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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끼리 돕는다"…금융 소외 예술인들의 7억 원짜리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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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틀렸다… 예술인들이 '상환율'로 증명해낸 7억 대출 신화
상호부조로 일군 예술인 금융
금융 소외 예술인들의 희망이 되다

 

뉴스아트 편집부 | 금융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예술인들을 위해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이사장 서인형)이 운영하는 '예술인상호부조대출'이 누적 대출액 7억 원을 돌파했다. 지난 3월, 6억 원을 넘어선 지 약 6개월 만에 이룬 성과로, 예술인 커뮤니티 내에서 가장 신뢰받는 사회안전망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7억 원이라는 숫자는 예술인들이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연대와 상호부조의 가치가 만들어 낸 사회적 자산이라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가진다.

 

'신용'이 아닌 '신뢰'가 만든 금융

 

예술인상호부조대출의 가장 큰 사회적 의미는 기존 금융 시스템이 외면해온 예술인들의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불규칙한 수입 구조와 프로젝트 기반 활동이라는 특성상 예술인들은 신용평가에서 구조적 불이익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많은 예술인이 비수기에 창작 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조차 구하지 못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고금리 대출에 내몰리는 악순환을 겪어야 했다.

 

예술인상호부조대출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용점수 대신 '조합원'이라는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연 5%의 고정 금리로 긴급 생활 자금과 익일 소액 대출 등을 제공하며, 예술인들이 높은 이자 부담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서인형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이사장은 "높은 이자 부담 때문에 창작을 포기하는 예술인이 없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시작된 일"이라며, "이번 7억 원 돌파는 예술인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금융 주권을 찾아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연대와 참여로 쌓아 올린 선순환 구조

 

이 대출 제도의 지속가능성은 예술인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연대 정신에서 나온다. 대출 이용자가 납부하는 특별조합비가 다시 대출안정기금으로 적립되어, 더 많은 동료 예술가를 지원하는 재원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는 '수혜자'가 아닌 '주체'로서 예술인 스스로가 금융 안전망을 만들어가는 상호부조의 핵심 철학을 보여준다.

 

예술인상호부조대출의 기금 확충을 위해 열렸던 아티스트 페스티벌 '씨앗페'는 이러한 연대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수많은 예술가가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이를 통해 마련된 기금은 대출의 든든한 씨앗이 되었다. 황경하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조직국장은 "대출 상환을 마친 조합원들의 재이용률이 높은 것은 이 제도가 실질적으로 예술인들의 삶에 얼마나 필요하고, 또 얼마나 깊은 신뢰를 얻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예술인 금융 생태계의 새로운 미래를 열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의 예술인상호부조대출은 예술계 내부에 자체적인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혁신적인 시도다. 5%대의 안정적인 대위변제율은 예술인들이 책임감 있는 경제 주체임을 스스로 증명해 보인 결과이기도 하다.

 

7억 원이라는 이정표는 예술인들이 더 이상 금융 시스템의 변방에 머무르지 않고, 협력과 연대를 통해 스스로의 존엄과 가치를 지켜낼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다. 예술인상호부조대출의 성공적인 안착은 장기적으로 '예술인금고'와 같은 더 큰 규모의 금융 안전망을 향한 중요한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술인상호부조대출은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조합 가입 즉시 이용 가능하다. 대출 신청은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웹사이트(https://www.kosmart.co.kr/loan)를 통해 할 수 있다.