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순수·산업예술 분리지원 및 예술인 노동자성 검토해야

URL복사

"예술전문인력 양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과 관련한 토론회" 내용 요약(2)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12월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예술전문인력 양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과 관련한 토론회에 대한 기사 예술도 직업, 임금 인상부터 해줘요에서 계속)

 

변화된 예술환경이 학교 밖 예술교육에 더 큰 혼란을?

 

서울변방연극제 김진이 예술감독은 최근 연극계가 극단 형태가 아닌 프로젝트 그룹 형태로 작업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2017년 서울시에서 청년예술가 지원을 시작하면서부터 극단에 정식으로 소속되지 않아도 작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함께 작업할 파트너를 찾거나 네트워크를 구성하기가 어렵다.

 

이런 한계는 실제 작업에 필요한 훈련과 전문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극 자체와는 무관해 보이는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나 장애인 창작/관람 접근성에 대한 전문성 심화 등도 어렵다. 극장은 대관이 중심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교육은 부족한 채 방치된다. 

 

실태조사 및 예술인의 노동자성 고찰 필요

 

민간단체와 축제기관에서는 비전공자 또는 네트워크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예비예술인에 대한 교육기관 역할을 해 왔다. 실태조사를 통해 예술인력의 진이보가정과 수요/수급현황, 일자리 환경을 파악하고 이에 맞춰 인력양성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지원금 등에 대한 근거를 명확히 하고, 예술인의 노동자성도 살펴봄으로써 예술인 처우 개선에 대한 근본적 보장 장치 및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예술전문인력양성 목적 기관을 이용하는 것이 나을 수도

 

국회입법조사처 노재윤 입법조사관은 예술 전문인력을 육성 보호한다는 법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법에 명기된 ▲실태조사의 중복 우려, ▲관련 법안 검토 필요성, ▲기존 체계 이용 방안 검토 필요성 등을 지적했다. 

 

그는 또한 '국가예술인재개발원' 조항과 관련하여, 정부부처 18개 가운데 자체 교육기관을 가지지 않은 곳은 문화체육관광부 등 6개 부서 뿐이지만 전문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의 산하단체가 있으니 이들 기관의 기능을 강화 보완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주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이 세미나 시작할 때 했던 말을 상기시켰다. 그는 "예산이 부수되는 법안은 입법이 어렵다"고 하면서 그런 법안은 공론화할 방법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독과점 불평등 초래하는 스타시스템

 

한국영화배우조합의 박근태 위원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스타시스템에서 파생되는 문제를 소개하였다. 현재 시스템의 주체는 매니저와 에이전트로, 이들이 어린 나이에 선발된 연예인 후보생의 교육과정과 관리, 기획, 취업까지 책임지고 있다. 이런 구조는 매니지먼트 회사의 대형화 및 독과점, 수익배분 문제와 불평등을 초래한다. 그리고 신인 연예인에 대한 계약은 구조적으로 불합리해질 수 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연예매니지먼트 기획사와 에이전시 기능을 겸할 수 없도록 금지한다. 에이전트나 매니저는 조언이나 일거리 소개 등 도움이 줄 뿐이다. 연예인 지망생들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경험을 쌓으면서 적절한 역할을 찾아가며 이 과정에서 노조를 통해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받는다.

 

박근태 위원장은 대중예술인 양성을 민간이 아닌 공적 영역에서 공개적으로 다루어야 하며 이를 노동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하였다. 

 

 

효용, 성과, 대중성 추구는 순수예술 근간을 무너뜨릴 것

 

무용평론가인 박성혜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술연구교수는 순수예술 분야와 산업적 측면이 강한 예술을 구분하지 않고 정책을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부작용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이 경우 과시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순수예술 종사자의 작업과 가치가 평가절하되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인 2018년 무용인의 연간 예술창작수입은 1030만원이었으나, 2021년에는 520만원으로 현격히 줄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을 무용가로 규정하는 사람들에게 성과 중심주의나 정량적 평가 규정, 산업적 직업 전환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순수예술의 근간을 무시하며 경제적 효용성과 대중성만으로 지원을 유도하는 것은 순수예술의 존재 자체를 흔들 것이다.

 

박성혜 교수는 특히 발레의 경우 30대 중후반 ~ 40대 이전에 신체적 한계에 부딪혀 은퇴해야 하기 때문에, 직업 전환이나 전문성 강화 리부팅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여러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법안에 대하여 큰 기대감을 보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