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천사의 넋으로 피는 영남알프스 연달래

URL복사

저리 붉으니 연달래인가 진달래인가

이동고 나무컬럼니스트 |

 

 

전설같은 엣날 이야기. 
옛날 지구에 '연달뫼'라는 산이 있었다. 
해마다 봄이 올 때면 이름 모를 꽃이 온 산을 덮었지만 
산은 높고 험해서 그 산에 올라가 본 사람이 없었다.

그렇기에 꽃들은 해마다 봐주는 이도 없이

외롭게 피었다가 쓸쓸하게 지기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 하늘에 있던 두 천사가 하느님께 죄를 지어 이 산으로 귀양을 와, 그 꽃을 따먹고 살게 되었다. 그 이후로 적막하던 그 산은 즐거움이 넘치는 산으로 변했다. 천사들의 노래와 춤이 끊일 사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산 밑에 살던 나무꾼이 아름다운 꽃들이 피는 산을 반드시 오르겠다는 마음으로 손발에 가시가 찔려가며 드디어 산에 올랐다. 밑에서는 똥긋한 산봉오리인 줄 알았는데 산 정상은 의외로 널직한 데 놀랐다. 게다가 어디서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여기는 천사나라 인간은 못 오는 데 
연달산은 하늘산 인간은 못 올라오는 곳 
향기 좋고 빛 고흔 이 꽃, 인간은 먹지 못하는 것
향기 좋고 빛 고흔 이 꽃, 무엇이라 이름 질까 
연달산에 피는 꽃이니 연달래꽃이라 할까 


연달래들이 피는 숲 속에서 들리는 노랫소리를 따라 갔더니 거기에 아리따운 천사들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있었다. 처음에는 몸을 숨기고 듣고 있다가 그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잽싸게 그들의 팔목을 잡았다. 


천사들은 깜짝 놀라 도망가려고 했으나 벌써 손목이 잡힌지라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이날부터 두 천사와 나무꾼은 이 꽃밭에서 함께 살았다. 

 



천사들은 봄이면 꽃을 따 먹고 겨울이면 서리를 먹고 살았지만 인간은 그것만을 먹고 살 수가 없었다. 다른 과일과 풀뿌리를 먹고 살다가 차츰 선녀들처럼 꽃을 먹게 되니 나날이 그의 얼굴이 젊어지고 목소리도 고와졌다. 


산 아래 인간의 세상에는 60일 동안이나 비가 내려 인간도 가축도 하나 없이 다 멸망하였다. 이 곳에도 한 남자를 두고 서로 시기하며 평화로운 시절은 깨어지고 말았다. 하루는 천사끼리 싸움을 하다가 천사 하나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 


이제 하늘 밑에는 그들 밖에는 없었다. 그들은 아들과 딸 하나씩을 낳았다. 


그 후 어느 봄날이었다. 이상하게 그 해에는 더 어여쁜 꽃들이 온 산에 피어나는 것이 아닌가? 천사가 그 꽃을 먹었는데 그만 죽고 말았다. 독이 있는 꽃이었다.

 
죽어가며 천사는 "내가 죽인 친구의 넋이 꽃으로 피어난 모양입니다. 새로 피어난 꽃은 천사가 죽은 넋이오니 먹으면 나와 같이 죽소. 장사를 치르고 난 뒤, 새 꽃가지를 꺾으세오. 그러면 순이 돋더라도 늦게 필 것이니 우리 자손들에게 늦게 피는 꽃은 먹지 말라고 일러주세요."

 

남편은 아내의 유언대로 했더니 가지를 꺾었던 꽃은 한 철 늦게 피었다. 그래서 후손들은 일찍 피는 꽃만 먹고 늦게 피는 꽃은 먹지 않았는데, 이 지혜가 오늘날의 우리들에게까지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일찍 피는 꽃은 진달래요. 늦게 피는 꽃은 연달래인 철쭉이다. 

 


 

연달래 아름답게 피어있는 가지산 능동산 자락을 오른 날, 인간세상은 미세먼지가 자욱합니다.  
매혹적인 철쭉은 넘치는데 정작 천사들의 노랫소리는 들리지가 않습니다. 
천사들이 살던 천상의 나라는 이제 모두 연달래 빛 넋으로 피는 연달래로 가득합니다. 
날씨가 차가워져서 다음 주말쯤이 되어야 연달래는 절정에 이를 것 같습니다. 

 

 

 

영남알프스 가지산에는 2005년 천연기념물 제462호로 지정이 된  98만여㎡의 철쭉나무 군락지가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철쭉 최고령 노거수를 보유한 최대 군락지로 유명하다. 최고 수령은 500년 ~ 700년 이상이다. 
- 영남알프스 연달래 통신 / 2023년 4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