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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 조용한 혁명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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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 개봉, 올해 꼭 봐야 할 영화
파도 치는 바다 위 부표와 같은 사람, 정태춘

뉴스아트 김시우 기자 |

 

4월 27일 용산 CGV에서 '아치의 노래, 정태춘' 관객 시사회가 있었다. 시사회는 5~7관에서 거의 동시에 진행되었는데, 고영재 감독은 무대인사에서 이렇게 많은 관객을 모시고 하는 시사회는 처음이라고 했다.

 

 

음악다큐멘터리 영화는 썩 잘 만들어지지 않아도 삽입된 음악으로 인해 중간 이상은 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치의 노래는 그 자체로도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임을 확인했다. 노래와 인물을 떠들썩하게 드러내기보다는, 그의 노래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며 어떤 사람들에게 가 닿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 다큐멘터리를 빛나게 만드는 것은 한국 포크의 전설이라는 정태춘, 박은옥의 겸손함이다. 자신의 신념을 속삭이는 듯 넋두리 하듯 조용조용 부드럽게, 하지만 절대 끊어지지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함으로써 지켜가는 모습이 잘 담겨 있다.

 

 

노래로만 정태춘을 알던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많은 곳에서 얼마나 쉽지 않은 일들을 해 왔는지 놀랄 것이다. 정태춘을 몰랐던 사람들은 한국 가요의 역사를 다시 보게 될 것이다. 기어이 위헌적인 음반심의법을 폐지하고, 평택 미군기지 확장으로 없어지게 생긴 고향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시대의 아젠다를 끈질기게 노래에 담아내는 그는 조용한 혁명가이다.

 

정태춘을 잘 안다 생각하던 사람들은? 자신의 섣부름을 반성할지도.

 

정태춘은 영화 내내 거의 같은 티셔츠, 같은 바지를 입고 등장한다. 정은옥은 자신의 삶을, 아픔에 공감해 주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역할을 한다고 표현했다. 이들은 파도가 넘실거리며 흘러가버려도 꼭 지켜야 할 자리를 표시해 주는 부표와 같다. 잊혀진, 혹은 잊고자 하는 문제들을 조용히 계속해서 들이민다. 그리하여 적당히 정리하여 벽장에 넣어둔 것들을 꺼내 만지작거리게 한다.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은 벽장에 넣어둔 여러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다양한 이유로 울컥한다. 그러느라 영화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환호와 박수도 변변하게 울리지 못했다.

 

 

상영 내내 수많은 기억과 감정이 뒤섞인 채 부유하던 마음은 현란한 드럼 연주가 인상적인 '정동진3'와 함께 현실로 돌아온다. 이 곡 중간에는 "열차가 들어오고 있으니 선로에 계신 분은 모두 바다로 내려가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나레이션이 나온다. 아주 현실감 돋는다. 지금은 열차와 거기에 탄 사람를 제외하고는 정말로 모든 사람들이 바다에 빠져 익사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지 않은가.  

 

스토리가 잘 구조화되어 있어서 정태춘을 잘 모르는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정태춘과 한 시대를 살아왔다면, 젊은 시절 풋풋한 강산에와 박은옥, 그리고 과거 상남자 정태춘 모습을 보는 것도 큰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