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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의 세 가지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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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지난 9월 5일과 6일 총 3번에 걸쳐 공연예술, 시각예술, 다원예술, 문학 분야에 대한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현장 공청회가 있었다. 참여자 수 및 질의응답 수를 기준으로 보면, 공연예술분야의 참여가 가장 두드러졌고, 시각 및 다원예술의 참여가 다소 저조했다.

 

 

모든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심사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 확보 방법, ▲자부담 비율의 비현실성, ▲신청자격 조건이 빈익빈부익부를 유발할 가능성 등이었다.

 

10년 고인물 심사위원 새로 구성하고 3년 임기제 도입

 

심사위원 문제에 대하여 정병국 위원장은, 자기 추천으로 구성된 심사위원은 10년 동안 이렇다할 평가나 변경이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이번에 처음으로 상황을 점검하여 새로 구성한 뒤 3년 임기제를 도입했다고 하였다.

 

자부담 10% 유지 및 외부 펀딩 방안 논의 중

 

공연예술부문의 경우 자부담 비율은 원래 2.5%였다. 작년부터 법정 비율이 10%로 높아졌는데, 문화예술위원회(이하 아르코)는 지원금이 많아질수록 자부담 비율이 높아져 최대 20%까지 되도록 높여놓았다. 지원금은 용도가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자부담 비중이 높으면 프로젝트 진행 비용의 절반 가까이 스스로 펀딩할 수 있는 단체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따로 자금줄이 없는 영세한 단체나 개인은 결국 대출로 자부담을 대신할 수 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서류처리 조차 잘못할 경우에는 지원금 유용이라는 혐의로 소송에까지 휘말릴 수 있어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실제로 이 문제로 3년 째 소송 중인 단체도 있다고 한다.

 

이에 아르코는 지원금 규모와 무관하게 자부담 비율 10%를 유지하는 안을 검토하기로 하였다. 또한 외부 재원을 통해 자부담 비율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한다.  

 

핵심 플레이어 육성 프로그램에 선발되려면 핵심 플레이어라야 한다?

 

이번 아르코 지원사업 개편의 핵심은 크게 창작과정과 창작주체로 나누어 지원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창작주체 지원은, 중추적인 핵심 플레이어 집중 육성을 목적으로 최대 3년간 유지된다. 지원 자격은 5년 이상 활동 이력을 보유한 단체로서 아르코나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문화예술 지원기관의 사업 선정 및 수행 이력이 3회 이상이라야 한다. 

 

예술인들은 경험상 기관 지원 사업에 일단 한 번 선정되는 것이 쉽지 않고, 재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단체를 몇 년 유지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핵심 플레이어 육성 프로그램에 선발되려면 이미 핵심 플레이어라야 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비전 없는 지원 사업 설계, 핵심 플레이어 집중 육성 목표는?

 

이에 토론자들은 핵심 플레이어를 집중 육성한다는 말의 뜻을 점검하고자 하였다. 심사기준이나 단체규모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면서 이 지원 사업을 설계한 건지, 집중 육성의 목표는 무엇인지 물었다. 

 

 

아르코에서는 창작주체 지원은 개인 지원을 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면서, 창작과정 지원이 신입사원 프로그램과 같은 것이라면 창작주체 지원은 경력사원 프로그램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하였다.

 

아르코에서는 빅픽처나 비전 혹은 상(像)을 가지고 지원 사업을 설계했다기보다는 헛갈리고 복잡하다고 평가되는 기존의 사업을, 줄어든 예산에 맞춰 최대한 보기 좋게 갈래를 잡아 단순하게 정리했을 뿐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비전이나 빅픽처를 그릴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예술지원정책의 현주소이다. 하지만 현장의 의견이라는 것을 들어보거나 소통해 본 적이 별로 없는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에서, 아르코는 지속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시도는 높이 평가되며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