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트 편집부 | 경기도가 2026년도 경기문화재단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초유의 결정을 내리면서 지역 문화예술계가 존폐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경기도는 재정난을 이유로 재단이 보유한 '기본재산'을 사용하라는 입장이지만, 예술계는 "미래를 위해 27년간 지켜온 종잣돈을 허물라는 것"이자 "부당한 요구에 불복한 데 대한 명백한 보복성 행정 폭력"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태의 핵심은 약 1,200억 원 규모의 '문예진흥기금', 즉 재단의 기본재산에 있다. 이 기금은 1997년 재단 설립 당시 출연된 자산으로, 지난 27년간 원금은 보존하고 오직 이자 수익만으로 문화예술 사업을 지원하는 '지속가능성'의 상징이었다. 어떤 재정적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고 문화예술 생태계를 지탱해 온 마지막 안전판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경기도는 이 원칙을 깨고 당장의 재정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원금을 사용하라고 압박했다. 재단과 예술계가 "미래를 포기하는 근시안적 처사"라며 이를 거부하자, 도는 곧바로 '사업비 0원'이라는 예산안으로 응수했다.
지역 예술계는 이를 단순한 예산 조정을 넘어선 '문화에 대한 테러'로 규정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극 연출가는 "재정 운용의 실패는 경기도가 해놓고, 그 책임은 가장 척박한 환경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예술가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이는 말을 듣지 않는 예술계를 길들이려는 속좁고 치졸한 행정 폭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태는 경기도 문화 정책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경기도의 문화예산 비중은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도민 10명 중 4명은 문화를 즐기기 위해 서울로 간다"는 통계가 현실을 증명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을 하던 재단의 사업마저 전면 중단될 경우, 지역 간 문화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경기도의 문화예술 생태계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결국 예산 삭감의 피해는 예술가를 넘어 1,400만 경기도민 전체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당장 내년부터 도민들이 일상에서 접하던 수많은 공연, 전시,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문화정책 전문가 A씨는 "문화는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의 문제"라며 "눈앞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미래 세대의 자산인 문화적 종잣돈을 허무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경기도의 이번 결정은 문화의 가치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제 공은 경기도의회 예산 심의 과정으로 넘어갔다. 문화예술계의 절규와 도민의 문화적 권리 앞에 경기도와 도의회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