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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공제로 빈곤과 고용문제가 해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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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같은 운명에 처한 디지털 전환기, 대안으로 제시된 노동 공제
단순 취약 계층 지원 뿐 아니라 자산소득 불평등과 지역 소멸 문제까지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지난 4월 21일 노동공제 관련 토론회 겸 제 1회 노동공제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노동공제연합풀빵 주최로 열린 이 행사에는 다양한 단체가 참가하였다. (자세한 참가 명단은 포스터 참고.)

 

토론회라고는 해도 사실상 토론은 없었고, 3개의 발제와 8개의 발표로 질의응답 없이 끝났다.  ‘노동공제’를 화두로 각자의 견해 혹은 현황 발표만 3시간 동안 듣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그 가운데 주목할만한 발표가 있어 소개한다.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경영실장 장지연씨는, 디지털 그린 전환 등 기후환경 위기가 촉발한 대전환기 산업 구조와 일의 변화는 "모든 사람을 같은 운명에 몰아넣었다"고 한다. 실제로, 정규직 비율은 낮아지고 새로운 노동 형태인 플랫폼 노동이 가속화 하면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감당하기어려운 한계점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근 주목받은 환경 도서 <적을수록 풍요롭다>의 저자 제이슨 히켈도 시장 중심 성장 일변도인 기존의 자본주의 경제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2030~2040년에는 한계에 부딪혀 기후 변화로 인한 파국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최근 이러한 파국을 피하고자 하는 ESG경영이 화두이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ESG경영은,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과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조하는 경영방식을 말한다. 하지만 ESG 경영은 환경 인권 등 기업과 충돌하는 가치관을 타고 넘어서려는 시장 중심 경제관의 시도일 뿐이다.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다원적 경제관의 사회연대경제이다.

 


민간의 역동성에 기반한 실체로서의 사회연대경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 단순한 취약계층 지원이 아니라 자산소득 불평등, 기후위기, 지역 소멸이 핵심과제이다. 노동공제는 이런 문제해결 주체로서 민간을 응집, 연대한다.

▲ 다원적 경제관을 제안한다. 그간 시장에 국한함으로써 부작용이 컸던 경제 작동원리를 호혜성, 재분배, 자급자족 등 다원적 경제관으로 확장한다. 

▲ 호혜성과 재분배를 기반으로 자원을 동원하고 제도 변화를 꾀하는 방식으로, 평등 강조하는 민주적 제도에 부합

 

 

팬데믹으로 특히 사적 영역에서의 사회안전망 필요성이 커졌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경우 정부의 하향식 인기편향 정책과 허약한 사회운동 세력 및 협동조합 부문의 분열로 사회적 경제정책이 빈곤 및 고용문제 차원에서 멈추었다고 한다. 반면 풀뿌리 세력과 통합된 협동조합 부문에 힘입은 브라질은 혁신적인 사회적 경제제도와 정책이 가능했다고 한다.

 

생존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는 빈곤과 고용 문제만 해결되어도 다행일지 모르겠지만, 기왕이면 우리 모두를 구할 수 있는 담대한 목표를 자기 비전으로 하여 노동공제라는 물결이 흘러가면 좋겠다. 그것이 선구자적 근대 사회경제조직이었던 1920년의 조선노동공제를 진정으로 계승하는 것이 아닐까. 

 

유의미한 문제제기를 끌어낸 노동공제연합풀빵 주최 노동공제 토론이, 다음 번에는 이런 방향에 집중하여 공통의 주제를 놓고 더 심도깊은 토론과 현실적 합의를 이끌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