에 더이상 보도하지 않고 있다. 

 

체면 구긴 문체부, 또 시간 가기만 기다릴 건가

 

문체부는 큰 덩치만 믿고 경우 없이 애를 쥐어박은 어른의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많은 일들 앞에서 그랬고 가깝게는 서계동 국립극단 부지 문제와 관련해서 그렇듯이, 문체부는 시간 가면서 여론이 가라앉고 어쩔 수 없이 예술인들이 끌려오기만 기다릴 작정인가?

 

그동안 문체부가 예술인들과 함께 일하고 예산을 집행하면서 무엇을 학습해 왔는지 의심스럽다. 일부 고위 공무원들은 만만한 예술인들 대상으로 여전히 권위적인 업무 태도를 보여준다. 설명하지 않고, 협의하지 않고,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얼버무린다. 따라서 지금 예술인들의 분노는 단지 <윤석열차>로 인한 것이 아니다.

 

2022년 문체부 예산은 전체 정부 예산의 1.2%다. 정부예산 607조 원 중 문체부 예산이 7조 4000억원이다. 이는 프랑스의 국가 예산 대비 문화예산보다 훨씬 높은 비중이다. 이렇게 많은 예산으로 문체부가 할 일은, 지원 기관을 쥐고 흔드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백년 문화예술계획을 세우고 섬세하게 예술인들과 협의하고 조율하는 것이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