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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수당, 자꾸 낮아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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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있는 날 <청춘마이크> <실버마이크>
공공성 상실, 공연수당 하향 평준화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2023 문화가 있는 날 <청춘마이크>와 <실버마이크> 참여 예술인에 대한 지원사항이 변경되어 논란이다.

 

2016년에 시작된 이 사업은, 지난해까지 팀당 1회 공연에 최소 70만 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올해는 최소 금액을 50만 원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발표하였다.

 

이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지역문화진흥원에서 주관하는 것으로, 예술인에 대한 열정페이가 난무하는 시대에 비교적 현실적인 공연수당이 책정되어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에 공연수당이 대폭 삭감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예산삭감을 의심할 수 있다. <청춘마이크>의 2022년도 예산은 63억 2000만원이었는데, 2023년에는 55억 200만원으로 8억 1800만원 삭감되었다.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팀의 숫자도 2022년 총 496개 팀에서 2023년에는 350개 팀으로 줄었다.

 

예산이 삭감되었다고는 해도 공연팀 수가 줄었는데 공연수당도 함께 줄었다는 건 이상하다. 특히, 예산삭감 액수에 비해 공연팀 수가 많이 줄었다. 2022년 예산을 팀수(496팀)로 나누면 1274만원인데 2023년 예산을 팀수(350팀)로 나누면 1572만원으로, 예산삭감에도 불구하고 팀당 예산은 산술적으로는 오히려 늘었다.

 

그렇다면 공연수당 삭감은 예산삭감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예산에는 청년예술가 사례비를 포함하여, ‘문화가 있는 날’ 행사를 진행하는 주관단체에게 주는 연간 사업운영경비 지원금이 포함된다. 물가상승으로 인해 주관단체에 지원해야 하는 금액이 커졌기 때문에 예술인의 공연수당을 낮춘 걸까?

 

뉴스아트에서 지역문화진흥원에 공연수당이 삭감된 경위를 물었다.

 

버스킹 1인 평균 공연료의 형평성 때문에 삭감?

 

사유는 간단했다. ‘1인 평균 공연료의 형평성’ 때문이라고 했다. 버스킹 공연에 대한 사례비 격차가 진흥원 안팎에서 계속 문제가 되었고, 이에 간단하게 버스킹 공연료를 조사해보니 대략 30만~40만원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회당 최소 공연료를 50만원으로 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재단은 공연수당 삭감이 예술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고, 예술인들이 수입 총액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공연횟수를 5회에서 6회로 늘렸다고 한다.

 

진흥원은 공연보수를 삭감하게 된 계기 가운데 하나로, 일부 공연팀의 불성실함을 꼽았다.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공연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리허설에도 불참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팀이 있어서, 이 사업이 예술인 ‘지원’ 프로그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런 팀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를 지급하는 것에 대하여 안팎의 비판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흥원의 공연수당 삭감은 다음 몇 가지 이유로 성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연수당 하향 평준화, 공공성 상실

 

우선, 이 결정이 ‘전문’ 예술인의 버스킹 등 공연수당을 전반적으로 끌어내리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전 기사에서 소개했듯이, 화성문화재단은 청춘마이크 기준으로 공연수당을 책정했다고 답변한 바 있다. 공연예술인들은 다른 단체와 공연수당 협상을 할 때에도 청춘마이크를 기준으로 협상할 수 있었다. 청춘마이크는 클래식부터 다원예술까지 다양한 공연 장르와 형태를 포괄하고 있어서 생각보다 영향력이 크다. 그런데 그 기준점이 대폭 하향됨으로써 공연예술인이 설 자리가 더 좁아진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공공성의 상실이다. 공공기관에서 예술인에 대한 공연보수를 책정하면서 이미 낮아질대로 낮아져 있는 민간의 열정페이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공공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경향은 민간만의 것이 아니다. 관공서에서 발주하는 각종 예술프로젝트는 이미 터무니없이 낮은 보수를 제시하고 있다. 이번에 청춘마이크의 공연수당 삭감은 공공의 '공공성 상실' 경향을 확고히 하였다.

 

부적격자가 문제였다면 공연수당이 아니라 선발과정을 고쳤어야

 

세 번째 문제는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일을 예술인을 희생하는 것으로 대신했다는 것이다. 청춘마이크 사업의 심의 기준에는 “참가대상 적격성” 항목이 있다. 사업 참여 의지, 활동 목표, 역량(연주력, 프로그램 기획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 밖에 공연 계획의 적정성과 기대효과, 그리고 홍보 효과까지 심사기준에 포함하고 있다.

 

연주력에 기획력까지 보는 청춘마이크의 오디션 과정은 경쟁이 치열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현실적인 공연수당과 문화의날 행사의 높은 인지도 덕분에 전문예술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공모프로그램이다. 심사를 거쳐 선발된 팀이 진흥원의 주장대로 불성실했다면, 심사에 참여한 주관단체 및 그런 팀을 선발한 심사위원 혹은 시스템의 문제이다. 심사 전문성을 강화하지 않고 공연수당 삭감으로 선발 리스크 및 부담을 낮추고자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부적격자 선발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어 왔다. 그래서 2016년 출범 당시에 신청자격에 있었던 '3無(학력, 이력, 수상경력)' 조항을 없애고, 학력·경력·수상실적에 관계없이 지원하도록 하였다. 또한 심사기준도 ‘노력’을 강조하면서 ‘꿈과 열정을 갖고 청년예술가로서 활동하고 노력해 왔는가?’로 하였다가, 지금은 ‘사업을 운영하기에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전문문화예술인으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가’로 바꾸었다.

 


 

청춘마이크 최초 사업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인가?

 

진흥원에 의하면, 이 사업은 실력 있는 예술인들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예술가들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주고 정해진 공연료를 지급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청춘마이크는 예술인 지원 프로그램이 아니라 국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2016년 이 사업의 최초 공모 요강에 적힌 사업목적은, “청년들의 꿈을 키워주고 프로 예술가로서의 성장 발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공연수당에는 스태프·장비(악기 등) 및 여비(이동경비, 숙식비), 홍보비, 기타 프로그램 수행에 따른 필수 경비 등 일체가 포함되어 있다. 물가는 오르는데 공연수당은 지속적으로 삭감되고 있는 상태에서 청춘마이크는 청년들의 꿈을 키워주고 성장 발판을 마련해준다는 최초 사업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을까?

 

진흥원에서 이를 위해 청년 예술인들의 네트워킹이나 예술인으로서의 역량강화 등 기타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고는 하지만, 청년예술인에게는 예술활동을 통해 적정한 보상을 받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성장 동력이다. 공연할수록 손해가 난다면, 어떻게 지속할 수 있겠는가? 이번 일을 계기로 청춘마이크 사업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깨닫고 좀더 명확하고 섬세하게 사업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청춘마이크 공연수당은 2016년 첫 해에 팀당 1회 220만~250만원을 차등 지급했다. 2017년부터는 인원수에 따라 최소 80만원~200만원, 2018년부터 5년 동안은 최소 70만원~210만원 기준을 유지했다. 올해는 최소 50만원~210만원으로, 최소 기준이 계속 낮아졌다.

 

청춘마이크 참여팀은 2016년 시즌1 88개팀으로 시작, 시즌2 147개팀, 2017년 152개님, 2018년 194팀, 2019년 201개팀으로 꾸준히 늘다가, 2020년에 410팀으로 대폭 증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