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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몰래 3일을 굶었습니다"… K-컬처의 씁쓸한 민낯, 예술인들이 직접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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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2일, '예술인 공정금융 비전 선포식 & 공동행동 선언' 개최
신용 아닌 '신뢰'로 증명한 95% 상환율… "민간의 기적, 이제 공적 제도로"
신학철·정지영 등 원로 예술인부터 청년 예술가까지, '빚'에서 '빛'으로 가는 연대 선언

뉴스아트 편집부 | 화려한 조명 뒤, 우리가 몰랐던 예술인들의 처참한 현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 세계가 K-컬처에 열광하는 지금, 정작 그 뿌리인 예술가들은 '금융'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다.

 

오는 12월 2일 저녁 7시, 서울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에서는 이 오래된 모순을 끊어내기 위한 역사적인 자리가 마련된다.국회의원 양문석, 씨앗페 운영위원회,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이 주최하는 <예술인 공정금융 비전 선포식 & 공동행동 선언>이다. 이번 행사는 성토의 장을 넘어, 데이터로 입증된 대안을 제시하고 예술계와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실천적 '공동행동'을 선포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치료를 미루다 병을 키웠습니다"… 숫자가 아닌 '사람'의 증언

 

이날 행사에는 금융 소외로 고통받아온 예술인들이 직접 발언대에 선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연극인 이수경 씨는 "공연은 계속되지만 통장은 비어있다. 아이들 몰래 3일을 굶으며, 내가 예술을 계속하는 것이 가족에게 죄를 짓는 것은 아닐까 절망했다"며 생활고의 아픔을 토로할 예정이다.

 

20년 경력의 기타리스트 김정수 씨의 사연은 더욱 충격적이다. 그는 "급한 생활비 700만 원을 빌렸다가 연체 이율이 37%까지 치솟아 원금이 3천만 원이 넘는 빚이 되었다"며, "금융권에서 예술가는 '직업 없음',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고 고발한다. 이들의 증언은 예술인 금융 문제가 개인의 나태가 아닌, 불규칙한 소득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실패'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상식을 뒤엎은 반전, "예술인은 위험하지 않았다"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희망의 증거는 있었다. 이날 기조 발제를 맡은 서인형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 3년간 진행해온 '예술인 상호부조 대출'의 놀라운 성과를 공개한다. 금융권이 '고위험군'이라며 외면했던 예술인들에게 신용점수 대신 동료의 신뢰를 담보로 대출을 실행한 결과, 상환율은 무려 95%에 달했다.

 

서 이사장은 "이 수치는 틀린 것이 예술가가 아니라, 예술가를 담아내지 못하는 낡은 금융 시스템이었음을 증명한다"며, 민간과 공공이 30:70으로 기금을 조성하고 금융기관의 레버리지를 활용해 '15억 원의 기금으로 100억 원의 대출 한도'를 창출하는 혁신적인 '민관협력 공정금융 모델'을 제안할 예정이다.

 

길 위의 예술, 거장에게 길을 묻다… 세대를 잇는 연대

 

이번 행사의 백미는 특별대담 <길 위의 예술, 거장에게 길을 묻다> 코너다. 신학철 화백, 정지영 감독, 박불똥 화백 등 한국 문화예술계의 거장들이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과거 검열과 탄압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자본'과 '생존'의 문제에 직면한 후배들에게 깊은 위로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특히 각 원로들은 "나는 후배들을 위해 멘토가 되겠다", "불공정 계약 관행 개선에 앞장서겠다"는 등 구체적인 행동을 약속하며 '공동행동'의 무게감을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빚에서 빛으로"… 예술인과 시민이 함께 만드는 변화

 

행사의 피날레는 참석자 전원이 함께하는 '공동행동 퍼포먼스'가 장식한다. 수많은 예술인이 메시지가 적힌 핸드롤 배너를 펼쳐 들고, 예술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 다시 빛날 수 있기를 염원하는 강력한 시각적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축하 공연으로는 테너 박태수가 부르는 희망의 노래 '나 하나 꽃 피어'와 노래를 찾는 사람들 출신의 가수 조경옥&김창남의 연대의 노래가 울려 퍼지며 감동을 더한다.

 

양문석 의원은 "K-문화의 지속가능한 미래는 그 뿌리인 예술가들의 삶이 단단할 때 가능하다"며, "오늘 선포되는 비전이 실질적인 입법과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예술이 예술을 살리고, 시민이 예술을 지키는 이 아름다운 연대의 현장에 우리 사회가 응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