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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은 물론 마케팅도, 선순환 시도하는 서울예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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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예술계에 '상'은 많다. '올해의~' 상도 많다. '서울예술상'도 그 중 하나일 터인데, 거의 모든 언론이 이를 기사화했다. 올해 1회라는 이유로 주목을 받은 것일까? 

    
제 1회 서울예술상 대상은 전통부문의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바 있는 ‘악가악무-절정絶靜’이 차지했다. 관록과 예술성이 돋보이며 '창작'과 '계승'의 균형감을 잘 보여주었다고 평가받는 이 작품은 지난 2022년 9월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딱 한 번 상연된 바 있다. 유튜브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우니 당시에 이 작품을 관람한 사람은 행운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았던 작품, 수상소식으로 널리 알려지다

 

이 작품은 거문고 명인 허윤정이 진행하는 위대한 유산 프로젝트로, 거문고를 비롯하여 아쟁, 장구, 북, 꽹가리, 소리, 춤 등의 최고 명인과 젊은 예인이 만나 악가무를 완성하고 이를 통해 전통음악의 완전한 이해와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한다. 고리타분하거나 뻔하지 않은 전통음악을 기대하게 한다.

 

 

이런 이유로 ‘악가악무-절정絶靜’은 2022년에 한 일간지의 하반기 문화대상 추천작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연주자의 지명도나 실력, 작품의 완성도에 비해 2022년 공연 당시에는 거의 언론을 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서울예술상 시상으로 거의 모든 언론에서 일제히 보도하였다. 이것만으로도 서울예술상을 만든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서울예술상은 예술 '지원'만 해오던 서울문화재단에서 처음으로 만든 상이다. 단순한 지원에서 나아가 창작과 향유, 확산의 전 과정을 선순환하는 예술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다른 상에 비해 몇 가지 차별화된 면이 있다. 


서울문화재단 예술지원사업 지원작 가운데 수상작 선정

 

그 해에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 가운데 후보작이 되고자 하는 작품만을 대상으로 심사한다. 예술지원사업 작품 선정에는 103명의 심의위원이 참가한다.   

 

올해 518건의 지원작 중에는 연극, 무용, 음악, 전통, 시각 5개 부문에 해당하는 242건이 후보작으로 등록하였다. 그가운데 각 부문별로 최우수상 1개 우수상 1개 총 10개를 먼저 선정한 뒤 그 중 하나를 대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심의위원 공개 및 자동 기피제 등 심사과정의 투명성 제고

 

심의위원은 총 34인으로, 분야별 6~8명과 문화예술전문기자 3인으로 구성된다. 이들의 이름과 직업은 모두 투명하게 공개되었다. 심사는 장르별 심사와 대상 결정을 위한 최종 선정심사로 나뉘는데, 이런 심사 방식에서는 입김이 센 선정위원이 자기 장르를 대상작으로 선정하도록 압박할 수도 있다.

 

이에 서울문화재단은 일반 면접에서 사용되는 기피제도를 도입했다. 대상 선정심사에서 장르별 선정위원은 토론을 통해 충분히 의견을 피력하되, 본인의 장르에 대해서는 자동 기피로 채점하지 못한다. 또한 최종 심사에는 장르별 심사에 참여하지 않았던 예술 분야 전문기자단 3인(공연분야 2인, 시각분야 1인)이 별도로 참가한다. 

 

심의위원들이 후보작 전체를 직접 관람 후 평가

 

심의위원들은 종합심의를 통해 분야별 후보작을 결정하기 위하여 후보작 242건에 대한 현장 평가를 진행한다. 8개월의 심사기간 동안 후보작 242건의 공연을 모두 직접 관람하고 서류심의 및 토론심의를 하는 것이다.

 

심사위원이 작품을 직관하는 것은 중요하다. 지난 2004년 만들어졌다가 3년만에 폐지된 한국문화예술진흥원(현 아르코) 주최, 복권위원회와 문화관광부 후원 "올해의 예술상"은 첫 해부터 상을 거부하는 팀이 나오는 등, 직접 공연을 보지도 않고 자의적으로 심의했다는 반발을 산 바 있다.

 

당시에는 연간 공연되는 1천 편 가량의 작품을 모두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심의위원들이 직관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이번 서울예술상은 103명의 심의위원이 한 차례 검증을 거쳐 결정한 지원작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경계를 명확히 했기 때문에 '직관'이라는 방법을 쓸 수 있었다고 보인다. 

 

장르별 갈등과 잡음 줄인 지원자 책임신청제

 

장르별 균형과 심사과정에서의 투명성에도 신경을 썼다. 기초예술 지원 목표로 만들었다가 없어진 아르코 "올해의 예술상"은 심사 대상이었던 작품을 무용에 넣을지 연극에 넣을지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예심에서 연극에 넣었던 작품을 본심에서 무용에 넣는 등의 문제로 인해 장르별 갈등과 잡음이 있었다. 서울예술상은 <지원자 책임신청제>라는 제도를 통해 지원자 스스로 심사받을 장르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기초예술 지원으로 끝나지 않고 레파토리화 목표


서울예술상 주요 심의 기준의 하나는 '향후 기대효과나 시민향유 기여도'이다. 서울예술상의 목표는, 단지 지원에서 끝나지 않고 결과물에 대하여 시상함으로써 더욱 동기를 부여하고 기초예술 작품의 브랜드 가치를 올려  재공연할 기회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코로나로 시민 직접평가가 아니라 전문가들이 그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으로 대신했지만, 제 2회 서울예술상에서는 현장 관객 평가를 포함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1회 수상작 재공연은 재단이 보유한 대학로극장 쿼드와 기타 유관 기관의 극장 등을 활용하고자 논의 중이다. 전문가들이 평가한 가능성을 관객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공들여 만든 작품이 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도록 하는 데에 서울문화재단의 '서울예술상'이 기여할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