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트 편집부 | 어느 날,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사무실로 낡은 우편물 하나가 도착했다. 봉투 안에는 꼬깃꼬깃한 체크카드 한 장과 비밀번호가 적힌 쪽지가 들어 있었다. 발신인은 과거 조합의 '상호부조 대출'로 급한 불을 껐던 한 예술인. 그는 현재 감당할 수 없는 빚으로 인해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법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빈털터리' 상태였다.
"지금 제 전 재산이 2만 원입니다. 더 보태고 싶어도 가진 게 이것뿐이라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를 살려줬던 그 대출기금에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습니다. 부디 같은 동료들을 지켜주세요."
그 2만 원은 세상 그 어디에서도 빌려주지 않을 때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 준 '연대'에 대한 피맺힌 감사이자, 자신은 무너졌어도 동료만은 지키고 싶다는 예술인의 처절한 절규였다.
"우리는 투명인간이 아닙니다"… 95% 상환율이 증명한 기적
화려한 K-컬처의 조명 뒤, 대한민국 예술인들의 삶은 재난 상황이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의 조사에 따르면 예술인 10명 중 8명(84.9%)은 제1금융권 대출을 거절당했다. '소득이 불규칙하다'는 이유로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이들은 연 20%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고금리 대출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 지옥 같은 악순환을 끊기 위해 시작된 것이 바로 '예술인 상호부조 대출'이다. 신용점수 대신 동료의 신뢰를 담보로 연 5%의 저금리 자금을 지원한다. 금융권은 코웃음을 쳤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돈을 갚겠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기적이었다. 지난 3년간 상환율은 무려 95%를 넘었다. 벼랑 끝에 선 이들에게 '기회'와 '존중'을 주었을 때, 그들은 그 어떤 고신용자보다 성실하게 화답했다.
대출 신청 쇄도에 기금 고갈… "사비 털어 막고 있는 실정"
문제는 이 '착한 대출'이 존폐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대출을 요청하는 예술인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대출해 줄 재원인 기금은 바닥을 드러냈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 관계자는 "당장 월세를 못 내 쫓겨날 위기, 수술비가 없어 병원을 못 가는 사연들이 매일 쏟아진다"며 "지금은 조합이 사비를 털어 근근이 대출기금을 메워주고 있지만, 이제 그마저도 한계에 다다랐다"고 토로했다.
"예술이 예술을 구한다"… 작품 수익 절반 떼어 기금 조성
이 절박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예술인들이 다시 한번 뭉쳤다. 오는 1월 14일부터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씨앗:페(Seed Art Festival)'와 소셜펀치에서 진행 중인 온라인 펀딩이 그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기부만 바라는 것이 아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작품 판매 수익의 50%는 창작 활동을 위한 본인의 몫으로, 나머지 50%는 동료들을 위한 '상호부조 대출 기금'으로 내놓기로 결의했다. 나의 예술로 나도 살고, 동료도 살리는 가장 아름다운 상생의 모델이다.
목표액 1억 원, 아직 갈 길 멀어… 시민들의 '연대' 절실
현재 소셜펀치(SocialFunch)를 통해 진행 중인 펀딩은 목표액 1억 원 중 겨우 537만 원(약 5%)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1억 원이 모이면, 금융기관의 레버리지 효과를 통해 약 7억 원 이상의 대출 한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수백 명의 예술가가 사채의 늪에 빠지지 않고 붓을, 악기를 다시 잡을 수 있는 생명줄이 생기는 셈이다.
후원자들에게는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그렸던 화가 이중섭의 <벚꽃 위의 새> 지클리 프린트 액자 등이 리워드로 제공된다.
2만 원이 든 체크카드를 보낸 그 예술인의 마음처럼, 지금 예술계에는 작은 불씨 하나가 절실하다. 당신의 3만 원, 5만 원이 차가운 작업실 바닥에서 울고 있는 어느 예술가에게는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의 빛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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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 참여: 소셜펀치 '씨앗:페' (https://www.socialfunch.org/S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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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한국스마트협동조합 (02-764-3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