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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지하, 스무 개의 숨결이 모여 짓는 마음의 집… 공연 <겨울을 준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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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허정혁·이형주·김산돌, 11월 30일 수원 D.O.T에서 합동 공연
단 20석의 관객과 나누는 초밀착 라이브… 펍이자 공연장이 주는 날 것의 울림

 

뉴스아트 편집부 | 계절의 경계가 흐릿해진 시대라지만, 11월의 마지막 날이 주는 무게감은 여전하다. 옷깃을 파고드는 찬 공기에 마음마저 움츠러들 때, 서로의 체온으로 공간을 데우는 공연이 열린다. 오는 2025년 11월 30일(일) 오후 5시, 수원 행궁동의 숨은 아지트 ‘D.O.T(디오티)’에서 열리는 <겨울을 준비하는>이다.

 

독립서점 ‘딱따구리 책방’의 남수가 기획한 이번 공연은 세 명의 싱어송라이터가 각자의 시선으로 포착한 삶의 단면들을 노래로 엮어낸다. 20석 한정이라는 소규모 좌석 배치는 이 공연이 단순한 관람을 넘어, 연주자와 관객이 하나의 공기를 공유하는 ‘대화’의 장이 될 것임을 예고한다.

 

공간의 미학: 날 것의 소리를 품은 아지트, D.O.T

 

공연이 열리는 D.O.T(디오티)는 수원의 핫플레이스 행궁동 골목 깊숙한 곳, 지하 1층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배경음악을 깔아두는 평범한 술집이나 정적인 LP 바가 아니다.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는 순간, 지상의 소음은 차단되고 오직 음악에만 몰입할 수 있는 묵직한 공기가 흐른다.

 

D.O.T는 ‘펍(Pub)’이라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베이스로 하되, 본질은 ‘라이브 공연장’에 닿아 있다. 노출 콘크리트와 붉은 벽돌이 어우러진 빈티지한 인테리어는 소리의 난반사를 줄이고 악기의 울림을 담백하게 받아낸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거의 없는 구조 덕분에 관객은 뮤지션이 기타 줄을 튕기는 손가락의 떨림, 노래 중간에 들이마시는 숨소리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맥주 한 잔을 곁들일 수 있는 캐주얼함 속에 뮤지션의 열기가 꽉 차오르는, 그야말로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지하 벙커다.

 

 

3인 3색: 겨울을 맞이하는 세 가지 목소리

 

이 매력적인 공간을 채울 세 명의 뮤지션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겨울을 준비한다.

 

 

‘이야기를 짓는 음유시인’ 김산돌은 춘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강원도의 산과 호수를 닮은 서정성을 노래한다. 그는 세상이 주목하지 않는 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영원한 가치들에 천착한다. 화려한 기교 대신 투박하지만 진실한 목소리로 꾹꾹 눌러 담은 그의 가사는, 듣는 이로 하여금 잊고 지냈던 소중한 기억들을 꺼내 보게 만든다. 그의 노래는 추운 겨울밤, 낡은 일기장을 펼쳐보는 듯한 아련한 위로를 전한다.

 

 

‘블루스를 입은 포크’ 이형주는 다채로운 기타 연주 위에 특유의 낮은 목소리를 얹는다. 포크 음악의 담백함에 블루스(Blues)의 끈적하고 우울한 정서를 세련되게 녹여내는 것이 그의 장기다. 이번 공연의 포스터를 직접 디자인할 만큼 뛰어난 시각적 감각을 지닌 그는, 음악에서도 마치 그림을 그리듯 공간감 있는 사운드를 구현한다. 그의 중저음 보컬은 차가운 지하 공간의 바닥을 묵직하게 채우며 관객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힐 예정이다.

 

 

‘여림의 미학’ 허정혁은 일상의 가장 기초적인 것들—옷과 밥, 집—을 짓는 마음으로 노래를 짓는다. 그의 음악적 언어는 ‘여림’이다. 힘을 잔뜩 준 고음이 아니라, 부서질 듯 섬세한 감성으로 듣는 이의 경계심을 허문다. “여림의 아름다움에 기대어 소리를 낸다”는 그의 소개처럼, 허정혁의 노래는 겨울바람에 언 마음을 녹이는 따뜻한 차 한 잔과 같다. 가장 연한 목소리로 가장 단단한 위로를 건네는 반전의 매력을 지녔다.

 

❄️ 다가올 계절을 위한 초대

 

기획자 남수(음악가, 딱따구리 책방 운영자)는 “누군가는 오래된 물건을 정리하고, 누군가는 미뤄둔 일을 이어가듯, 노래로 겨울을 준비하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2025년 11월 30일. D.O.T의 문이 열리면, 20명의 관객과 세 명의 뮤지션은 세상과 잠시 동떨어진 지하 공간에서 서로의 온도를 맞추게 될 것이다. 다가올 겨울을 견딜 마음의 근육을 키우고 싶은 이들에게 이 공연을 추천한다.

 

■ 공연 개요

 

  • 공연명: 허정혁, 이형주, 김산돌 <겨울을 준비하는>
  • 일시: 2025년 11월 30일(일) 17:00 (입장 16:30~)
  • 장소: D.O.T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 34-1 지하 1층)
  • 티켓: 예매 25,000원 (20석 한정)
  • 예매 링크: https://forms.gle/S2YeTjSH5hif4ACw9
  • 문의: 딱따구리 책방 (@ddackddaguri__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