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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무신> 형설앤의 해명, 저작인격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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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고 이우영 작가는 불공정 계약으로 고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형설앤측은 최근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2007년 당시 상황에서 작가들의 요청에 의해 저작권을 나누어가진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근거 자료를 공개하였다. 그러나 고 이우영 작가의 동생 이우진 작가는 지난 3월 27일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처음부터 계약이 너무 허술하니 다시 작성하라고 요구했지만 무시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형설앤, 적자인 검정고무신 사업에 투자하면서 지분계약 목적으로 저작권 분할 

 

2007년 형설앤과 사업권설정 계약 당시 검정고무신 만화는 연재 종료되었고, 다른 출판사를 통해 출간한 단행본은 절판된 상태였다. 애니메이션도 2004년 3기를 마지막으로 제작이 중단된 상태였다. 애니메이션화하면서 작가들 간에 의견 차이가 있어 작품이 미뤄지는 상황이 허다했다고 한다. 형설앤에 의하면 애니메이션 수익은 투자금의 25%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작품 투자 요청을 받은 형설앤은, 작가간 분쟁을 조정하고 사업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 지분계약 형태로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 지분계약을 저작권 분할방식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 형설앤은 이를 '관행'이라고 하였지만 이를 입증해 줄 다른 사례는 없다.

 

형설앤, 사업 적자였지만 고 이우영 작가에게 계약대로 모두 지급했다고 

 

계약 이후 형설앤은 단행본 30~40권을 복간 혹은 출간하였고, 애니메이션에 대한 KBS의 10년 독점권이 끝난 2015년 검정고무신 4기를 내보냈다.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 사업을 벌였다. 형설앤에 의하면, 단행본은 대부분 초판 판매에 그쳐 작품당 1000~2000만원 적자이고 애니메이션 투자 회수율은 77%로 역시 적자라고 한다. 

 

2004년~2014년 (KBS로부터) 작가들에게 배당된 검정고무신 3기 원작료는 500만원이다. 2015년~2022년 형설앤이 지급한 애니메이션 원작료는 8600만원이며 이 가운데 27%인 2323만원을 고 이우영작가에게 지급하였다. 출판 인세까지 합치면 고 이우영 작가에게 총 1억 330만원이 지급되었으며, 캐릭터 사업도 홍보계약시 받은 금액의 3%를 계약대로 지급했다. 형설앤은 이를 모두 기록으로 가지고 있다고 한다. 

 

 

형설앤, 만화가 아닌 미술저작물 캐릭터로 저작권 등록

 

사업에 앞서 형설앤은 계약으로 만들어진 소위 '공동저작자'들이 모두 함께 가서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 등록을 했다고 한다. "<검정고무신>으로 등록을 하려고 하니 미술저작물이니 캐릭터 하나하나를 그려서 내라고 했다."면서, 이에 만화가 아닌 검정고무신 캐릭터 9개를 등록했다는 것이다.

 

뉴스아트에서 저작권위원회의 문의한 결과 2008년에도 '만화' 저작권 등록이 가능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만화' 검정고무신은 지금도 저작권위원회에 등록되어 있지 않다. 애초에 형설앤이 애니메이션화를 위해 '만화'로 등록을 시도하지 않은 것일까, 저작권위원회에서 잘못 안내한 것일까?

 

 

검정고무신 저작권 등록 방법은 제대로 안내되었는가? 

 

저작권위원회에서는 '만화'로 등록할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사실 이 말은 연재만화에만 해당한다. 개별적으로 공표되는 한 회 분량의 연재만화는 계속적간행물로 등록이 가능하다. 연재만화가 법적 권리를 가지려면, 만화마다 창작년월일, 형태 및 수량, 권/호 등을 명확히 기재하여 저작권 등록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연재만화가 아닌 '만화'를 저작권등록하려면 그림은 미술저작물로, 시나리오와 시놉시스 등은 어문저작물로 나누어 등록해야 한다. 수많은 수정을 고치는 만화작품의 경우 시나리오와 시놉시스의 소유권을 따로 떼내서 등록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만화 연재가 이미 끝난 상태에서 애니메이션 캐릭터 사업을 하고자 했던 형설앤은 저작권위원회의 안내에 따라 캐릭터 등록만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시에 스토리 등록은 왜 안했고, 이미 출간된 검정고무신 만화 시리즈 전체를 왜 하나 하나 등록하지 않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2020년 이미 제기되었던 만화가의 저작인격권 문제

 

만화는 스토리에 그림을 입힘으로써 완성되며 완성된 그 상태가 원작으로 인지된다. 따라서 시장에서 만화의 원작자는 스토리작가가 아니라 만화가로 여겨지는 것이다. 하지만 저작권 등록 시스템은 이러한 콘텐츠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작화와 스토리를 철저히 구분하여 등록하며, 그럴 때 만화가에게는 오직 캐릭터만 남는다. 

 

고 이우영 작가는 저작권등록 시스템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고작 27%의 지분으로 미술저작물 등록만 하면서 이 캐릭터에 대한 권리마저 형설앤과 나눠가졌던 것이다.

 

문제는 저작인격권이다. 만화는 작화와 스토리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그 어떤 미술작품, 어떤 소설보다도 작품과 작가가 결합도가 높다. 형설앤이 검정고무신을 애니메이션화하면서 캐릭터의 모습을 다소 바꾸었다고 해도,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작품이 아닌데 각종 사업에서 원작자를 배제하였다면 원작자인 이우영 작가의 저작인격권이 침해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20년 검정고무신 원작자인 고 이우영 작가가 저작권 문제로 도리어 고발당했을 때, (사)한국만화가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저작인격권 침해"라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저작재산권을 위임받았다 해도 원작자를 밝히지 않고 캐릭터 사업을 하거나 2차 저작물 사업을 하는 것은 작가의 저작인격권 침해라는 것이다. 

 

저작료보다 중요한 것은 작가에 대한 존중 

 

이번 인터뷰에서 형설앤은 어려운 중에도 검정고무신 저작료를 충실히 지급했음을 강조했다. 저작권 분할도 사업을 위해 서로 합의한 것으로 법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음을 입증하고자 했다. 하지만 저작료보다 중요한 것은 저작권과 작가에 대한 존중이다.

 

그리고 작가는 사업권과 저작권을 구분하지 않은 계약서에 사인한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구체적으로 알 권리가 있다.   

 

지난 3월 28일 (사)한국만화가협회는 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신문고로 이 사건을 신고했다. 이에

3월 30일, 형설앤이 계약권 지분계약으로 예술인권리를 침해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특별조사팀이 출범했다. 곧 문체부 예술지원팀장을 포함해 내부직원 6명과 예술인 권리보장, 저작권, 만화, 출판 관련 부서 관계자,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한국저작권위원회 등 공공기관과 변호사 등 관련 전문가 참여하는 조사위원회가 꾸려져 약 100일 동안 조사할 예정이다.


검정고무신 사건에서 저작인격권이 충분히 존중되었는지, 사업자가 수익배분이 아닌 저작권 배분을 받아 저작권자로 행세하는 것이 정당한지 철저히 조사하여야 할 것이다. 그 결과가 앞으로 콘텐츠 산업의 기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