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윤석열차>, 후원금 없는 후원 끊겠다?

URL복사

블랙리스트 사건, 굿바이 2전, 그리고 <윤석열차>
문체부는 금액지원 없이 명칭 후원만 한 것

뉴스아트 김시우 기자 |

 

작은 일이 또 커졌다. 광주의 한 갤러리에서 열린 굿바이2 전시회를 언론이 문제 삼아 전국적 이슈로 키웠듯이, 공모전에 출품한 한 고등학생의 작품도 더욱 전국적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중고등학생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제 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부문에 출품하여 금상을 수상한 작품에 대하여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 10월 4일자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책임을 묻겠다고 한 것이다.

 

 

해당 공모전은 부천국제만화축제의 부대 행사로, 축제 기간에 전시되어 화제가 되었다. 이 작품은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하여 <윤석열차>라는 제목으로 제작되었는데,  문체부는 작품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후원명칭 사용승인을 취소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하였다.

 

문체부의 사용승인 취소라 함은 후원단체에서 이름을 빼고 앞으로 3년 동안 후원 명칭 사용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문체부는 이 행사에 명칭 후원만 한 것이고, 금전적 후원은 따로 없었다. 다만, 행사를 주최한 만화진흥원에 연간 예산 102억 원이 지원되고 있고, 공모전 대상은 문체부 장관상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 대하여 문체부가 문제 삼을 여지가 있는 조항은 1) 표절 도용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는 경우 2) 정치적 의도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작품인데, 문체부는 보도설명자료에서 정확한 "설명"도 하지 않고 "사회적 물의"라는 추상적  표현만 했다.  

 

<중앙일보>와 <뉴스1>에서는 한 가지 해외 작품 사례만 놓고 이 작품이 표절이라는 무리한 주장도 했다. 하지만, <아이엠피터뉴스>에서는 다양한 근거를 들면서 해외 만평에 비슷한 클리셰들이 많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만화영상진흥원에서는 <국민일보>와 통화하면서 전문가 자문을 통해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유튜버들은 표절시비로 조회수를 올리고 있다.

 

언론을 대표하는 언론사라고 주장하는 대형 언론사에서 다른 언론사가 한 달 전에 보도했던 내용을 뉘앙스가 다르다는 이유로  [단독] 보도임을 고집하는 세상에서, 일개 고등학생의 작품이 얼마나 정치적이며 얼마나 독창적인가를 놓고 전국이 떠들썩하다. 

 

현재 문체부는 명칭 후원만 취소할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할 계획은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언론의 널뛰기에 따라 이 사건은 이전의 수많은 사건들처럼 눈덩이처럼 커질 수도 있다. 특히 한창 창작의 시작 단계에 있는 고등학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일부 언론과 많은 예술인들은 이미 블랙리스트 사건을 떠올린다. 

 

웹툰 작가 단체인 사단법인 웹툰협회는 4일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입장문을 올려, “박근혜 정부 시절 관련자들이 사법 단죄를 받은 ‘블랙리스트’ 행태를 대놓고 저지르겠다는 소신 발언은 실소를 넘어 경악할 지경”이라며 문체부를 비판했다.

 

(사)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도 성명서를  통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 자행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판박이 행태다"고 했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예술인들이 블랙리스트 사건에 이어, 굿바이2전, 그리고 이번 고등학생만화문책 사건을 연결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대응은 금전적 압박이 아니더라도 전반적으로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블랙리스트 사건의 당사자였던 문체부에게 지금 더 중요한 일은 나쁜 추억을 상기해가면서 고등학생 만화작품에 시비를 거는 것이 아니다. 문체부는 서계동 복합문화공간을 둘러싼 갈등과 불신을 해소하고 예술 백년지대계부터 세워야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